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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병상 매뉴얼 全無한 'K방역' 1년…인력기준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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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1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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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공병원 간호사들 "환자 폭증 대비계획 전혀 공유 안돼"
"음압격리병상 부족해 1인용 2사람이 써…주먹구구식 운영"
"보라매병원, 丁총리 답장 이후 인력 감축…간호사 격리 안해"
"간호사 1명당 '2.5명'이 적정…서울시 면담요구도 불응" 비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18일 서울 종로구 노들야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에 인력기준 마련 및 면담을 요구했다. 서민선 기자

 

코로나19 방역 전선의 최일선에서 확진자들을 돌봐 온 서울시 공공병원의 간호사들이 "'K방역의 영웅'이라는 명예 대신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인력'을 원한다"며 서울시의 주먹구구식 병상 및 인력 운영을 비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18일 서울 종로구 노들야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유행 이후 아무런 대비 없이 1년을 보내면서 간호사들의 노동은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확진자 발생정도에 맡겨져 왔다"며 "대구의 1차 대유행 당시 대구시는 '병상 준비가 다 됐다'고 이야기하지만, 현장 노동자는 아무도 어느 병원인지 알지 못했다. 똑같은 상황이 서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연대본부 현지현 조직국장은 "대유행이 올 때마다 병상이 부족해 집에서 대기하는 환자가 상당하다. 전국의 간호사들이 1차 때는 대구로, (지금은) 서울로 몰려들고 있다고 칭찬하지만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며 "K방역에 취해 있는 동안 아무 대비를 못해 이런 일이 반복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 대해 예측이 불가할 수는 있지만, 이를테면 200명 이상 확진되면 어떤 병원에서 몇 병상을 준비할 것인지, 400명이 넘어가면 어느 병원을 추가로 열 건지 계획이 있어야 하지 않나"라며 "기존 병실로는 부족한데 환자가 들어올 때 순차적으로 어떻게 수용할 건지 등의 매뉴얼이 병원에 마련돼있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전혀 노동자와 공유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은 이후에도 여전히 감염병 대응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대병원에서 일하는 최은영 간호사는 "감염병이 도래한 상황에서 국가적인 준비가 전혀 안돼 있다는 지점부터 출발하고 싶다. 메르스가 끝나고 나서도 대한민국의 국가격리병상은 198개 밖에 없다"며 "천만 인구가 살고 있는 수도 서울에는 43개 밖에 없고, 서울대병원 내 음압격리병상은 7개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확진자가) 대구에서 서울까지 와야 하는 일이 실제로 있었다"고 짚었다.

이어 "투석환자는 병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병원 자체가 문을 닫아버린다. 1주일에 2~3번 혈액을 걸러내야 생존이 가능한 중증환자가 갈 병원이 없어져 서울에 외래로 많이 오는 상황"이라며 "대구에서 앰뷸런스를 타고 오는 환자들은 아무리 빨라도 3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도중에)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다. 서울대병원도 (격리병상) 7개로는 운영이 어렵다 판단해 1인용을 2인용으로 쓰고 있는 상황인데 이마저도 넉넉지 않다"고 토로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18일 서울 종로구 노들야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에 환자 중증도에 따른 인력기준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서민선 기자

 

또 지난해 암이나 심혈관계질환 등 수술·시술이 필요한 대구·경북 환자들을 받기 위해 '위기대응병동'을 따로 만들기도 했지만, 병실 부족으로 인해 코로나 확진자를 이 공간에 수용하게 되는 일도 벌어졌다고 부연했다.

최 간호사는 "환자 수는 항상 많은 게 아니라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일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정부의 기본적 인프라가 깔려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서울의료원은 코로나 환자를 보게 되면서, (기존에) 치료를 받던 항암환자가 보라매병원에 다 몰렸다. 최소한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확진자가 어느 정도 되면 우리 병원에 얼마의 환자가 오고, 인력을 어떻게 대응하는지 등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6일 일반 병동에서 일하던 간호사 1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된 뒤 입원환자 등 다수가 감염된 보라매병원은 밀접 접촉자인 간호사들을 격리조치조차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보라매병원 김경오 간호사는 "지난달 29일 39병동에서 확진자 5명이 나왔고, 일주일 뒤인 지난 6일 82병동에서 간호사 1명 등 총 6명이 확진됐다. 하지만 병원은 직원 20여명을 자가격리시키고 코로나 확진환자만 코로나 병동으로 보냈다"며 "레지던트·인턴 등만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간호사는 격리가 안 됐다. 최초 확진 간호사와 밀접접촉한 간호사만 자가격리 조치했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인력 충원'을 호소한 보라매병원 간호사에게 답신을 보낸 뒤 오히려 해당 병원의 간호사 인력이 줄었다고도 전했다. 의료연대본부 박경득 서울지역지부장은 "'역사가 명예로운 이름으로 기억할 것이다. 마음 놓고 자랑해도 된다'는 (정 총리의) 편지를 받고 간호사들은 절망했다. 더 심각한 일은 보라매병원이 환자 수가 줄었다며 간호사 수를 줄인 것"이라며 "그 이후 일반환자 중 확진자가 나왔고, 이미 간호사를 줄인 코로나 병동에 그를 보내면서 난리가 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박종민 기자

 

이들은 대구시가 의료현장 및 시민단체들과의 면담을 통해 세운 간호인력기준을 일부 개선한 인력기준이 수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중환자실의 최중증환자는 간호사 1명당 환자 0.6명, 일반병상의 최중증환자는 1 대 1, 중증환자의 경우 1 대 2.5명(와상환자는 1 대 1) 등이 적합하다고 요구했다.

박 지부장은 "서울시는 그동안 아무런 답변이 없다가 이제 와 '연구용역 중인데 두 달 정도 걸리고, 실제 (인력) 투입은 반년 정도 걸릴 것'이란 어처구니 없는 답변을 하고 있다"며 "보라매병원장,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의 면담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구시에서는 코로나 대책회의에 노동자 대표가 들어갔는데 서울시에서는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구에서 (노조가) 300명 이상의 간호사를 인터뷰해 만든 인력기준을 무시하고, 노조 요구를 두고 (서울시) 시민건강국이 '간호사의 힘듦이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이야기도 한다"며 "서울시는 지금 당장 인력기준을 마련하고 면담 요청에 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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