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들이 현장 면접을 보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내 주요 대기업의 채용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공개 채용을 폐지하고 수시·경력 채용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채용 전형이 시작부터 끝까지 언택트로 속속 바뀌는 점도 코로나19가 낳은 특징이다.
한 번에 수백 명에서 수천 명씩 뽑는 공채가 점점 자취를 감추고 경력을 앞세워 전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수시 채용이 대세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공채는 계열사 특성이나 직무에 상관없이 채용 전형이 천편일률적이어서 적합한 인재를 고르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 경험이 전무한 대졸 공채를 통해 교육에 오랜 시간을 쏟는 것보다는, 현업에서 인턴 기간을 거쳐 '될놈될(될 놈은 된다)'을 선발하려 하는 경향도 커지고 있다.
SK그룹은 오는 2022년까지 대졸 신입사원 정기 채용에서 수시 채용으로 단계적 전환에 들어갔다.
26일 SK그룹에 따르면, 앞서 2019년부터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전 계열사가 동시에 뽑는 정기 채용에서 계열사별로 수시 채용하는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해 2022년부터 100% 수시 채용을 하기로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재작년이나 지난해부터 일부 대기업은 정기 채용을 수시 채용으로 전면 바꾸는 추세"라면서 "SK그룹은 취업 준비생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수시 채용으로 전환해 왔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정기 채용 대신 수시 100% 채용으로 진행될 계획이지만 채용 방식의 변화일 뿐 채용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SK그룹은 매년 상·하반기 정기 채용과 수시 채용 등을 통해 연간 8500여명 규모를 선발해왔다.
2019년에는 10개 관계사가 동시에 대졸 신입사원을 정기 채용했고, 작년에는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 C&C, SK브로드밴드, SK매직 등 6개 관계사가 정기 채용 과정을 진행했다.
다만 이번 수시 채용 전환 방침에 따라 올해는 대다수의 관계사가 정기 채용을 함께 진행하는 대신 사별로 수시로 인재를 선발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아직 올해 전체 채용 규모를 확정하지는 않았으나 대략 예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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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기업들은 정기 채용 방식에서 벗어나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LG그룹은 매년 상·하반기 두차례 실시하던 정기 채용을 작년부터 폐지하고 연중 상시 채용으로 전환했다. 신입사원 70% 이상을 채용 연계형 인턴십으로 선발한다.
매년 상·하반기에 정기 공채를 해오던 KT 역시 2019년부터 공채 폐지를 선언하고 수시·인턴 채용으로 전환했다. 현대차그룹도 2019년부터 대졸자 공채를 없애고 수시 채용을 하고 있다.
이는 선발에 대규모 자원이 소요되는 정기 채용보다 수시 채용 방식이 경쟁력 있는 인재를 선발하는 데에 더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글로벌 주요 기업은 그때그때 필요한 인재를 수시로 뽑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꺼번에 많은 인원을 선발하려다 보면 비용도 많이 들고 소위 말하는 스펙 위주로 검증할 수밖에 없어 유능한 인재를 적시에 선발하는 데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기 채용 폐지 움직임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수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모여 시험을 치르기 어려워진 것도 이 같은 움직임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삼성은 코로나 여파로 작년 상·하반기 신입사원 공개 채용 필기시험 직무적성검사(GSAT)를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