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송중기가 '조성희표 SF'에 끌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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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우주 SF '승리호'를 말하다 ②
승리호 조종사 태호 역 배우 송중기

한국 최초 우주 SF '승리호'에서 태호 역으로 열연한 배우 송중기. 넷플릭스 제공
최첨단 무기로 무장하고 광활한 우주를 누비는 거대 우주선. 흔히 생각하는 우주 SF 속 이런 이미지와 달리 '승리호'(감독 조성희)는 늘 수리해야 할 부분이 나오는 낡은 우주쓰레기 청소선이다. 승리호 조종사 태호 역시 구멍 난 양말에 해진 신발을 신은 채 조종간을 잡는다.

태호는 전직 우주개발기업 UTS(Utopia Above The Sky) 기동대 에이스 출신이다. 지구로부터 온 불법 이민자를 검거하는 작전을 나갔다가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겪고 사람을 죽이는 자신의 임무에 회의를 느낀다.

태호는 상부의 명령에 불복종해 살상을 거부하고 모든 것을 빼앗긴다. 이후 한순간에 꼭대기에서 완전 바닥으로 떨어진 그는, 승리호 선원들을 만나며 잊고 있던 감정을 다시 깨우치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며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우주 곳곳을 넘나들며 활약하는 모험 활극 주인공 중 한 명인 태호 역의 배우 송중기를 최근 온라인을 통해 만났다. 그에게서 한국 최초 우주 SF '승리호'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이번 작품으로 얻은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 최초 우주 SF 영화 '승리호'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한국 최초 우주 SF? '조성희표 SF'라 끌렸다

- '승리호'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껴서 참여하게 됐나요?

"한국 첫 우주 SF라는 점에 흥미를 느꼈던 건 아니에요. 조성희 감독님 작품을 워낙 좋아해서 '조성희'라는 사람의 새로운 작품이라는 데 더 큰 의미를 뒀어요. 그리고 '승리호'의 이야기를 듣고 우주선에 태극기가 붙어 있고, 한글로 '승리호'라는 글자가 쓰인 모습을 떠올렸는데 그 이미지가 강렬했죠. 무조건 하고 싶었고, 다른 사람에게 태호를 맡길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 할리우드 SF 영화에 익숙한 영화 팬에게 '승리호'만이 갖는 특별한 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승리호'와 관련해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가 이게 아닐까 싶어요. 다들 한국에서 우주 SF 영화를 한다고 하면 물음표가 있었던 게 사실인 것 같아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CG나 이미지가 없고 텍스트만 있었죠. 한글로 '승리호'라는 글자가 적혀 있고, 태극기가 그려져 있다는 텍스트를 보고 좀 소름이 돋았던 건 사실이에요. 저도 관객으로서 못 봤던 그림이고, 결과물이 잘 나오면 관객분들도 좋아하시지 않을까, 신선해 하시지 않을까, 내가 느끼는 기분을 그대로 느끼지 않을까 이런 확신이 있었어요."

- 극 중 우주 유영 장면 촬영이 어려웠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점에서 어려웠고, 당시 촬영 과정은 어떠했는지 듣고 싶습니다.

"저도 어떻게 찍을지 무척 궁금했던 테크닉이었어요. 카메라, 조명, 특수효과, CG, 배우 등 각 분야에서 리허설을 많이 했어요. 각자 리허설을 하고 모여서 테스트를 했죠. 배우들뿐 아니라 스태프들도 처음 하는 테크닉이라 긴장했던 것도 사실이에요.

처음에는 '그래비티'도 보고 각종 메이킹을 많이 찾아봤어요. 그런데 결국 우리 식대로 하는 게 답이더라고요. 우리 방식대로 촬영이 잘 된 것 같아요. 지금은 다른 영화 현장에서 어떻게 찍었는지 질문이 많이 들어와요."


한국 최초 우주 SF 영화 '승리호'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조성희 감독의 정서가 녹아든 태호, 승리호 크루를 만나 성장하다

- 태호의 곁에서 가장 오랜 시간 함께한 송중기씨가 본 태호는 어떤 인물인가요?

"태호는 어떻게 보면 조성희 감독님의 개인적인 정서가 가장 많이 들어가 있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어요. 원래 태호의 이름은 '늑대소년' 주인공과 같은 철수였어요. 감독님과 이야기하다가 바뀌었죠. 그만큼 감독님께서 만드신 캐릭터의 결이 감독님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그 이야기인즉슨, 태호는 속마음은 굉장히 따뜻한 사람인데 그걸 밖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게다가 큰 사건을 겪게 되면서 마음의 문이 닫히죠. 이후 승리호 크루를 만나면서 몰랐던 방법을 하나씩 알아가는, 성장하는 인물이라 생각해요."


