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의 박혜진. 사진=WKBL 제공.
아산 우리은행의 간판 가드 박혜진은 여자프로농구 현역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다. 지금까지 통산 정규리그 MVP 5회 수상, 8년 연속 베스트5 가드 부문 수상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지금도 전성기의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
박혜진은 9일 오후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스타즈와 공동 1위 맞대결에서 30득점을 몰아넣으며 우리은행의 79대67 승리를 이끌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팽팽한 흐름 속에서 시작한 4쿼터를 앞두고 박혜진에게 "해줄 선수가 없다. 결국 네가 승부를 봐야 한다. 오늘 같은 경기는 져도 괜찮다.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한번 해보자"는 말을 했다.
박혜진은 응답했다.
승부처였던 4쿼터에 10득점을 몰아넣어 리그 최고의 빅맨 박지수가 18득점 18리바운드로 분전한 KB스타즈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이처럼 박혜진은 기량만 놓고 보면 변함없는 WKBL 최고의 가드다.
부상 때문에 시즌 출발이 늦었음에도 평균 16.9득점, 4.6리바운드, 2.8어시스트, 야투 성공률 50.3%, 3점슛 성공률 48.3%를 올리며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우승 도전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박혜진이 아무리 잘해도 정규리그 시상 부문에서 그 이름을 찾아볼 수는 없을 전망이다.
출전경기수 때문이다.
박혜진은 지금까지 우리은행의 27경기 중 16경기에 출전했다. 남은 3경기에 모두 뛰어도 20경기를 채우지 못한다. 정규리그 MVP 및 베스트5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전체 경기의 2/3에 해당하는 최소 20경기를 채워야 한다.
정규리그 MVP 경쟁에서는 KB스타즈의 간판 박지수가 가장 앞서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혜진으로서는 지난 8시즌 연속 지켰던 베스트5 가드 부문 자리를 놓치는 게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을 묻자 박혜진은 시즌 초중반 부산 원정 때 일화를 소개했다.
박혜진은 "BNK와 원정경기 때였다. 그때 부상 중이었는데 경기 막판 팀이 사실상 이긴 상황이었다. 2~3분 정도 남았는데 감독님께서 이기는 경기에 들어가서 한번 뛰어보라고 권하셨다. 그런데 너무 오래 앉아있어서 발이 굳었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발이라도 질질 끌고 나갈 걸 그랬나 생각한다. 감독님께서도 나중에 내 말을 진작 들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농담하셨다"며 웃었다.
만약 그때 박혜진이 위성우 감독의 말을 들었다면 연속 시즌 베스트5 선정 기록을 이어갈 기회를 잡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박혜진은 "그게 이번 시즌 제 운명"이라고 웃으며 "이번 시즌은 뭐든지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팀 성적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더 힘내고 싶다. '1'도 아쉽지 않다. 이렇게 뛸 수 있고 팀에 조금이나마 좋은 영향을 주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