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안나경 기자
제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교사들이 원생 10명을 학대한 정황이 확인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피해 아동에는 어린이집 원장의 외손녀와 친손녀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경찰청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혐의로 교사 2명을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제주시 한 어린이집에서 1세부터 3세 사이의 원생 10명을 주먹과 발로 배와 머리 등을 수시로 때리는 등 신체적 학대를 가한 혐의다.
한 학부모가 확인한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한 아동이 문틈을 통해 다른 반을 들여다보자, 교사가 문을 열어 주먹으로 이 아동의 배를 수차례 때리는 모습이 담겼다.
또 다른 영상에는 한 아동이 간식을 먹지 않자 교사가 발로 엉덩이를 툭툭 치는가 하면 주먹으로 머리를 때린다. 또 이 아동이 바닥에 쓰러지자 한 손을 붙잡고 질질 끌고 다녔다.
특히 영상에는 교사들이 3세에 불과한 반 학생들에게 한 아동을 번갈아가며 때리도록 한 정황도 담겨 있다. 아이들이 아동을 돌아가며 때리는데도 교사들이 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교사가 의도적으로 CCTV를 가린 채 학대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한 학부모는 "교사가 아이를 테이블로 데리고 왔다. 아이가 엎드린 채 있는데, 또 다른 교사가 CCTV 쪽을 등지고 있었다. 우리 애가 뭔 일을 당하는지 모르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피해 아동 10명 중에는 어린이집 원장의 외손녀(2)와 친손녀(3)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경찰청. 고상현 기자
어린이집 원장의 며느리인 A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영상을 보니 선생님의 학대가 상습적이다. 누구 한 명을 타깃으로 정한 게 아니라, 습관적인 손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피해 아동 중에 우리 애와 아가씨(원장 딸) 애도 있었다. 특히 우리 아가씨는 이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을 해왔는데도 그동안 학대 사실을 눈치 챌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15일 2세에 불과했던 또 다른 피해 아동이 누가 잡아당긴 듯 귀가 빨개진 채로 집에 돌아왔고, 다음날 학대를 의심한 학부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학대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이 최근 4개월 치 어린이집 CCTV 영상을 분석해 보니 학대 모습을 확인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피해 아동 수와 가해 교사 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대 사실이 CBS노컷뉴스 단독 보도로 알려지며 공분이 일자, 어린이집 측은 사과문을 통해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에 대해 큰 충격을 드려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어린이집 측은 "한 달에 한 번씩 선생님들에게 아동학대 교육을 해왔고, 아동학대 체크리스트도 해왔다. 그런데도 이런 상황이 발생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당장이라도 어린이집을 그만두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지만, 그럴 수도 없는 실정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한 명의 아이라도 피해 없이 보육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