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오른쪽)가 12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 신항을 방문해 수출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당 정책위원회와 민주연구원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코로나19로 파생된 양극화 문제 해결에 본격 나선다.
◇ 지난해 10월 눈물 흘렸던 이낙연, 코로나 양극화 해소 절감이낙연 당 대표는 12일 인천 송도 신항 수출 현장을 찾아 "코로나를 겪으면서 양극화라는 엄청난 과제를 떠안게 됐다"며 "양극화를 극복하려면 우리의 제도, 재정의 역할이나 복지체제, 민간의 고통분담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코로나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한다"며 "극복하기 위한 준비는 저희가 따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전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유럽 국가들에서) 코로나로 많은 이득을 얻는 계층이나 업종이 이익 일부를 사회에 기여해 피해가 큰 쪽을 돕는 다양한 방식을 우리 사회도 논의해볼 만하다"고 언급한 지 하루 만에 '이익공유제'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꺼내든 셈이다.
이 대표가 최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이익공유제'를 잇따라 언급하는 배경에는 현재의 양극화가 지속될 경우 이를 회복하는 데 더 큰 고통이 따른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가 지난해 10월 코로나19에 취약한 플랫폼 노동자와 소상공인들을 현장에서 집중적으로 만나면서 양극화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절감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27일 서울 한진택배 마포센터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근로실태 점검 및 보호대책 현장간담회'를 찾아 큰 충격을 받았다고 민주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10월 정기국회 국감 중에만 3명의 택배노동자들이 과도한 업무를 견디지 못하고 숨졌기 때문이다.
8일 CJ대한통운 소속 택배노동자 김원종(48)씨가 배송 작업 중 가슴 통증을 호소하다 사망했고, 12일에는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에서 야간 분류작업을 하던 20대 비정규직 장모씨가 숨졌다. 19일에는 한진택배에서 일하던 김모(36세)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 간담회에서 이 대표는 "택배노동자들이 매우 열악한 처지에 내몰리고 대리운전 노동자들도 '설마 저런 일이 있을까' 싶을 만큼 말이 안 되는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는 발언 등을 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대표에게는 양극화 문제가 가장 중요한 화두"라며 "양극화를 먼저 풀어야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달 말 신복지체제 발표도 그런 차원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대표가 예전에 플랫폼 노동자들 만나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그 만남이 상당히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며 "이후 택배기사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법을 강조하는 등 민생법안에도 올인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와의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 사회적 연대기금 조성, 기업들의 사회적 역할 강조
이 대표는 12일 오후 소상공인단체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다"며 "이걸 차단하지 않으면 코로나 이후에 우리 사회가 깊은 상처를 안은 채로 가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언급한 이익공유제를 구체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홍익표 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코로나 위기 속에 얻은 혜택과 이익을 나누는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제안한다"며 "강제적인 수단보다는 공동체 회복을 위한 연대와 협력의 정신으로 자발적인 참여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유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13일 '포스트 코로나 불평등 해소 및 재정 정책TF'를 구성해 구체적인 민관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민주당 정책위는 이익공유제 제안이 기업들의 자발성에 기초하는 만큼, 추경이나 증세가 아닌 사회적 연대기금 조성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목적의 기금을 조성해, 저소득층에 대한 단순 지원이 아닌 생산적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기업들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해 자발적 투자를 유도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자발적 참여를 대전제로 하는 만큼, 지난해 '착한 임대인' 지원 사례처럼 세액공제를 늘리거나 금융·세제 지원을 강화하는 인센티브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측 싱크탱크 관계자는 통화에서 "양극화 워낙 심해서 코로나로 인해 혜택을 본 산업에서 자발적으로 피해 섹터를 위한 기구를 발족해 사회적 나눔을 실천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공약이자 현 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 중 하나인 '협력이익공유제'를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 대표도 "20대 국회 때 문 대통령 후보의 선거 공약이었던 협력이익공유제 내용을 보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공유를 유발한 방식이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협력이익공유제는 대·중소기업간 공동의 노력을 통해 얻어진 이익을 사전에 약정한 바에 따라 공유한다는 차원에서 현재의 코로나 양극화 해법으로 바로 적용하기엔 맞지 않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 야당의 반시장적·반기업적 공세엔 단호하게 대응
이 대표가 던진 이익공유제라는 화두를 놓고 여야 정치권의 신경전도 만만찮다.
당장 야당은 반(反)기업적, 반헌법적이라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3차 온택트 정책워크숍에 참석해 "일자리는 기업, 민간이 만들어야 하는데 각종 규제로 기업 손발을 묶어놓고 한술 더 떠 이익공유제를 하려고 한다"며 "경제 주체의 팔을 비틀어 이익까지도 환수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 윤창원 기자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일의 선후가 잘못됐다. 이익공유를 원한다면 문재인 정권이 가져간 이익부터 나누는 게 순서"라며 "태양광, 라임·옵티머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성금을 착복한 의혹의 윤미향, 권력을 앞세운 그 축재에도 아직 성이 안 찬다는 것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성일종 비상대책위원은 페이스북에 "집권당 대표의 말은 레토릭이 아닌 구체적 실현성 있어야 하고, 법에 근거하고 있어야 한다"며 "이 대표의 이익공유제는 허공에 뜬 구름 같은 개념이다. 이익공유를 할 기업은 코로나19로 혜택을 본 기업이라는데 기준이 뭐냐"고 따졌다.
반면 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국민의힘이 이런 논의를 공산주의, 사회주의로 폄하하는 것 같아 매우 유감"이라며 "공당이 정책 대안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토론하는 것보다 색깔론에 집착하는 것 같아 딱하다"고 일침을 놨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도 "이 대표의 제안이 코로나 양극화 극복을 위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여는 단초라고 생각한다"며 "걸핏하면 사회주의냐고 시비를 거는 야당과 수구 언론이 있지만, 그것이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입법하지 못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