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0일, 캄보디아에서 온 31살 이주노동자 속헹 씨가 일터 기숙사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습니다. 영하 18도의 한파가 경기도 북부 지역에 몰아친 날이었습니다.
속헹 씨가 한국에 들어왔던 2016년부터 살았던 기숙사는 비닐하우스 안에 올린 가건물. 속헹 씨 사망 며칠 전부터 전기가 끊겼다는 동료들의 증언이 있었습니다. 사망 전날 밤, 추위를 못 견딘 동료들은 외부 숙소로 떠났고 속헹 씨와 동료 한 명만이 기숙사에 남아 교대로 누전차단기를 올렸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발표한 속헹씨의 공식적인 사인은 동사가 아닌 간경화 합병증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 산재사망 대책위원회'는 열악한 주거 및 노동 환경이 속헹 씨 사망의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속헹 씨는 노동 강도가 높은 농장 일을 하면서도, 한국에 온 뒤 3년 간 건강보험에 가입돼있지 않았습니다. 2019년 7월에서야 정부가 6개월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지역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매달 11만원 가량의 건보료를 냈지만, 제대로 병원 치료를 받아보지 못한 채 숨졌습니다. 속헹 씨와 비슷한 주거 환경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나에게도 그런 비극이 일어날 것 같다'며 걱정하고 있습니다.
"뉴스를 보고 무서워요. 나에게도 그런 비극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이 같은 '비닐하우스 기숙사'에 사는 또 다른 청년 이주노동자의 집에 씨리얼 제작진이 초대를 받았습니다.
지난 1월의 어느 날 방문한 그곳은 추울뿐만 아니라 위생, 습기에 취약했고, 화재에도 취약했습니다. 비닐하우스 내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여러 방이 전력을 나눠 써서,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방의 형광등이 꺼지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이 집이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합니다. 취재 도중 찾아온 옆 방의 동료는 자신의 숙소에 화장실과 주방이 없어 매번 이 집에서 밥을 먹고 화장실을 이용한다고 했습니다.
그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건, 한국에 도착하기 전까지 어떤 숙소에서 살게될 지 전혀 몰랐다는 겁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농‧어업 분야 주거환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어업 분야 이주노동자 99% 이상이 사업주가 제공하는 숙소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농축산 분야 이주노동자 약 74%는 비닐하우스 내 가설 건축물,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등에 살고 있었습니다. 더 기가 막힌 건, 대부분의 숙소가 무상이 아닌 '월세(기숙사비)'를 받는 숙소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열악한 환경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속헹 씨 사망 이전에도 이주노동자의 주거 환경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한 명의 이주노동자가 기숙사에서 사망했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반짝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한국 청년들이 해외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듯, 한국에 온 해외 청년들도 각자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러 부푼 꿈을 안고 이 나라를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낯선 이국 땅에서 마주하는 고용주와 '집'은 바로 이런 곳입니다.
비닐하우스가 '집'이 될 수 없다는 건, 어떤 사람에게나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전제입니다. 누구에게도 속헹 씨와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요?
씨리얼이 담아온 이주노동자의 집, 영상에서 확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