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중인 정의기억연대 한경희 사무총장. 차민지 기자
지난해 회계 부정 의혹으로 홍역을 앓았던 정의기억연대가 시민 후원을 통한 독립적인 재정 운영체계와 외부 회계 검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책임 단위로 이사회를 내실화해 조직체계를 정비하겠다고 했다.
정의연은 3일 제1477차 정기수요시위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성찰과비전위원회' 활동 결과를 발표했다.
성찰과비전위원회는 이른바 정의연 회계 부정 논란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해 6월 구성됐다. 학자·법률가·회계사 등 전문가와 여성·인권단체 대표, 정의연 실무자 등 13명의 위원이 참여했다. 회계 체계 개선과 정의연 조직·활동 진단, 향후 '위안부' 운동 방향 등을 논의했다.
위원회는 "정의연에 국가와 지방 보조금·지원금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국내외 시민들의 후원을 바탕으로 재정을 운영해야 할 것을 권고했다"며 "외부 비영리 회계 전문가와 언정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회계 검증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투명한 회계 공시가 이뤄지도록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국내외 시민과 후원자들의 신뢰를 이끌어내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과제"라며 "회계 관리와 정확한 공시를 위한 인력과 시스템 구축이 강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제기된 정의연의 회계 문제는 단순 실수나 부정확한 공시 등에 그쳤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지난해 5월부터 정의연에 제기된 의혹 상당수는 회계 및 공시의 문제"라며 "그럼에도 정의연이 보조금과 기부금을 유용하는 등 조직적인 '회계 부정'을 해온 것처럼 무차별적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몇 개월에 걸친 강도 높은 수사가 이어졌지만, '회계 부정' 의혹은 무혐의 처리됐다"며 "정의연의 회계관리체계를 검토한 공익회계사네트워크 '맑은'도 정의연의 회계 관리 수준은 전반적으로 양호하다고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위원회는 정의연의 사업내용과 규모에 맞도록 조직체계를 손보는 한편 이사회를 실질적으로 구성하라고 권고했다.
위원회는 "사단법인 정대협이 애초 계획대로 2018년 해소되지 못한 채 재단법인 정의연과 별도로 존재하게 되면서 조직 중복과 혼선이 초래됐다"며 "2018년 통합 결정에 따라 정대협을 해소하고 조직 구성과 운영을 명실상부하게 재단법인 정의연으로 통합하라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표 개인의 역량에만 기대는 체제가 아닌 재단법인의 의사결정과 책임 단위로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조직 운영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외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 과제와 관련해서는 △수요시위의 전국화·세계화 △ 국내외 위안부 관련 자료 아카이빙·체계화 △'위안부' 교육 뉴미디어 플랫폼 구축 등을 권고했다.
7개월 간 활동을 이어온 성찰과비전위원회는 활동을 종료한다. 새롭게 개편된 정의연 이사회가 개혁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정의연 한경희 사무총장은 "정의연이 새롭게 나아가야한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최근 14인의 이사체제로 개편했다"며 "이사추천위원회라는 객관적 방식을 거쳐 구성했다. 앞으로 이사회와 함께 정의연의 비전을 만들어나가는 일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의연이 이달 홈페이지에 공개한 2020년 기부금품 모집 완료 보고서에 따르면 단체는 지난해 2월 17일부터 12월 31일까지 약 4억122만원을 모금했다. 이는 2019년 현금 모금액(약 3억8934만원)보다 1188만원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