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조성희 감독 "'승리호', 우리들의 우주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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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우주 SF '승리호'를 말하다 ①
우주 위에 '한국'을 그려낸 조성희 감독

한국 최초 우주 SF 영화 '승리호' 조성희 감독. 넷플릭스 제공
한국에 여러 형태의 SF 영화는 있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쉽지 않은 영역으로 존재했다. 특히 '우주 SF'는 할리우드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미국 영화 산업의 큰 축 중 하나다. 이러한 현실에서 2021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우주를 향해 SF 영화를 쏘아 올렸다. 바로 '승리호'다.

한글로 '승리호'가 적혀 있고, 그 밑으로는 태극기가 걸린 우주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 승리호의 선장과 선원조차 모두 '한국인'이다. 상상으로만 존재했던 영역을 스크린에 구현해 낸 것은 조성희 감독이다.

'한국 최초 우주 SF'라는 타이틀도 중요하지만, 조성희 감독은 단순히 장르적인 재미만을 추구하지 않았다. 그 안에 환경과 노동, 가족 등에 관한 사회적인 메시지까지 녹여내며 특유의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최근 온라인에서 조 감독을 만났다. 그에게 '승리호'를 통해 만들어낸 우주 공간과 그 안에 담긴 메시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 최초 우주 SF 영화 '승리호'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광활한 우주 위로 '한국형' SF를 쏘아 올리다

- 한국 최초 우주 SF '승리호'가 넷플릭스를 통해 드디어 공개됐는데요. 시청자(관객)들께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승리호'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삶을 고민하는 한국인이 출연하는 게 개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근사한 초능력자들이 아니라 우리 같은 사람들이 우주선을 타고 날아다니는 장면들을 귀엽게 봐주시면 좋겠어요."

- '승리호'가 공개 이후 넷플릭스 영화 순위 1위에 올랐었는데요. 할리우드 우주 SF에 친숙한 해외 시청자들에게 '승리호'의 어떤 점이 어필했다고 보시나요?

"아시아에서 드물었던 우주 SF 장르의 영화가 나왔다는 것과 어떻게 만들었을까 호기심과 관심을 가져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하게 생각하죠. 해외 관객분들이 한국에서 정말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느껴주시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이야기 구조에 대해 호불호가 상당히 엇갈리는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승리호'는 가족들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오락영화가 되기를 바랐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볼거리, 액션, 캐릭터 등 갖춰야 할 것들이 많이 있었죠. 그래서 어떤 건 모자란 부분이 있어요. 러닝타임을 효율적으로 쓰려다 보니 결과적으로 삭제된 장면도 있고, 그런 부분에서 드라마적으로 조금 아쉬운 부분이 생겼어요. 그렇지만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습니다."


- 그런 의미에서 온 가족을 아우르는 관객층을 위해 영화에서 더하거나, 양보한 부분도 있을까요?

"제가 어릴 때 아버지 손을 잡고 극장에 가서 '인디아나 존스'를 봤었는데, 어린이들에게 그런 영화가 될 수 있기를 바랐어요. 그렇다고 아이들만 보는 영화가 아니라 가족들 다 같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최대한 욕을 쓰지 않고, 폭력 장면 묘사도 굉장히 조심스러웠죠. 영화가 둥글둥글하게 만들어지길 바랐어요. 리뷰 중에 어떤 엄마가 아이가 또 틀어달라고 했다는 걸 봤는데, 아이가 좋아해 줘서 보람도 느꼈죠."

한국 최초 우주 SF 영화 '승리호'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우주 공간의 완벽한 재현…우주 액션의 쾌감까지

- 기술적인 측면이나 스토리에 있어서 영감을 받거나 참고가 된 작품이 있을까요?

"일단 기술적인 면에서는 사실 참고하고 제작 과정을 찾아본 것들이 너무 많아요. 카메라 무빙이나 노하우 등은 정말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게임, 하다못해 움짤(움직이는 사진이나 그림, 동영상 등)에서 많이 참고했죠. 스토리와 관련해서는 시나리오가 풀리지 않을 때 굉장히 많은 힌트를 얻었던 작품이 '코코'예요. 죽은 가족을 다시 만나는 부분이 있는데 거기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어요."

- 할리우드에 비하면 매우 적은 제작비로 지금의 기술적 수준을 구현하는 게 큰 숙제였을 것 같은데요. 제작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과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지요?

"시각효과 구현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실제 인물 촬영 부분과 풀 CG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가 하는 점이었어요. 두 번째로 우주 공간에 떠다니는 물체가 어떻게 보여야 조금 자연스럽게 보일까. 우주 공간에서 광질의 문제, 그러니까 빛이 어떻게 닿았을 때 조금이라도 더 자연스럽게 보여야 하는 부분이 관건이었죠.

