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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미일 안보협력 강조했지만…日 이중적 태도에 먼나라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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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대중 정책에서 '3국 안보협력' 원하는 미국
한국 군사정보는 필요하다면서 '과거사' 결부시켜 강경한 일본
실질적인 안보협력 방안은? "미국도 대안 없다"
비핵화 문제에서도 한국은 '위협 감소', 일본은 '선 비핵화'
미국도 '상호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 협력' 언급 수준에서 봉합

2020년 9월 한국과 미국·호주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가 참가한 퍼시픽 뱅가드 훈련 모습. 미 국방부 영상정보시스템

 

한미 양국은 18일 외교·국방장관(2+2) 회의에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역내 평화와 안보 그리고 번영을 증진하기 위해 '상호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미국이 한참 전부터 대북·대중정책의 일환으로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을 강조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 두 나라의 속내와 현실적인 문제로 실질적인 '안보협력'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한국 군사정보는 필요하다는데 '강경' 일변도 일본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한·미 외교·국방 장관 회의(2+2회의)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사이버 보안, 보건안보, 기후변화 문제 등 국경을 초월한 다양한 문제를 다뤘고 한미일 협력을 통해 위협을 다뤄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중국의 반민주주의적 행동에 대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로 직후였다.

미국은 한미일 공조를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물론, 나아가 중국까지 견제해야 한다는 전략을 강조한다. 일본 역시 한국과의 군사협력 자체는 원한다.

일례로,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생기는 레이더의 음영구역(탐지가 불가능한 영역) 때문에 북한 미사일 발사 탐지에는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한국의 레이더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에서 정보를 공유받아야 발사 여부를 빠르게 알 수 있으며 이는 자국 안보와도 직결된다.

한일은 2014년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과 2016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통해 1급을 제외하고 2급 비밀까지의 군사정보를 공유해 오고 있다. 여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2019년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확정으로 일본이 수출 규제를 시작하면서부터다.

그해 8월 한국이 GSOMIA를 종료하겠다고 발표하자 미 당국자들이 '실망과 우려' 등의 발언을 쏟아내는 등 외교적 압박을 동원한 중재에 나섰다. 3개월 뒤 한국이 조건부로 종료 통보의 효력 정지를 발표함으로써 이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개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9년 11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지소미아' 완전 종료 12시간 긴급행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아베규탄시민행동 관계자들이 관련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이한형 기자

 

일본이 전향적으로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한국이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3.1절 기념사에서도 과거사와 경제·안보 문제를 분리해서 접근하자는 '투트랙' 방침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블링컨·오스틴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는 "한일관계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번영에 매우 중요하고 한미일 협력에도 굳건한 토대가 되는 만큼 양국 관계 복원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이 전했다.

하지만 지난달 12일에도 일본은 강창일 신임 주일대사와 외무성 아키바 다케오 사무차관의 면담에서도 한국 측의 시정책을 요구하는 등 계속해서 강경한 분위기다.

◇한국도 안보협력 언급은 하지만, 실질적으론 개점휴업

이런 상황에서 한일이 '안보협력' 분야에서 실질적이고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안보협력의 가장 명확한 지표로 꼽을 수 있는 연합훈련의 경우, 코로나19 등의 상황으로 육군과 공군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며 바다에서 만날 일이 종종 생기는 해군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해군은 지난해 8월 미국 하와이 근해에서 열린 다국적 환태평양훈련(RIMPAC), 직후 괌까지 이동하면서 미국·호주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와 함께한 연합기회훈련, 마찬가지 3개국과 함께하는 '퍼시픽 뱅가드(Pacific Vanguard)' 연합훈련에 참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사람 대 사람이 만날 일은 없다시피 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이 한·미 외교·국방 장관 회의를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안보협력의 방법론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2+2 회의 기자회견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은 "한미일 군사협력과 관련해, 미 측이 새롭게 부상하는 안보 위협과 국제정세를 고려해 볼 때 3국간 안보협력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며 "우리도 일본과 과거사 문제가 있긴 하지만,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한미일 안보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에 기본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후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는 "지난해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Tri-CHOD), 3국간 차관보급 안보회의, 연합훈련과 군사교류를 정상적으로 실시했고 올해에도 이러한 안보협력 기조를 유지하고자 한다"며 "6월로 예정된 샹그릴라 다자안보회의 등 계기에 한미일 고위급 정책협의를 실시하고, 각 군 차원 교류와 다자연합훈련에 참여하는 등 안보협력을 지속적으로 유지·강화해 나갈 것이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과거사 문제의 매듭을 풀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듯, 서 장관이 언급한 스케줄들도 대부분 이미 예정돼 있는 수준 정도다. 실무적으로 안보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새로운 키포인트가 없는 셈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문 대통령과 블링컨·오스틴 장관의 만남에서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일관계의 구체적 현안에 대한 논의는 없었고, 한미일 협력과 한일관계 개선이 중요하다는 데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자문연구위원은 "현안과 과거사 문제를 분리하자는 우리의 제안을 일본이 거부한 상태에서 사실 미국의 대안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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