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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문자에 새벽잠 깼다" 긴급재난문자 '남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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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2시 59분 아파트 화재 관련 대피 안내 재난문자 발송
지역 주민뿐 아니라 인근 다른 지자체 주민들에게도 문자 보내
"다른 지역까지 재난문자 보낼 만한 상황인지 의문" 비판
수영구 "행정안전부 권고 따른 것…문자 발송 과정 점검하겠다"

28일 오전 2시 59분 부산 수영구가 보낸 긴급재난문자. 화재가 발생한 수영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인근 지자체 주민들에게도 문자를 보내 빈축을 사고 있다. 송호재 기자

 

부산 수영구가 지역 내 아파트 화재 관련 긴급재난문자를 새벽 시간 다른 지역 주민에게까지 발송해 빈축을 사고 있다. 시민들은 지자체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긴급재난문자 남용으로 불필요한 불편을 준다고 비판했다.

부산 남구 주민 30대 A씨는 28일 새벽 2시 59분 요란한 휴대전화 알람에 잠을 깼다.

놀란 마음으로 확인한 휴대전화에는 수영구청에서 보낸 긴급재난문자가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문자 내용을 확인한 A씨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신이 사는 지역도 아닌 수영구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다며, 인근 주민은 모두 대피하라는 내용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황당한 재난 문자를 닫고 다시 잠을 청했지만, 이미 3살 자녀까지 온 가족이 잠에서 깬 뒤였고, 한동안 잠을 청하지 못하고 뒤척여야 했다.

A씨는 "새벽에 다급한 재난문자가 와서 보니 수영구청에서 보낸 문자가 와있었다. 지역도 무관하고, 새벽잠을 깨울 만큼 다급한 재난도 아닌 것 같아 황당했다"라며 "아침에 출근해야 해서 다시 자리에 누웠지만, 아이까지 잠에서 깬 뒤라 한동안 잠을 못 이뤘다"라고 전했다.

확인 결과 수영구는 이날 오전 2시쯤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재난을 알리고 대피를 유도하기 위해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수영구가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기 전 이미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이 진화 작업까지 마무리한 상태였다는 점이다.

또 불이 나자 아파트 주민 150여명은 대피를 마쳤고, 소방이 인명 검색 결과 피해가 없다는 것도 확인한 뒤였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새벽 2시 4분 출동 신고를 접수한 뒤 출동 지령을 내려 41분에 대부분 불을 껐고, 인명 검색 결과 특이사항도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54분에는 불을 완전히 껐다"라며 "연소 확대 우려가 나오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큰불로 번지지는 않았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28일 부산 수영구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150여명이 대피하는 등 소동이 일어났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부산경찰청 제공

 

게다가 인근 주민뿐만 아니라 남구, 연제구와 해운대구, 금정구 등 다른 지역에까지 새벽에 재난 문자를 보낸 것은 재난 문자 시스템을 남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A씨는 "긴급한 상황을 알리는 것은 당연히 할 일이지만 최근에는 재난 문자를 너무 남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더 심해진 것 같다. 행정기관이 주민 편의와 안전을 위해 조금 더 고민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금정구에 사는 50대 B씨는 "다들 잠든 새벽시간에 느닷없는 재난문자를 받아 당황했다. 사는 지역이 아닌 다른 구청에서 보낸 문자에 큰 사고인가 싶어 걱정이 앞섰다"라며 "하지만 이후에 보니 큰불로 번지지 않았고, 인명피해도 없는 사고인 걸 확인했다. 다른 지역에까지 재난문자를 보낼 만한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영구는 새벽 화재 신고 이후 행정안전부에서도 재난문자 발송을 권고했고, 고층 아파트이다 보니 재난 상황이라고 판단해 문자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수영구 관계자는 "해당 아파트에서는 하루 전에도 화재 신고가 있었다. 이 때문에 행정안전부에서 먼저 재난문자 발송을 권고했고, 야간 당직자도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 문자를 보냈다"라며 "다만 화재와 무관한 지역까지 문자가 발송된 것은 업무상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발송 과정을 확인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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