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안나경 기자
정부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제주시 한 어린이집이 아동학대 사건으로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행정기관의 부실한 관리 감독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더욱이 제주시청에서도 해당 어린이집을 사전 점검하거나 평가하는 과정에서 폐쇄회로(CC)TV도 확인했지만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제주도와 행정시 등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건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제주시 A어린이집은 지난해 1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육진흥원 평가에서 최고점인 A등급을 받았다.
한국보육진흥원은 보육과정과 상호작용에 대한 종합의견에서 교사의 학습 방법과 영유아와의 상호 작용이 바람직하게 이뤄졌다고 평가하는 등 △보육과정 및 상호작용 △보육환경 및 운영관리 △건강‧안전 △교직원 등 모든 평가 영역에서 '우수' 등급을 줬다. A등급은 오는 2024년 1월 14일까지 효력이 있다.
특히 한국보육진흥원이 평가하기 전 제주시가 사전 점검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평가대상으로 확정된 어린이집은 해당 시군구가 사전점검을 하거나 위반이력사항을 확인해야 하는 절차때문이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이에 따라 제주시는 A어린이집에 대해 보육실의 설치기준과 교직원 배치기준, 어린이집의 설치 기준, 비상재해대비시설 설치, 영유아 및 보육교직원 보험 가입 여부 등 5개 기본사항을 점검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기본사항과 위반이력사항을 사전 점검했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며 "아동학대 관련 항목이 사전 점검에서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주시에서 A어린이집의 이상징후를 발견할 기회는 또 있었다.
제주시가 지난해 12월 A어린이집을 직접 찾아 급식 전수 점검을 했고 A어린이집의 CCTV를 1시간 가량 살펴봤기 때문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원장실에서 각 보육반에 설치된 CCTV를 랜덤으로 확인했지만 급식시간이어서인지 학대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며 "만약 그때 문제가 발생했다면 곧바로 고발 조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시가 사전 평가도 하고 점검 과정에서 CCTV까지 확인했지만 학대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고 그러는 사이 A어린이집은 정부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것이다.
이에 대해 제주시 관계자는 "지자체 사전 점검 과정에서 아동학대 여부를 살펴보는 항목이 없어 A어린이집이 결과적으로 우수등급까지 받게 됐다"며 "제주시 지역 모든 어린이집을 담당 부서 4명의 직원이 관리감독하는 한계도 있다"고 설명했다.
황진환 기자
실제로 2월 말 현재 제주시 지역에는 국공립 어린이집 22곳과 민간 어린이집 168곳을 비롯해 법인 단체와 가정 등 모두 364곳의 어린이집이 등록돼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이달부터 국공립 어린이집 22곳을 시작으로 아동학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집중 점검에 돌입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해당 부서 직원들이 부족해 다른 직원들의 도움도 받는다"고 밝혔다.
CBS노컷뉴스가 단독보도한 제주시 모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해 8일 현재 제주경찰청은 보육교사 5명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해당 어린이집의 교사는 10여 명으로 사실상 절반에 이르는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피해 아동 수는 13명으로 잠정 집계됐지만 경찰이 해당 어린이집의 CCTV를 매일 확인하고 있어 피해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경찰이 지난해 11월 9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CCTV를 확인한 결과 가해 교사들이 1살~3살에 불과한 원생들의 머리와 배를 주먹으로 때리거나 손을 잡고 질질 끌고 가는 모습이 CCTV에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