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지사, 무더기 계약 해지…쎈수학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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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법 보호 사각지대 영업지사의 설움
거래 지사 80%와 일방적 계약 종료 통보…업계 '사실상 대량해고'
지사 "본사의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지위를 이용한 거래거절" 주장
업계 "지사에 지급하던 수수료를 본사 수입으로 돌리려는 것" 평가
"지사·가맹점의 자진 폐업 유도해 사업 철수 비용 최소화하려는 본사의 전략" 지적도

프랜차이즈 사업의 가맹지역본부 역할을 하는 지사들이 법 보호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프랜차이즈 사업 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본사-지사 관계는 기존의 원청업체-하청업체와 다른 독특한 계약구조를 갖고 있다. 지사는 본사의 가맹정책에 따라 수입과 노동방식이 정해지지만 위수탁사업자이기 때문에 소상공인의 권리도, 노동자의 권리도 갖고 있지 않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CBS노컷뉴스는 3차례에 걸쳐 최근 불거진 신사고 아카데미 사례를 통해 영업지사의 어려움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영업지사, 무더기 계약 해지…쎈수학에 무슨 일이?

(계속)


신사고아카데미 산하 '쎈수학러닝센터' 지사장들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 쎈수학러닝센터지사혐의회 제공

 

국내 중·고교 수학 학습서 전문 출판사인 좋은책신사고㈜의 학원 프랜차이즈 자회사 신사고아카데미㈜의 영업지사들이 본사로부터 부당 계약해지를 당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관련업계는 이같은 본사와 영업지사간 대량 계약해지 상황이 나온 건 이례적이라며 주목하고 있다.

◇ 거래 지사 80%와 일방적 계약 종료 통보…업계 ‘사실상 대량해고’

22일 쎈수학러닝센터지사협의회 등에 따르면 쎈수학 러닝센터지사장 A씨 등 29명은 최근 신사고아카데미㈜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들은 또 최근 모회사인 서울 강서구 신사고아카데미㈜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어 '원칙없는 대규모 계약해지로 지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규탄 집회를 여는 등 본사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이같은 활동을 벌이는 건 지난달 20일 본사가 아무 설명없이 전체 가입지사의 80%가량에게 인터넷 공지와 문자 메시지를 통해 약정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대량 계약파기 사태가 '사실상 대량해고'와 다를 바 없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평가가 나오는 건 본사와 지사간 독특한 계약관계 때문이다.

신사고아카데미는 모회사인 좋은책신사고가 출판한 초·중·고교 학습서인 '쎈 시리즈'를 교재로 이용한 프랜차이즈 학원(가맹점)인 '쎈수학 러닝센터'와 '스마트쎈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쎈수학 러닝센터는 2012년부터, 스마트쎈 클래스는 2017년부터 시작했다.

본사는 가맹점에게 교재와 인터넷 강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사(가맹지역본부)는 가맹점 영업과 관리를 담당하는 대가로 본사로부터 가맹점이 본사에 내는 로열티와 교재구입비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 받는다.

신사고아카데미와 지사는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영업실적 저조나 본사가 가맹점을 운영하기 어려울 만큼 경영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등 중대한 사유가 있을 경우가 발생하지 않는 한 본사와 지사간 계약은 갱신하는 지속적 거래계약이다.

지난해 초 기준 쎈수학 러닝센터는 전국 36개 지사에 452개 가맹점, 스마트쎈 클래스는 32개 지사에 397개 가맹점을 둔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로 성장했다.

◇ 지사 "본사의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지위를 이용한 거래거절" 주장

지사장들은 지난해부터 이상한 조짐이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본사가 지난해 1월부터 각 지사에게 아무 이유없이 "앞으로 신규 가맹점을 받지 않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사 입장에서는 앞으로 영업 업무를 하지 말고 기존 가맹점이 본사에 내는 교재구입비 일부만 수입으로 받아가라는 의미다.

