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년 전에 있었던 미국남북전쟁은 한국전쟁과 같은 동족상잔의 비극이었다.
미국에서 이를 내전(Civil War)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노예제도 등 국가운영을 놓고 이념대립을 벌이다 결국 서로 총부리를 겨눈 참혹한 역사였다.
지난 6일 미 의회 난입 당시 남부연합기를 들고 있었던 트럼프 지지자들. 연합뉴스
지난 6일 발생한 미국 의사당 난입사건 때 남부연합기가 펄럭인 것에 대해 미국인들이 경악한 것도 그 때문이다.
마치 여의도 국회의사당 안에서 인공기가 펄럭이는 것과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내전을 관통하던 시기의 대통령이 바로 아브라함 링컨이었다.
그리고 링컨은 사생결단식의 갈등상황을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으로 잘 풀어냈다.
1861년 링컨 대통령 취임식. 연합뉴스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존경과 연구의 대상으로 남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2021년 지금 미국의 갈등이 남북전쟁 당시에 버금갈 정도로 심각하다는 진단이 많다.
그렇지 않아도 심각했던 미국내 정치적 사회적 갈등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기를 겪으면서 첨예화됐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바로 이 역대급 갈등기에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다.
지난 19일 월스트트저널은 '어떻게 미국을 치유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곳곳에 상처투성인 미국을 어떤 방식으로 치유하면 좋을지 전국의 대학생들이 개진한 의견을 소개한 기사다.
어느 대학생은 1974년 포드 대통령이 닉슨 대통령을 사면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간접적으로 주문한 것이다.
다른 대통령이라면 몰라도 바이든은 가능하다고 본 때문으로 보인다.
2012년 오바마와 바이든. 연합뉴스
사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현존 정치인 가운데 가장 경륜이 깊은 정치인이다.
30대 상원 입성, 상원 의원 36년, 부통령 6년, 대선 3수, 대통령. 이런 경력의 정치인은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다.
공화당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가 정당을 초월해 가장 좋아하는 동료 정치인 중의 한 명으로 꼽은 사람도 바이든이었다.
바이든과 함께 의정생활을 한 정치인 치고 그와 적대관계로 돌아선 정치인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는 협상하고 설득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정치인이었다.
자신에 대한 그런 기대를 아는 양 바이든은 20일 취임 일성으로 '통합(unity)'을 강조했다.
취임사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20분 가량의 취임사에서 이 단어를 7차례 쓴 것을 포함해 모두 11 번이나 통합을 강조했다.
남북전쟁(civil war)이라는 표현도 두 번 썼다.
그리고 지금의 미국 갈등을 남북전쟁에 비유해 내전(uncivil war)이라고도 표현했다.
결국 내전 같은 갈등을 통합으로 치유하겠다는 발상인 셈이다.
자기 자신을 링컨 대통령의 자리에 치환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지금을 '역사적 위기의 순간'(historic moment of crisis)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위기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심으려했다.
어쩌면 그는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보고 있는지 모른다.
취임선서하는 바이든 대통령. 연합뉴스
그가 취임 첫날 서명한 행정명령들에서도 통합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1100만 명에 이르는 불법 이민자 구제, 코로나19로 주거비를 내지 못한 저소득층의 주거안정, 학자금 대출을 내지 못한 청년들에 대한 구제, 이슬람 국가 국민들 미국 입국금지 철폐 등 모두가 배려와 치유의 정책들이다.
미국 시민들은 바이든 취임 첫날부터 세상이 바뀌고 있음이 실감난다며 반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링컨 대통령과 동급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