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8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를 마친 뒤 다음 일정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새해 들어 야심차게 꺼냈던 '전직 대통령 사면' 카드가 결국 무위로 돌아가게 됐다.
최근 지지율 하락을 만회하기 위한 남은 카드로는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 등이 꼽히고 있지만 이 또한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다. 두 분 모두 연세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도 있어 걱정이 많이 된다"면서도 "우리 국민들이 입은 고통과 상처도 매우 크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정치권 등 사회 곳곳에서 일고 있는 사면 관련 주장에 대해서는 "선고가 끝나자마자 돌아서서 사면을 말하는 것은,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하물며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고 또 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차원에서 사면을 요구하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상식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로써 이 대표가 신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제기했던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은 적어도 여권 내에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이미 친문 성향의 당원들을 중심으로 한 당내 비판을 크게 받았던 이 대표로서는 다시 한 번 아쉬운 대목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 대표는 사면 논란으로 자신의 고향인 호남에서 마저 지지율이 크게 낮아지자 이날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에 나섰다. 하지만 묘역 앞에서는 '사면철회' 플래카드를 든 항의 시위자들이 이 대표를 둘러쌌다.
이 대표는 참배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님의 뜻을 존중한다. 대통령님의 말씀으로 그 문제는 매듭지어져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앞서 사면 언급을 비판해왔던 당내 인사들의 견제는 다시 시작됐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참으로 절제된 겸손한 대통령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땅의 사법정의의 관점에서 봐도 대통령의 말씀은 지극히 옳다"며 사면 언급이 성급했고, 절제되지 못했으며, 정의롭지도 못하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상민 의원도 "더 이상의 논란은 소모적 정쟁만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며 "문 대통령이 그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은 다행이다. 사면 관련 논란은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SNS 등 온라인상에서는 친문 성향의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 대표를 겨냥해 과거 민주화 운동 때도, 지난 박근혜 정권 당시 촛불 운동 때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면서 사면을 언급할 자격이 없다고 몰아세우고 있다. 대표직 사퇴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다.
오는 3월 초 당 대표직 퇴임 전까지 이 대표에게 이러한 분위기를 반전 시킬 남은 카드로는 가짜뉴스 규제 등 언론개혁 입법과 이익공유제의 현실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 등이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통해 대권 주자 지지율을 끌어올릴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가짜뉴스 규제 입법의 경우 표현의 자유 침해를 우려한 신중한 목소리들이 커서 플랫폼 사업자나 콘텐츠 내용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보다는 허위 정보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화하는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이익공유제 또한 문 대통령이 "코로나 상황 속에서 돈을 번 기업들이 코로나 때문에 고통 받는 소상공인·자영업자·고용취약계층을 도울 수 있다면 대단히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제도보다는 자발적 참여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방식을 언급해 입법화가 쉽지 않게 됐다.
보궐선거의 경우 이 대표 체제 아래서 민주당 후보가 정해지겠지만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후보 개인의 역량, 각 지역별 당원과 당 소속 국회의원의 협력, 문 대통령의 지지율 등 다른 기여 요소가 많아 승리의 공을 이 대표가 모두 얻기는 쉽지 않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께서는 본인이 하실 수 있는 말씀만 하셨지만 결과적으로 이 대표에게는 쉽지 않은 환경이 만들어지게 됐다"며 "대표 임기가 50일 정도 남았는데 그 안에 새로운 이슈를 발굴하거나 현안에 대한 정치적 돌파력을 보여주는 등의 성과를 거둬야 조금이나마 당대표 프리미엄을 얻고 대선에 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