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해결하겠어요?"…체육단체 선거 후폭풍에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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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복싱협회, 후보 당선 한 달 뒤 '당선무효' 결정 번복
체육단체장, '대회 개최·선수 자격·상벌' 등 막강 권한
17개 시·도 체육회 소속 종목단체 8곳, '당선무효' 분쟁
각 단체 선관위, 통일적인 규정 적용·중립성 확보 관건
문체부 "대한체육회와 협의, 선거제도 개선 등 살펴볼 것"
정부, 종목단체별 징계정보 통합관리 등 학폭 대책 발표

대한복싱협회 공지사항 캡처
정부가 최근 체육계에서 불거진 '학교운동부 폭력' 사태를 뿌리 뽑기 위한 방안을 내놨지만, 대책을 마련하고 집행해야 할 종목단체 일부는 회장 선거 후폭풍으로 사실상 업무 마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선출된 종목단체 회장을 두고 잡음이 일면서 집행부 구성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26일 체육계에 따르면, 대한복싱협회는 지난 19일 단독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윤정무 전 경기도복싱협회장에게 당선무효 결정을 내렸다. '사전 선거운동 금지조항', '위탁선거법', '제3자에 의한 선거운동 금지조항'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대한복싱협회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15일 당선을 확정했지만, 한 달이 지난 뒤 이사회가 이를 번복하고 당선무효 결정을 내린 것이다. 결국 회장을 비롯해 새 집행부가 출범하지 못하면서 각종 현안 처리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대한컬링경기연맹과 대한레슬링협회도 회장 선거 이후 당선무효 파동을 겪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도 대한체육회가 인준을 거부해 새 집행부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

현재 대한체육회에는 78개 회원종목단체가 속해 있고, 지역별 종목단체들도 있다. 17개 시·도체육회 산하의 종목단체만 놓고 보면, 대한복싱협회처럼 단체장 당선 무효 결정이 내려진 곳은 8곳이다. 시·군·구 산하 종목단체까지 포함하면 선거 잡음이 불거진 곳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체육단체장, '대회 개최·선수 자격·상벌' 등 막강 권한

체육단체장은 각종 대회를 개최하고 선수 자격 여부나 상벌 등의 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급수를 측정하거나 평가하는 종목에 대해서는 체육단체장의 이해관계에 따른 영향력이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과거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체육단체장을 겸직할 때에는 체육회 등이 선거 조직으로 악용되는 사례도 있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이에 따라 제도 개혁에 나선 체육계는 운동선수가 주축인 전문체육과 동호회 성격의 생활체육을 통합하는 작업을 이루는 한편, 정치와 체육을 분리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체육단체장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이 겸직할 수 없다'는 취지로 국민체육진흥법이 개정돼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됐고, 단체장 선거에는 과거 소수의 대의원단을 넘어 동호인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잇따른 각종 체육단체장 선거에서 오히려 더 큰 파열음이 나오고 있는 것. 충남도태권도협회장 선거의 경우 후보자 자격 논란이 불거졌다. 지방의회 의원이 후보자로 나섰는데 의원 신분으로 체육회장을 겸직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인천빙상경기연맹 회장 선거에서는 임원이 후보자로 나설 경우 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된 날 사직해야 하지만, 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입후보해 당선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외에도 지난달 치러진 광주 남구와 동구 농구협회장 선거에서는 '무자격 선거인단' 의혹이 불거졌고, 군산시축구협회도 선거인단 구성을 놓고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져 재선거가 이뤄지기도 했다.

◇각 단체 선관위, 통일적인 규정 적용·중립성 확보 관건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관련 법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맡는다. 하지만 종목단체는 대한체육회 규정을 기준으로 각 단체가 '회장선거규정'을 만들어 독자적으로 치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단체별로 통일적 규정을 적용하거나 해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서울시체육회 회원종목단체 실무자협의회 법률자문을 맡는 조범수 변호사는 "상부단체의 규정을 그대로 가져와 하부단체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한 면이 있다고 보인다"면서 "선거 관련 규정을 통일적으로 제정하거나 개정한 이후, 단체들의 지역이나 종목별 특성을 고려해 해당 규정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거 관리도 각 단체에서 자체적으로 맡다 보니 중립성 논란도 일고 있다.

선거 위반 논란에 휩싸인 한 종목단체 관계자는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할 때 기존 회장의 권한이 너무 세다"며 "자체로 하다 보니 회장이 공평하게 선거관리위원을 위촉한다고 하더라도 지인이나 안면이 있는 인사가 포함될 여지가 커 중립을 잃기 쉽다"고 토로했다.

외부인사 2/3 이상을 선거관리위원으로 구성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선거관리위원회를 꾸리는 회장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문체부 "대한체육회와 협의, 선거제도 개선 등 살펴볼 것"


체육계 학폭 사태 속에 종목별 단체의 역할을 강조했던 문화체육관광부도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문체부의 한 관계자는 "선거 과정에서 소송에 휘말리거나 가처분 등 여러 분쟁이 있는데 분석 중"이라며 "대한체육회와 협의해 제도적으로 개선할 것은 없는지 들여다보고 관련 규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는 지난 24일 '학교운동부 폭력 근절 및 스포츠 인권보호 체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학교폭력. 그래픽=고경민 기자
특히 오는 2022년까지 종목단체별 징계정보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계기관과 협의를 통해 가해 학생선수의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조치를 징계 정보에 포함해 통합 관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국민체육진흥법 등 관련 법 개정이 추진된다.

이를 통해 프로스포츠 구단, 실업팀, 국가대표, 대학 등에서 선수를 선발할 때 학교폭력 관련 이력을 확인해 선발을 제한하기로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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