세 번째는 속도감이었어요. 우주 추격전을 할 때 거칠고 박력이 넘치는 액션을 원했기에 어떻게 하면 그런 속도감을 구현할 수 있을까, 그게 어떻게 하면 가볍지 않고 큰 물체처럼 보이면서도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한국 최초 우주 SF 영화 '승리호'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승리호에 담긴 노동자의 현실…다양한 인종·언어에 담긴 의미

- 우주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를 디자인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승리호 우주선 디자인은 몇 가지 모티프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큰 트럭이에요. 조금 투박하기도 하고 거칠기도 하고 또 상처도 많이 나 있어서 우주선만 봐도 육체노동의 한계가 느껴지길 바랐어요. 우주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짐칸이에요. 생활공간보다 짐칸이 커요.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 만들어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가는 운명에 처한 사람에게 어울리는 구조라고 생각했어요."

- 아랍어, 러시아어, 중국어, 프랑스어, 타갈로그어 등 영화 속에 정말 다양한 언어가 등장하는 점 역시 기존 할리우드 SF 영화에서 보기 드물었던 점 중 하나로 보이는데요. 이처럼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언어를 영화 속에 등장시킨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지구에는, 육지에는 국경이 있고, 나라가 있고, 민족이 있죠. 그래서 다들 각자 나라에서 쓰는 언어도 있지만, 지구에서 떨어져 나온 우주라는 공간은 무국적 공간이길 바랐어요. 그리고 위성궤도 사회가 한 민족, 한 기업에서 출발한 것이라기보다는 국적이 없는, 모든 언어와 인종과 민족이 뒤섞인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죠. 그러기 위해서는 언어가 섞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만들었어요."

한국 최초 우주 SF 영화 '승리호'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폐허가 된 지구, 시민과 비(非)시민으로 나뉜 우주…꽃님이 통해 희망을 말하다

- 전작에 이어 또 한 번 아이를 등장시켜 메시지를 강화하고 분위기를 환기했습니다. 아이를 그리며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었는지, 그리고 아이를 희망의 상징으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승리호'에서 아이가 가장 현명하고, 작품의 주제와 핵심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좋아하는 대사가 있는데, 꽃님이가 태호에게 '우주에서는 위도 없고, 아래도 없대요. 우주의 마음으로 보면 버릴 것도 없고, 귀한 것도 없고요. 다 자기 자리에서 소중해요'라고 말하는 거예요. '승리호'의 스토리가 관객들에게 그렇게 읽히길 바랐어요. 너무 전복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뒤에 남겨진 사람 없이 모두 다 같이 함께 갈 수 있다는 거죠. 꽃님이(도로시)가 그걸 가능하게 하는 인물이라고 봐요.

저는 아이들에게서 도덕적으로 무결함을 봐요. 아이가 없으면 다 못된 사람만 나오는 것 같고, 저도 모르게 그런 부분에서 균형이랄까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꽃님이는 지켜줘야 할 존재이자 미래의 희망이죠. 그 아이를 지킴으로써 모두가 행복해져야 자연스러운 거 같아서 이번에도 아이를 등장시키게 됐어요."


- 역시 전작들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어린아이를 포함한 대체 가족 형태를 그려낸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감독님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굳이 말씀드리자면 가족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관심이 있는 거 같아요. '승리호'에서 한 명은 딸을 잃고, 한 명은 아버지를 잃었는데 이들이 다시 만나서 새로운 가족이 되는 과정이 나와요. 개인적으로 관객으로서 그런 모습을 많이 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한국 최초 우주 SF 영화 '승리호' 조성희 감독. 넷플릭스 제공
◇ "자신감 바탕으로 배우는 자세로 임하고자 한다"

- '최초'의 우주 SF 영화가 세상에 나오면서 한국 영화의 또 다른 가능성을 눈으로 확인하게 됐습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출자로서 얻은 영화적 성취는 무엇인지, 재정비해야 할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이렇게 많은 스태프와 일해 본 경험이 없어요. 이제까지 했던 작품 중 가장 많은 스태프와 가장 긴 기간 소통한 작업이자, 업무량도 가장 많은 영화예요. '승리호'를 통해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라기보다, 작업량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어요. 앞으로 어떤 영화를 하든지 "'승리호'도 했는데 이 정도 고생쯤이야"하는 마음이 들 거 같아요.

재정비 할 건 너무 많아서요.(웃음) 저는 아직 제가 모든 것에 능숙한 연출자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시나리오부터 마지막 마무리 작업까지 늘 배우는 자세로 임하려고 합니다."

오늘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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