이와 함께 각 학원(가맹점)에게 제공하던 서비스도 점차 줄이기 시작했다. 더 이상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된 지사와 서비스가 줄어들면서 학원장과 수강생의 불만도 커졌다. 본사는 새로운 가맹정책을 발표하겠다고 알린 뒤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1년 뒤 본사가 대부분의 지사와 계약을 일방 파기했다. 신사고아카데미가 이번에 계약해지를 통보한 지사는 쎈수학러닝센터 관련 28곳, 스마트쎈 클래스 관련 25곳 등이다.

지사장들은 이번 본사의 행보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 가운데 '거래거절'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사업자가 지위 등을 이용해 특정 사업자의 경제활동을 곤란하게 하거나 특정 거래를 강제하기 위해 거래를 중단한 것이라는 의미다.

이번에 계약해지를 통보한 지사 가운데는 영업 실적 상위 10곳에 들어가는 지사와 계약관계가 수년째 이어진 지사, 사실상 영업을 2달 밖에 하지 못한 지사 등이 포함됐다. 계약 해지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 하지 않은 지사라도 본사의 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지사는 이번 사태의 배후로 신사고아카데미의 모기업인 좋은책신사고를 지목한다. 두 회사는 계열 관계에 있지만 사실상 같은 회사라는 것이다. 신사고아카데미의 주주구성이 좋은책신사고 대표의 자식들로 구성된 데다 대표이사도 두 업체 모두 동일하다. 또 사업장도 같다.

◇ 업계 "지사에 지급하던 수수료를 본사 수입으로 돌리려는 것" 평가

업계에서는 신사고아카데미의 행보를 놓고 평가가 분분하다. 대부분은 본사가 지사에 지급하던 수수료 등을 오롯이 본사의 수입으로 바꾸기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프랜차이즈 사업이 안정 궤도에 진입하면 지사(가맹지역본부)를 두지 않아도 충분히 가맹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사에 지급하던 수수료 등을 지출로 인식하고 이를 정리하려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타 학원 프랜차이즈 업체 지사장은 "프랜차이즈 사업 초창기에는 많은 영업·마케팅 비용이 지출되는 데 본사 입장에서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지사 체계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며 "본사 입장에서는 초기 사업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지사는 열심히 영업 실적만큼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 초창기에는 이 체계가 잘 운영되지만 안정기에 접어들수록 이익을 늘리려는 본사와 영업의 성과를 받으려는 지사와의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사고아카데미의 경우 모기업인 좋은책신사고가 국내 중·고교 수학 학습서인 '쎈수학' 시리즈가 올해 초 기준 누적 3천500만부가 팔리는 등 해당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발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타 학원 프랜차이즈 업체 지사장은 "신사고아카데미 사례는 본사와 지사간 사이의 갈등 사례 중에 가장 악질적"이라며 "어떤 프랜차이즈 업체도 이렇게 한꺼번에 지사와 계약해지를 한 경우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 "지사·가맹점의 자진 폐업 유도해 사업 철수 비용 최소화하려는 본사의 전략" 지적도

일부에서는 신사고아카데미가 학원 프랜차이즈 사업을 종료하기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4월 신사고아카데미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하는 정보공개서를 자진 취소했기 때문이다.

정보거래서는 프랜차이즈 업체가 사업을 하기 앞서 지사나 가맹점과 계약을 맺을 경우 부당한 내용이 없는지 등을 공정위가 확인할 수 있도록 제출하는 문서다. 가맹거래계약서 등이 정보거래서 첨부 서류에 포함된다. 이를 취소했다는 건 공정위에게 앞으로 가맹거래사업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전조현상'으로 이해된다.

즉 신사고아카데미가 지사와는 계약을 끊어 영업 행위를 멈추고, 가맹점에는 서비스 품질을 줄여 가맹점 스스로 폐업하도록 유도하는 '고사(枯死)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는 본사와 지사가 갈등하지만 마지막에는 본사와 가맹점 간 갈등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본사가 사업을 접으려면 미리 그 결정을 알려 지사와 가맹점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데 이는 그러한 노력조차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가맹거래법이 아직 프랜차이즈 사업 종료시 구제책을 규정하지 못했다는 점을 노린 행보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사고아카데미 관계자는 "현재 지사들과 분쟁 중이기 때문에 입장을 내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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