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코로나19로 바뀐 일상…그래도 희망을 ②자영업 붕괴…일터 잃은 '알바 노동자'들 연쇄 위기 (계속) |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기준을 바꿔놓았다. 비대면은 일상이 됐고 마스크는 필수가 됐다. 정치와 경제, 교육과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기준이 마련됐다.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차별과 혐오를 마주하기도 했고, 연대와 나눔 속에서 희망을 품기도 했다.새해 전망은 암울하다.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더 깊어지고,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릴지 모를 일이다. 거꾸로 우리 앞에 어떤 기회가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대전환 시대 갈림길, 2021년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대전CBS는 질병의 역습으로 인한 일상의 변화와 사각지대 실태를 짚어보고 보다 더 나은 시대로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해보는 기획보도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표현할 수 없는 심정으로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곳을 일터로 삼던 수많은 '알바 노동자'들의 눈물로도 이어지고 있다.
"장사가 안 된다고 하면서... 자르는 거죠. 어려우니까 다른 데 가봐라."
식당 등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철민(가명)씨는 벌써 1년 가까이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마음은 조급하지만 요즘은 뽑는 곳이 더욱 뜸해졌음을 느낀다. 구인구직 포털사이트를 매일 들여다보지만, 유일하게 늘어난 자리는 '배달'뿐이라고 했다.
문을 닫은 매장. 김태헌 기자
"월세부터 식비, 휴대폰비, 기타 생활비만 따져도 마이너스가 심하더라고요. 빨리 구해야 하는데 일은 없고 버틸 수 있는 여유도 없고..."
은성씨에게 아르바이트는 경험 쌓기, 용돈벌이가 아닌 '직장'이었다. 갑자기 일자리를 잃으면서 생계 위협이 현실이 됐다고 했다. 택배 상하차 일을 하다 허리를 다친 적이 있어 그나마 구인공고가 자주 뜨는 택배 일도 못 나가는 처지가 됐다. 어쩌다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는 곳이 있어도, 지원자가 너무 많은데다 아르바이트 면접에서조차 '경력직'을 원한다고 했다.
상진(가명)씨 역시 일하던 두 곳 중에 한 곳을 못 나가게 되면서 수입이 반토막이 났다고 했다. 월세 등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들이 있지만 마련할 방법이 막막해진 상태다. "최소 잘 곳은 있어야 되는데"를 걱정하게 됐다고 상진씨는 털어놨다.
지환씨(가명)의 경우에는 아르바이트가 끊긴 지금 빚을 내 생활하고 있다. 직장이 없어 은행권 대출의 문턱이 높다보니 주변에서 되는대로 빌리거나 급히 필요한 건 휴대폰 소액결제를 하며 "일단 버티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안정적인 일자리'를 준비하는 과정은 더더욱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20대 중반인 상진씨는 단순노동에서 벗어나고 싶고 미래에 대한 걱정도 크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자리를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현실 속에 자기계발과 기회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의 충격은 수치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는 코로나가 확산되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매달 17만 명에서 20만 명에 육박하는 감소폭을 보였다. 직원을 줄여 나홀로 가게가 되거나, 아예 폐업을 했다는 것을 뜻한다.
자영업이 입은 타격은 그곳에서 일하던 '알바 노동자'들을 비롯한 시간제·임시직 노동자들이 설 곳을 좁히고 있다. 한 구인구직 포털사이트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한 업주의 40% 이상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이후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줄이거나 중단했다고 답했다. 실제 숙박업소와 음식점 등에서 일하는 취업자 수도 전년보다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노동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장벽이라고 할 수 있는 알바 시장에서마저 진입이 허락되지 않는 모양새다. 더욱이 코로나로 취업도 재취업도 어려운 이들이 늘며 알바 자리에 기대는 비중은 늘어만 가는데, 그마저도 줄어들며 더욱 혹독한 겨울이 이어지고 있다.
선별진료소 의료진의 페이스 쉴드에 성에가 끼어있다. 이한형 기자
전문가들은 이들의 위기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구정모 목원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서 임시직 일자리의 급격한 감소가 예상되며, 이는 취약계층 비율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사회적 부담으로도 전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회안전망 차원의 단기일자리 제공은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되는 시기까지는 지속해나가되, 장기적으로는 이들의 사회 진출을 도울 수 있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구 교수는 조언했다. "공기업과 민간기업 등이 참여해 이들에게 직무역량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경력개발 지원정책도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선제적 노력이 있어야만, 향후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거나 종료됐을 때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준비된 인력 역시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청년층의 경우에는 낮은 취업 가능성뿐만 아니라 취업을 위한 준비과정조차 경험할 수 없다는 상실감 또한 만만치 않다"며 "코로나19에 따라 청년층의 경력단절 역시 향후 심각한 수준의 사회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