- 태호라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셨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쉽게 변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태호도 그럴 거라 생각했어요. 큰 사건을 겪었기에 잠시 정체해 있었던 거라고 본 거죠. 서사 과정에서 왜 태호가 이렇게 마음이 닫혔는지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기술적으로 몽타주로 짧게 표현됐는데요. 그래서 어떻게 동선을 짜고, 어떻게 감정을 잡고, 그렇게 잡은 감정을 빠른 시간 안에 몽타주 안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표현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 장 선장 김태리, 타이거 박 진선규, 로봇 업동이 유해진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선규 형은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인데, 실제 타이거 박과 싱크로율이 높은 인물이었어요. 그리고 김태리씨는 요즘 안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거 같아요. 너무나 러블리한 사람이자 배우였죠. 해진이 형은 굉장히 철학적인 사람이에요. 생각의 깊이가 굉장히 깊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공통점은 세 명의 배우 모두 여유가 넘치는 사람이고, 여유만큼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라는 거예요. 서로 보이지 않는 배려를 하면서 같이 작업했기에 지금 우리들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나 싶어요."


한국 최초 우주 SF 영화 '승리호'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익숙함을 거부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송중기

- 으레 우주 SF 속 우주선을 조종하는 건 멋있는 모습으로 많이 그려지는데, 영화 속 태호는 낯설면서도 친숙한 모습을 보입니다. 구멍 난 양말, 낡은 신발을 신고 조종석에 앉는다는 것은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굉장히 멋있고 샤프한 그런 조종사였다면 제가 안 끌렸을 거예요. 그런 역할들을 낯 간지러워하는 편이라 그런지 몰라도 저는 굉장히 친숙해서 좋았어요. 승리호는 삐까뻔쩍한 최첨단 우주선이 아니고 낡은 청소선이죠. 거기에 낡은 양말, 구멍 난 신발에 얼굴엔 찌든 때로 얼룩진 그런 것들이 조성희 감독님의 영화 색깔이라 생각해서 좋았어요.

그렇게 우주선 조종석에 앉아 조종하는 연기를 하는데, 영화를 보면 박진감이 넘치지만 사실 앞에는 아무것도 없거든요. 혼자서 해야 해서 막막했죠. 모든 걸 다 쥐어 짜내서 '이게 정답이겠지'라고 생각하며 했는데, 아마 혼자였다면 절대 해낼 수 없었을 거예요. 스태프들이 도와줬기에 가능했죠."


- 송중기씨는 '아스달 연대기' '승리호' 등 매번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배우인데요. 이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크게 다를 거 있겠어?' 하면서 하지, 크게 어렵다고 생각한 적은 거의 없는 거 같아요. 주변에서 어렵고 처음 하는 걸 많이 한다고 질문하시는데, 정작 저는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고 시작하지는 않았어요. 끌리는 걸 솔직하게 선택하는 거죠. 했던 역할을 또 하는 걸 싫어하는 편이기도 하고, 신선한 걸 좋아해서 그런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한국 최초 우주 SF '승리호'에서 태호 역으로 열연한 배우 송중기. 넷플릭스 제공
◇ '함께하는 힘'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 '승리호'


- '승리호'는 우주 활극인 동시에 그 안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연대가 만들어내는 커다란 힘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송중기씨께서는 척박한 환경, 절망적인 상황에서 발휘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의지와 그들이 만들어내는 연대의 힘을 믿으시나요?

"네. 그런 부분은 평소에도 굉장히 믿는 편이에요. '승리호' 역시 그런 부분이 좋았고, 평소에 제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기에 더 친숙하게 다가온 것도 사실이에요. 지금 촬영하고 있는 드라마 '빈센조'도 굉장히 척박하고 절망적인 상황에 있는 평범한 소시민들이 함께 어우러지고 부대끼면서 성장하는 이야기에요. 그래서 '빈센조'도 제가 더 공감한 거 같아요. 그만큼 평소에 제가 그런 부분이 있기에 그런 이야기에 끌리지 않나 싶어요."

한국 최초 우주 SF 영화 '승리호'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승리호'라는 최초의 시도에 참여하면서 송중기씨가 발견한 한국 영화의 가능성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리고 배우로서도 시야가 넓어지는 경험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어떤 부분에서 경험이 확장됐다고 느끼셨는지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배우로서도 그렇지만, 그냥 청년 송중기로서도 느낀 점은 '내 생각이 맞았구나' '좋은 사람과 협업하며 같이 머리를 싸매고 회의하다 보면 시너지가 나는구나'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게 중요하다'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어요.

한국 영화의 가능성이라면 전 결국 구성원들의 힘인 것 같아요. 지난해 콜롬비아에서 영화 '보고타'를 찍으면서도 그곳에서 배우들, 스태프들과 그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요. 한국 영화 스태프가 정말 수준 높은 지점에 올라 있다는 걸 먼 남미에서도 느꼈어요.

'승리호'를 하면서도 이걸 어떻게 찍을 수 있을까 했는데 결국 우리만의 방식으로 여기 와 있는 걸 보며 한국 스태프들에 대해서 정말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다시금 느꼈어요. 세계 1위를 하고 있다는 것도 기분 좋지만 우리가, 스태프가 만든 결과물이라 뿌듯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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