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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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용화여고 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위원)
그 사건 그 후가 궁금하다. 화요일의 코너 AS뉴스. 오늘은 사진 한 장을 띄우면서 시작하겠습니다. 유튜브와 레인보우를 통해서 지금 보고 계시는 사진. 맨 위층이 학교예요, 학교인데 맨 위층에 “#with you" "we can do anything" 마지막 층에는 "#me too" 이렇게 적혀 있죠. 2018년 4월 용화여고 교실 창문에 붙은 글자들입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교사들의 성희롱, 성추행 이런 사실들이 포스트잇으로 빼곡히 적혀 있었어요. 바로 이 사건이 이른바 학교미투, 스쿨미투의 시작이었습니다. 그 후로 다른 학교들에서도 교내의 성폭력 문제가 공론화가 됐었는데요. 벌써 3년 흘렀습니다.
스쿨미투의 시작 용화여고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당시 지목됐던 선생님들은 어떻게 됐는지 또 피해 학생들은 어떤 모습인지 오늘 AS뉴스에서 짚어보겠습니다. 문제 제기를 처음 했던 게 졸업생 단체였어요. 용화여고 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의 한 분을 익명으로 만나봅니다. 나와계십니까?
2018년 3월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졸업생들이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뽑기위원회'를 꾸린 뒤 SNS에서 설문조사를 벌여 교사들의 성폭력 사례를 폭로하며 밝혀진 최초의 스쿨 미투 사건. 당시 재학생들도 졸업생의 폭로에 용기를 얻어 교실 창문에 포스트잇으로 '미투'(ME TOO), '위드 유'(WITH YOU) 등으로 힘을 보탰다. (사진=연합뉴스)
◆ 용화여고 졸업생>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아이고, 벌써 3년 지났네요. 청취자 분들 가운데는 좀 가물가물한 분도 계실 거예요. 당시 용화여고에서 학생들이 들고 일어섰던 내용들, 문제 제기했던 게 어떤 것들이죠?
◆ 용화여고 졸업생> 재학생, 졸업생, 교직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메신저를 통해 공유했고요. 그 해당 통계자료를 정리해서 사회부 기자들한테 언론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국민신문고 신고를 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엉덩이나 가슴을 손으로 툭툭 치거나 허벅지를 만졌다는 답변 혹은.
◇ 김현정> 누가요? 선생님이?
◆ 용화여고 졸업생> 네, 그렇죠. 성희롱 발언 같은 경우에는 ‘투명한 샤워실을 만들어 비 오는 날 너희가 샤워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싶다’ 라는 식의 발언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 김현정> 제가 지금 귀를 좀 의심하게 되는데. 그럼 학교 수업 시간에 교사가 학생들한테 여고생들한테, ‘투명한 샤워실을 만들어서 너희들 샤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렇게 말을 했다고요?
◆ 용화여고 졸업생> 해당 발언 같은 경우에는 수업 도중에 이루어졌던 발언입니다.
◇ 김현정> 엉덩이나 가슴을 툭툭 친다는 제보는 1건이었습니까, 이런 신고가 많았나요?
◆ 용화여고 졸업생> 비일비재했어요.
◇ 김현정> 비일비재했어요? 사실은 이 내용들을 듣는 게 여러분들 고통스럽고 또 피해자들은 수치스러울 수 있겠습니다마는 도대체 어떤 수준의 어떤 일들, 어떤 성희롱들이 있었는지를 알기 위해서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질문을 드리는 건데. 사실은 이 졸업생들이 앞장서서 나섰잖아요. 학교 다닐 때는 이런 일을 당하면서도 이게 성희롱인지 성추행인지도 모르고 지나갔던 거죠?
◆ 용화여고 졸업생> 당시에는 그랬던 경우가 많았어요.
◇ 김현정> 그렇죠. 이게 과연 용화여고만의 일이었을까라는 청취자 문자도 꽤 많이 옵니다. 그게 성추행인지 뭔지도 모르고 참 이런 것들이 일상적으로 일어난 굉장히 불행했던 우리 과거가 있는데 용화여고는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서울시교육청에서 나서서 감사도 했죠?
◆ 용화여고 졸업생> 네.
◇ 김현정> 감사 결과는 어땠습니까?
◆ 용화여고 졸업생> 구체적인 징계 내용은 파면과 해임 각각 1명, 정직 3명, 견책 5명, 경고 9명 등으로 이루어졌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교육청의 특별감사 토대로 한 징계는 거의 이루어진 거예요, 아니면 또 우여곡절이 있습니까?
