왼쪽부터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윤창원 기자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로 확정되면서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까지 야권 3인방의 운명이 엇갈리게 됐다.
단일 후보가 된 오 후보는 서울시장 사퇴 이후 10년의 정치 공백을 메울 입지에 오르게 됐다. '선거의 달인'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김 위원장은 보궐선거 이후 행보가 주목된다.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한 안 대표는 야권 재편의 중심에 서더라도 탄력을 받기 어렵게 됐다.
◇오세훈 "정권교체 길 열겠다"…김종인 "오세훈 당선시키면 내 일 다한 것"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윤창원 기자
오 후보는 23일 단일후보 발표 직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지난 10년간 무거운 심정으로 살아왔다"며 "스스로 담금질하면서 마음의 빚을 일로써 갚을 날을 고대해왔다"고 말했다.
대권주자로 끊임없이 거론돼왔지만, 당내 입지가 좁은 데다 시장직 사퇴가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됐었다. 김종인 위원장의 표현을 빌리면 "우여곡절" 끝에 후보가 된 만큼 소회가 남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10년의 와신상담 끝에 재기의 기회를 잡은 지금 그는 "정권교체의 길을 열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야권 단일후보가 됐다. 내곡동 셀프 보상 의혹을 비롯해 시장직 사퇴를 비롯한 과거 시장 재직 시절과 관련한 여권의 공세를 돌파해야 하는 위치에 섰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DMC첨단산업센터에서 열린 중소기업위원회 현장간담회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김 위원장은 '킹메이커'로서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를 얻게 됐다. 단일후보는 오세훈이라는 확언을 해오며 전략가의 면모를 보여 왔다.
그는 "내가 누누이 강조했지만, 제1야당 오세훈 후보로 단일화된다는 건 처음부터 상식"이라고 이날 기자들에게 말했다.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을, 2016년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견인했던 그다.
한때 "재보선 전에 내가 사라질수도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던 김 위원장은 "내가 국민의힘에 와서 할 수 있는 기여의 90%는 했다"며 "나머지 10%를 더해 오세훈 시장을 당선시키면 그것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 후보가 민주당 박영선 후보까지 꺾으면 그의 향후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역할이 끝났다는 건 내 결심이다. 비대위 연장 가능성은 제로"라는 것이 김 위원장의 말이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제3지대에서 교감할 가능성을 예상하는 시선도 있다. 김 위원장은 "내가 말할 사항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국민의당 한 의원은 "김 위원장의 정치적 혜안에 감탄했다"면서도 "비대위 체제가 너무 길었던 만큼 당대표 추대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당권 경쟁도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합당 추진될까…안철수 "외롭고 힘들더라도 전진 멈추지 않을 것"
야권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패배한 안철수 후보가 지난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결과 발표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의석수 3석으로 102석의 제1야당과 승부해왔던 안 대표는 야권에서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단일화 경쟁 막판에 합당 카드를 승부수로 꺼내면서 본인이 단일후보가 되지 않더라도 합당은 하겠다는 배수진까지 친 상태다. 오 후보와 토론회 과정에서 "지분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었다.
향후 국민의힘과 합당 논의가 전개된다면 구심점이 강력한 제1야당과 어느 정도 힘겨루기가 가능할지 주목된다. 다만, 합당 논의가 속도전이 되긴 어려운 실정이다.
안 대표는 "당원의 뜻을 묻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그 외에 여러 가지 필요한 절차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종인 위원장도 "선거 과정 속에 합당을 추진할 수는 없다"고 했다.
안 대표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장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만, 안철수의 전진은 외롭고 힘들더라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향후 정치 행보를 이어갈 뜻을 밝혔다.
단일화 패배가 자신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묻자 "저는 항상 그래왔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거기에 최선을 다해왔고, 앞으로도 같을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