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관광개발공사 전경. 유선희 기자
강원 강릉관광개발공사 채용공고에 합격한 지원자를 둘러싸고 잡음이 나오면서 강릉시가 감사에 착수했다.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강릉시는 지난 20일부터 강릉시 출자기관인 강릉관광개발공사 채용과정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다.
강릉관광개발공사는 지난해 11월 30일 '2020년 제2회 직원(현업직) 블라인드 공개경쟁채용' 공고를 냈다. 국민체육센터 운영관련 사무행정 담당직무 수납안내 2명과 시설기계 점검 담당 관리 직원 1명 등 모두 3명을 뽑는다는 내용이었다. 전형은 서류와 면접 등 2차례 진행됐다.
현업직은 만 60세 정년이 보장되면서도 승진·승급이 없는 일종의 '무기계약직'을 의미한다. 일시사역 근로자(단시간 근로자)로 일하던 이들에게는 보다 안정적으로 일할 기회이기도 했다. 실제 수납안내 직무를 담당한 일시사역 근로자 2명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6개월 동안 근무한 일시사역 근로자 A씨(55)가 지난달 21일 합격했는데, 이후 때아닌 잡음이 나왔다.
지난해 게시한 채용공고. 강릉관광개발공사 화면 캡처
업무능력의 적합성과 더불어 인사를 담당한 부장 간 친분 의혹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년여 동안 수납업무를 담당했던 일시사역 근로자 B씨(42)는 "제가 떨어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다른 동료들이 오히려 채용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B씨는 "저는 저보다 실력이 월등히 뛰어난 지원자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실력에 맞는 분들이 합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A씨는 기초적인 부분부터 컴퓨터를 하지 못해 제가 직접 알려줬고, 경력기간도 제가 더 오래된 만큼 채용 결과에 납득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B씨는 인사를 담당한 부장과 동갑내기인 A씨의 친분을 의심하고 있다. 직접 친분 사실 여부를 물었지만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한 B씨는, 결국 "인사 담당 부장을 청탁금지법 위반 행위에 따른 채용비리로 고발한다"며 지난 7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이어 강릉시에도 지난 16일 민원을 제기했다.
문제가 일파만파 퍼진 후 강릉관광개발공사는 A씨가 동료들 사이에서 평이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민원이 제기되자 합격한 A씨를 체육센터 수납업무 직무가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려고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발공사에 따르면 잡음이 나온 지 2~3일 후 A씨는 자발적으로 '임용 포기' 의사를 밝혔고, 각서도 제출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8일 추가 합격자가 발표됐다.
지난달 강릉관광개발공사에서 진행한 채용분야는 국민체육센터 수납안내와 시설관리였다. 강릉관광개발공사 홈페이지 캡처
강릉관광개발공사 인사 담당 부장은 취재진과 만나 "합격자 발표 후에 A씨가 동료들과 사이가 안 좋다는 사실을 파악했고, 그 이전에는 내부사정을 잘 몰랐다"며 "A씨와의 친분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B씨가 A씨와 저의 친분에 관해 물어왔을 때 제대로 답변을 못 한 것은 맞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말을 잘못 꺼낸 것 같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인사검증이 미흡했던 것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면접 이후 최종 점수를 합산해 합격자를 뽑으면 그 이후에는 별도로 추가 검증이나 조사를 하지 않는다"며 "자체 인사 절차에 따라 진행한 것으로, 그동안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강릉시에서 대대적인 감사가 진행되는 만큼 결과를 토대로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채용과정에서 외부 심사를 강화하고 내부 심사를 줄이거나 100% 외부인으로 진행하는 등 여러 대책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강릉관광개발공사는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2020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서 5등급 중 4번째인 '라' 등급을 받았다. 지난 2016년 '라' 등급에서 한 단계씩 오르다 지난해 다시 추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