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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그냥 남지 않는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옛말이 있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그 가치가 헛되지 않으면 계속 기억하고 찾게 되는 법.
시대가 바뀐 요즘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자동차의 외관, 바퀴, 형체 등 모든 것이 세월에 부쳐 사라져도 고객들의 뇌리에 인식됐던 그 이름만은 오래동안 남는다.
차량 이름은 차량 뿐 아니라 자동차 업체의 고유명사가 되기도 하며, 그 가치는 천문학적인 액수에 이르기도 한다.
''호랑이 가죽''과 같은 차량 이름은 올해 신차 열풍 속에서도 고스란히 남을 전망이다.
◈ ''''호랑이는 가죽을'''' 에쿠스는 이름을지난해 말 현대차 경영진과 마케팅팀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이유는 오는 3월 출시되는 신형 초대형 럭셔리 세단인 VI(프로젝트명) 차명 때문. 당시 현대차 측은 3~4개의 이름을 두고 검토를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VI는 국내 시장에서 수입 초대형 세단과 경쟁하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플래그십 모델인데다, 기존의 대형세단과는 전혀 새로운 차량이라는 점이 차명 결정을 더욱 어렵게 했다.
결국, 지난 1월 쟁쟁한 경쟁 차명을 가운데 낙점된 것은 ''''에쿠스(EQUUS)''''
명불허전(名不虛傳). 지난 99년부터 국내 시장에서 최고급 세단으로 통하던 ''''에쿠스''''가 다른 경쟁자를 물리친 것.
현대차 측은 에쿠스라는 이름에 녹아들어 있는 고객들의 애정과 세월의 깊이, 그리고 지난 세월 국내 초대형 세단으로 통용돼 ''''부와 성공의 상징 = 에쿠스''로 형성된 이미지를 높이 샀다고 한다.
에쿠스는 라틴어로 ''''개선장군의 말''''을 의미하며, 영어로는 ''''세계적으로 독특하고 독창적인 명품 자동차(Excellent, Quality, Unique, Universal, Supreme automotive)''''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에쿠스는 10년의 세월을 건너, 2세대 ''''에쿠스''''로의 도약을 준비하게 됐다.
특히 2세대 에쿠스는 고급스럽고 파워풀한 스타일과 현대적 감각의 조형미 외에도 차량의 차선이탈여부를 감지하는 차선이탈감지시스템(LDWS, Lane Departure Warning System) 등 다양한 최첨단 신기술이 적용돼 돌아온''''개선장군 말''''의 위용을 확실히 할 예정이다.
◈ ''''20여년의 쏘나타 족보'''' 6세대 쏘나타 이름은? 사실 차명과 관련해 이 차량을 빼놓을 수 없다.
그 이름은 바로 쏘나타. 85년 10월 스텔라에 2,000cc 엔진을 올린 쏘나타가 세상이 나왔으니, 20년의 세월이 이름 속에 녹아든 셈.
''''정식''''쏘나타가 88년 6월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쏘나타가 팔린 대수는 400만대가 훌쩍 넘는다. 이 정도면 나이로 보나 판매대수로 보나 국내 차량의 최고 ''''차명''''이다.
그런 쏘나타가 6세대 쏘나타를 준비하고 있다. 프로젝트 명은 YF.
현대차는 올 하반기 출시를 앞둔 신형 쏘나타의 이름은 당연히 ''''쏘나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쏘나타 브랜드가 확고하기 때문.
남은 관건은 ''이번 6세대 쏘나타는 어떤 식의 작명이 이뤄질 것인가''다.
98년 EF쏘나타로 시작한, 이름 앞에 코드네임을 붙이는 작명방식이 지난 2007년 NF쏘나타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인 ''''쏘나타 트랜스폼''''이 나오면서 새롭게 바뀌었기 때문. 당시 쏘나타 트랜스폼 작명 방식은 소비자로부터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다.
앞서 쏘나타는 85년 쏘나타, 뉴 쏘나타, 쏘나타Ⅱ 등으로 바뀌다가 EF쏘나타, NEW EF쏘나타, NF쏘나타로 이어져왔다. 쏘나타라는 계보를 일정 양식에 따라 이어온 것.
이 때문에 5세대 NF쏘나타 계열과는 전혀 다른 중형차가 될 것이라는 YF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6세대 쏘나타의 새로운 명칭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SM시리즈''도 이름 남길까?올해에는 SM시리즈와 쏘렌토, 스포티지 등도 후속 신차가 출시될 예정. 이 때문에 이들 이름이 후속모델에 차량 명으로 남아 ''호랑이 가죽''으로 자리매김해 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소비자들에게는 즐거운 일이 될 듯.
르노삼성은 올 하반기 중형 간판인 SM5를 신차로 교체 투입할 예정이다. 98년 3월 SM520, SM520v, SM525v 가 출시된 이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SM5의 명칭 변경 여부도 관심의 대상.
르노삼성 측은 이와 관련, ''''아직까지 확실히 정해진 것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르노삼성은 SM3도 새롭게 출시할 예정으로 알려져 ''''SM시리즈''''의 명칭 변화 또한 관심사.
기아의 SUV ''''쏘렌토''''도 아직 갈 곳을 못 정한 이름. XM(프로젝트명)을 준비하고 있는 기아차 측은 후속명을 쏘렌토를 그대로 이어갈지, 완전히 새로운 이름으로 바꿀 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의 SUV로 2세대를 거치며 롱런하고 있는 스포티지는 이름을 그대로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 외환위기 때 큰 인기를 끌며''''국민경차''''로 통하는 GM대우의 마티즈(M300, 프로젝트명)의 경우는 하반기 후속 신차가 나와도 흔들리지 않을 ''또 하나의 호랑이 가죽'' 같은 차량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