◆ 용화여고 졸업생> 사립학교였기 때문에 교육청의 징계 권고를 전부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는 권한이 있어서 사실 저희 쪽에서 기자회견이나 학교 앞 1인 시위나 문화제같이 여러모로 시민 분들의 관심을 촉구하고 사립학교 용화여고를 좀 예의주시하기 위한 행동들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교육청 권고 그대로 18명에게 징계 및 경고조치를 내리게 된 겁니다.
◇ 김현정> 교육청의 감사 결과 그대로 징계가 다 됐군요?
◆ 용화여고 졸업생> 네.
◇ 김현정> 여기까지만 진행이 되고 끝인가 봤더니 그중에 1명은 아예 형사고발을 하셨네요?
◆ 용화여고 졸업생> 네, 맞아요.
◇ 김현정> 그 교사들 18명 가운데 1명은 어떻게 형사고발까지 가게 된 거죠?
◆ 용화여고 졸업생> 확실히 형사처벌을 받지 않으면 이제 파면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 교사가 소청심사를 통해서 자리를 회복하거나 아니면 이제 그 연금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시도를 계속해서 할 수가 있더라고요. 또 확실하게 유죄 결과를 받아내야 앞으로의 문제 예방에 더욱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형사 처벌을 최대한 다 진행을 하고 싶었는데 이제 현재 피고인 1명에 대해서만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법적 절차를 밟았기 때문에 1명에 대해서만 형사고발이 가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피해 학생이 ‘제가 나서서 이 부분 문제 제기하고 싶습니다’ 하는 경우가 형사고발이 된 거군요?
◆ 용화여고 졸업생> 교육청 설문조사나 실태조사에서는 18명 모두에게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형사고발은 미성년자 같은 경우는 부모님의 동의가 없으면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잖아요. 그렇기도 하고 이제 현 피고인이 제일 많은 지목을 받았던 주요 가해 교사였기 때문에.
◇ 김현정> 주요 가해교사이기도 하고. 증인으로 피해자들이 나서겠다고 하고 이런 요건이 다 갖춰져야 되니까?
용화여고 스쿨미투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 용화여고 졸업생> 네.
◇ 김현정> 그렇죠. 그 한 명이 했던 행위를 좀 알 수 있습니까?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인데 어느 정도 수준이기에, 지금 어떤 분들은 ‘아니 그게 무슨 제자가 선생한테 형사고발까지 할 일이야’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혹시라도 계실지 모르겠어서요.
◆ 용화여고 졸업생> 사실 위원회가 해당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이제 본 피고인으로 인한 것이었고요. 당시 공공연하게 굉장히 오랫동안 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장본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형사고발이 불가피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수위 같은 경우에도 상당히 깊은 편이었어요. 아까 샤워실 발언도 이 분이고.
◇ 김현정> 투명샤워실도 이 선생님 발언이에요?
◆ 용화여고 졸업생> 네, 맞습니다. 그 외에도 면담시간에 단 둘이 있을 때는 조금 더 스킨십이 짙어지는 거고요. 치마 속에 손을 넣어서 허벅지를 만진다거나 뒤에서 안는다거나 볼에 뽀뽀를 한다거나 뽀뽀가 아니라 볼을 깨물었어요.
◇ 김현정> 네?
◆ 용화여고 졸업생> 좀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들을 많이 저지르는 분이었기 때문에 형사고발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김현정> 제가 이 질문을 하는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듣기도 상당히 불편합니다마는 어느 정도인가를 알아야 제가 반론 질문도 가능하고 해서 여쭸다는 것은 이해를 해 주시고요. 학생 치마 속에 허벅지를 만지고 볼을 깨물었다. 이게 증인으로 나선 피해자들의 증언입니다, 여러분. 이게 믿기가 어려운 정도인데 지금 그 교수는 뭐라고 얘기를 하고 있냐면 그런 행위를 한 적이 없고 설사 했다고 하더라도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격려 차원으로 어깨, 등 등을 두드렸을 수는 있으나 지금 여기 적시된 행위 같은 건 한 적이 없다라는 지금 주장을 재판에서 계속하고 있는데요. 피해자들 입장은 어떻습니까?
◆ 용화여고 졸업생> 피해자들이 사실 모두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잖아요. 보통 다들 격려의 제스처, 성적 희롱을 목적으로 한 스킨십은 구별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공판에 저도 세 차례 참석해서 여타 증인들의 증언을 상세히 들어보니까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처음부터 피고인을 피하거나 꺼리고 불쾌하게 여겼던 게 아니라 처음에는 다들 자신이 오해하는 거일 거라고 의심하는 과정을 거쳤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반복되고 점점 수위를 높여가는 피고인의 행위 때문에 이게 성추행이나 성희롱이라고 판단한 거거든요.
