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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시민단체 "램지어 논문 연구윤리 위반 심각…즉각 사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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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역사연구회 등 49개 단체 성명…"'학문의 자유'와 양립 불가"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연합뉴스

 

국내 역사학계와 시민단체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한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마크 램지어 교수에 대해 "학술 논문이 지켜야 할 연구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규탄했다.

한국역사연구회와 역사문제연구소,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등 49개 학회 및 시민단체들은 18일 공동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두고 "일일이 지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사료를 선택적으로 활용하거나 왜곡했다"며 "그는 논문의 핵심 논거인 '위안소'의 계약관계를 뒷받침할 한국인 '위안부'의 계약서가 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시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 문옥주가 겪었던 삶의 전체 맥락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많은 수입을 올린 것으로만 왜곡했고, 그녀가 저금해놓았던 일부 수입조차 돌려받지 못한 채 작고한 사실은 외면했다"며 "이는 문옥주의 증언을 '위안부' 부정론의 시각으로 절취해 피해자의 목소리를 찬탈하고 가해자의 입장을 정당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시 상황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여성의 현실을 간과한 논문의 반(反)인권성도 문제로 꼽았다.

이들은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식민주의와 전쟁, 가부장제 아래에서도 모든 인간의 권리는 보호되어야 한다는 인류의 보편적 합의를 위반했다"며 "여성의 신체를 상품이자 군수품처럼 취급했던 당시의 상황을 외면하고, 여성들이 자발적 계약에 따라 돈을 벌기 위해 '위안부'가 됐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시아·태평양 전쟁에서 발생했던 체계적 강간과 '성노예제(sexual slavery)' 개념을 확립하고 일본 정부의 책임 불이행을 문제시하며 여성의 인권·평화라는 보편적 가치를 확립하고자 했던 유엔 국제노동기구(ILO) 등의 권고를 모두 무시한 처사"라며 "이는 지난 2007년 만장일치로 통과된 미(美) 하원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이 이 문제를 20세기 최대 인신매매 사건으로 규정하고 일본의 전쟁범죄 축소 노력을 비판한 것과도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83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기자회견에서 한 시민이 마크 램지어 하버드 로스쿨 교수를 비난하는 내용의 손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그의 주장이 '학문과 표현의 자유'와 결코 양립할 수 없다며, "의도적 역사부정론과 혐오의 맥락 위에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역사학은 인문과학으로서 오류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고, 동일 사안을 두고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합당한 근거에 기반하지 않았고, 방대하게 축적된 '위안부' 피해자와 가해자의 증언을 외면했다"며 "'위안부'가 '성노예'가 아닌 '매춘부'라는 그의 주장은 일본 극우의 '위안부' 혐오 소수자 혐오담론과 공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우리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발표되고 유통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며 "홀로코스트를 부정하여 의도적 역사왜곡으로 판결을 받은 영국의 데이빗 어빙의 사례와 같이 학문적 성실성을 훼손하고 인류 보편의 가치를 무시하는 글에 대해선 학문과 표현의 자유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가짜뉴스'나 '탈진실'이라는 이름의 반지성주의가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을 보며 이 사태가 단순히 램지어 교수 한 명의 일탈에 그치지 않을 것을 우려한다"면서도 "이번 사태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연구를 성찰하고 앞으로 더욱 심도 있는 연구를 축적해가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램지어 교수가 본인의 반여성적·반인권적 역사인식과 역사활동을 반성하고 사죄할 것 △그의 논문을 실은 '국제법경제학리뷰'(IRLE)가 지금이라도 논문 게재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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