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집권 마지막 1년을 함께할 정부 부처 요직들이 이른바 측근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최근 3차례 단행한 개각으로 내각의 절반을 교체했는데 9명 중 7명이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 함께 있었고, 다른 1명은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홍보본부장을 지낸 인사다.
기존에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는 인사까지 포함하면 18개 부처 중 13개 부처 장관이 문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
역대 모든 정권은 정권말기가 되면 청와대와 내각을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로 채워왔다.
레임덕으로 인한 공무원들의 기강 해이를 다잡고, 집권말기에 자주 나타났던 크고 작은 사건·사고 등을 예방·관리하며, 거세지는 정부·여당에 대한 야당의 비난 공세를 막아내기에는 대통령의 마음을 잘 읽는 인사가 제격인 탓이다.
문제는 측근을 중심으로 인사를 하게 되면 관리 효율성 이외의 부분에 결함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번 인사에서도 표면적으로는 전문성 부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치고 야당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 윤창원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내정된 황희 의원은 관련 분야에서 활동한 이력이 거의 없다.
도시공학 박사로 자신을 지역 재건축 현안 전문가로 일컬어왔으며 5년이 채 안 되는 의정생활 중 4년은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나머지 기간은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청와대와 여당에서는 황 의원이 홍보 부분에 있어 경험과 역량이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인데, 이는 자칫 문체부를 관련 행정 담당 전문기관이 아닌 정부의 홍보기관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시각으로 읽힐 우려가 있는 표현이다.
도덕성에 있어 야당의원들마저 "훌륭하다"고 높이 평가했던 한정애 환경부 장관조차 전문분야인 고용노동부가 아닌 환경부의 장관으로 발탁된 배경에도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고 있다.
최근의 인사는 조금 더 깊이 살펴보면 문재인 정권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던 개혁 동력의 상실마저 우려케 한다.
지난 2016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 함께하는 여의도 촛불' 문화제에 참석해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으로 인해 '촛불 정부'라는 별명을 얻게 된 문재인 정부의 최대 과제는 이전 정권에서 보여 왔던 각종 비리의 근절과 개혁 단행이었다.
때문에 정권 초기에는 청와대과 내각의 많은 자리에는 문 대통령과의 인연보다는 개혁성향과 전문성에 초점을 맞춘 인사들이 두루 기용됐다.
행정 경험 부족이나 함께 일해 본 경험이 적은 탓으로 인해 호흡이 맞지 않는 등 다소의 실수가 발생하더라도 개혁의 큰 줄기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인사는 이런 기조와 거리가 먼 '최측근 원팀', '리스크 최소화' 등에 기반하다보니 '내 사람만 쓴다'는 비난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판단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정치적인 평가는 오는 4월 재보궐 선거와 내년도 대선을 통해 드러나는 민심으로 판가름될 전망이다.
하지만 정치적 유불리와 무관하게 정권 출범 당시의 초심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권 스스로가 자신에게 되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