◇ 김현정> 단 1회가 아니라는 얘기군요, 단 1회도 아니고 피해자가 한 명도 아니고?
◆ 용화여고 졸업생> 네, 그렇죠. 무려 5명의 사람들이 어떤 사적 이득에 대한 기대도 없이 수고를 들여서 누군가를 형사고발까지 하는 데에는, 오해의 소지 없이 이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30년 간 교직생활을 했는데 2012년에 그 해당 피해학생들 5명 말고는 그 전후로는 없었다. 이 부분도 주장하고 있거든요.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 용화여고 졸업생> 교육청 실태조사 결과는 12년 피해 학생들 외에도 수많은 피해자들이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고요. 또 이제 저 역시 위원회가 생기기 전에 다른 친구한테 현 피고인인 가해 교사를 고발하자는 제안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친구는 여전히 가해 교사를 두려워하고 있었고 해당 교사에 대한 사회적 고발이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되어줄 거라는 확신도 하지 못했고 또 내부고발자로서의 사회적 낙인을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게 사실 일반적인 반응이거든요. 그런데 이런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그 12년도 피해 학생들이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었던 건 그들의 용기가 모일 수 있었던 기적적인 우연을 증거하는 거지 피고인의 행위에 대한 면책사유가 되진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지금 재판에 나선 건 5명이지만 그 5명이 아닌 두려움에 용기 내지 못했던 다른 피해자들이 상당히 많다 그 말씀이시군요?
◆ 용화여고 졸업생> 네, 사실 피고인을 제외하고 징계를 받은 교사 중 아무도 법적 공방을 치르고 있지는 않으니까 그들 역시 책임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 또 18년도 이전에 스쿨미투가 벌어지지 않았던 게 모든 학교에 문제가 없었기 때문도 아니고요. 해당 피고인의 주장은 논리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형사고발을 해서 재판받고 있는 교사 1명, 그 교사 한 명의 결과는 우리가 지켜보도록 하고 그 재판 결과를 떠나서라도 여러분, 교육청의 감사 결과만 봐도 교실에서 일상 속에 성폭력이 있었다는 건 지금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참 씁쓸해요. 그리고 정말 열심히 가르치는 또 참된 스승님들, 참된 교사들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더 마음 아프고 화나고 씁쓸하실까 싶은데, 졸업생 선생님?
◆ 용화여고 졸업생> 네.
◇ 김현정> 3년이나 지나고 보니까 사실 처음에 스쿨미투라는 거 시작할 때 굉장히 떨리고 그랬잖아요. 불안하기도 하고. 보통 용기가 아니었는데 3년쯤 지나고 그 당시를 돌아보면 어떠세요? 어떤 성과가 남았다고 생각하세요?
◆ 용화여고 졸업생> 저희는 학내 분위기 변화가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학생한테 술집여자 같다거나 데이트하자 혹은 아까 말씀드렸던 그런 식의 불필요한 접촉이 발생해도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었는데요.
◇ 김현정> 아니, 잠깐만요. 학생한테 술집여자 같다고 말했다고 하는 피해사례도 있어요?
◆ 용화여고 졸업생> 그런 건 굉장히 뭐, 여교사 분들도 많이 하셨던 발언이라. 그런데 어쨌든 그런 식의 가해나 방관마저도 징계의 대상이 되었던 스쿨 미투 이후에는 교사들이 먼저 자신이나 타인의 행동을 검열하면서 성폭력이 발생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형성하게 된 게 스쿨 미투의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저는 사실 들으면서 마음이 좀 많이 아프네요. 이게 너무도 일상적으로 벌어졌다는 게 더 마음이 아픈데 용기 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혹여라도 용화여고라는 이름 이렇게 실명으로 나가서 우리 학교 명예가 떨어진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또 얘기하는 다른 졸업생이나 재학생은 없나 모르겠어요.
◆ 용화여고 졸업생> 졸업생들보다는 재학생들이나 아니면 학부모 등이나 학교장 같은 분들이 좀 걱정을 하시겠죠.
◇ 김현정> 그런 시선은 거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용기 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오늘 고맙습니다.
◆ 용화여고 졸업생>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용화여고 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한 분을 만나봤습니다.김현정의>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