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동료'였던 文대통령, 침묵 깰까?…靑 상황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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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공식적으로 함구하지만 靑 지난해부터 물밑 조율하며 상황 챙겨
靑 핵심 관계자 "김 지도위원의 건강과 원만한 해결 기원" 메시지

지난해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해고노동자 김진숙씨가 복직 투쟁을 선언하며 발언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인권 변호사 시절에 '크레인' 일화는 유명하다. 1990년 당시 38살이었던 문 변호사는 농성중인 현대중공업 노동자를 만나기 위해 82m 높이 고공 크레인에 직접 올랐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노동자가 있고, 나더러 도와달라는데 가봐야 할 것 아니냐"며 망설임없이 크레인 사다리를 올랐다는 얘기가 구전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30여년이 흐른 뒤, 문 대통령은 8·90년대 노동운동을 함께 했지만 여전히 '복직'을 외치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절규를 청와대 안에서 듣게 됐다.

유방암 투병중에도 부산에서 서울 청와대 앞까지 총 40여일을 걸어 행진한 김 지도위원은 과거 '동지'였던 문 대통령을 향해 "문 대통령님. 내가 보이십니까. 함께 싸워왔던 당신이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이 된 후에도 여전히 해고자인 내가 보이십니까"라고 소리쳤다.

김 지도위원은 지난 10월20일에도 문 대통령 앞으로 편지를 보냈다. "1986년 최루탄이 소낙비처럼 퍼붓던 때도 우린 함께 있었고, 1991년 박창수 위원장의 죽음의 진실을 규명하라는 투쟁의 대오에도 우린 함께였다"며 "어디서부터 갈라져 서로 다른 자리에 서게 된 걸까"라고 되물었다.

삶 자체가 상징이 된 김진숙 문제에 청와대는 극도로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노사간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국면이라는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김진숙 사태를 바라보는 문 대통령이 안타까운 마음이 왜 없겠느냐"며 "하지만 대놓고 얘기를 할 수 없는 어려운 자리라는 것을 아시지 않느냐"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물밑 조율은 계속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시민사회수석실과 함께 정무수석실에서도 관련 상황을 챙겨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쪽에서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김 지도위원측을 만나기도 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중재는 물론, 문 대통령의 직접 메시지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시민사회의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리멤버 희망버스 단식단'은 지난해 12월22일부터 청와대앞에서 무기한 노숙 단식농성을 48일간 이어가기도 했다.

청와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지도위원의 건강이 회복되기를 바란다"며 "사측과의 협상도 원만히 타결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대통령이 나설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지만, 상황을 계속 지켜보며 검토를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 지도위원은 1986년 2월 한진중공업 노조집행부의 어용성을 폭로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고문을 당하고 그해 7월 징계해고됐다. 민주화위원회가 2009년, 2020년 두차례 복직을 권고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지난해로 법적 정년도 지났다.

한진중공업 노사는 지난 8일에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논의하기 위해 2차 교섭을 진행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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