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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에 억울한 옥살이, 31년 만에 누명 벗어"…낙동강변 살인사건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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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변 살인사건 피고인 2명에 대한 재심 선고 재판서 원심 파기하고 무죄 선고
"체포 과정에서부터 자백에 이르기까지 불법적인 절차…증거 능력 인정할 수 없어"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피고인과 가족들에게 사과"

경찰 고문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최인철(좌), 장동익(우)씨가 재심을 통해 누명을 벗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중석 기자

 

경찰 고문에 못 이겨 살인죄 누명을 쓴 채 21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이른바 '낙동강변 사인사건'의 피고인 2명이 재심을 통해 사건 발생 31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부산고법 제1형사부(곽병수 부장판사)는 4일 오전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피고인 최인철(60)씨와 장동익(63)씨의 재심 청구 선고 재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가 무죄로 뒤집은 이들의 혐의는 특수강도, 강간, 강도살인, 감금 등의 혐의다.

재판부는 경찰의 체포 과정에서부터 최씨 등이 자백에 이르기까지 불법적인 절차가 있었던 것으로 미뤄 증거 능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체포나 압수가 영장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닌 불법한 절차였다"며 "피고인들의 일관된 진출이나 당시 범행도구로 사용된 흉기의 변동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보면 고문이나 가혹행위에 의한 허위 자백이 이뤄졌다는 진술은 충분히 믿을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당시고문이나 가혹행위를 받았다고 하면, 경찰에서의 자백은 증거능력이 없다"며 "경찰에서의 자백이 검찰 단계에서의 진술에 영향을 미쳤을 것임으로 피고인들의 당시 자백은 증거 능력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나머지 증거들도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최인철씨의 공무원 사칭 혐의는 유죄로 보고 6개월 선고유예를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 이후 이번 재삼 판결에 대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재판부는 "경찰에서의 가혹행위와 증거가 법원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아 피고인들이 21년 넘는 기간 수감하고 그로 인해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법원이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피고인과 가족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30년 넘게 한을 품고 살아온 최인철씨와 장동익씨는 회한 가득한 심정을 털어놨다.

최씨는 "검찰에서도 무죄를 구형해 무죄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은 했는데도 잠을 못 잤다"며 "누명을 벗었다고 생각하니까 기쁘고, 다른 일을 해나갈 수 있도록 힘을 내겠다"고 말했다.

장씨는 "집을 나설 때 2살 29살이었던 딸과 아내가 (감옥에서)나오니 24살과 51살이 되어 있었다"며 "저와 같은 사람이 또 나와서는 안된다는 바람이고, 그 사람들 대신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했다.

한편,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1990년 1월 4일 낙동강변에서 차를 타고 데이트를 하던 남녀가 괴한들에게 납치돼 여성은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되고 남성은 상해를 입은 사건이다.

사건발생 10개월 뒤 최씨와 장씨는 경찰에 살인 용의자로 검거돼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1년 넘게 옥살이를 한 뒤 지난 2013년 모범수로 출소했다.

무죄 선고 이후 최인철씨와 장동익씨 가족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박중석 기자

 

당시 이들의 항소심과 상고심을 담당한 변호사가 문재인 대통령이다.

이들은 검찰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경찰로부터 고문을 당해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씨 등은 2017년 재심을 청구했지만 2년 넘게 재판이 열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9년 4월 대검 과거사위원회가 이 사건에 대해 '고문으로 범인이 조작됐다'고 발표하면서 재심 논의에 불을 붙였다.

최씨 등은 재심 요청 의견서를 다시 법원에 제출했고, 부산고법 형사 1부는 이 사건의 재심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6차례에 걸친 심문을 진행한 끝에 지난 해 1월 6일 "진술과 관련 증거 자료 등으로 볼 때 재심 사유 충분하다"며 재심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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