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화재 사고가 난 테슬라 전기차. 연합뉴스
테슬라 자동차의 탑승자가 사망한 지난 9일 사고는 전기차(BEV)의 독특한 위험성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단면적인 사건이다.
달리 말하면 '전기차니까 더 위험하다'라기보다 '전기차만의 또 다른 위험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에 테슬라 모델들의 특수한 설계가 위험성을 더 키운 것으로 보인다.
일단 사고의 원인과 관련된 쟁점은 3가지로 요약된다. △운전자의 급발진 여부 △배터리 화재 발생 △도어 개폐 방식 등이다. 구조적으로 변속기가 필요 없는 전기차의 특성상 급발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배터리의 경우 리튬 이온 배터리의 위험성은 널리 알려진 바와 같다.
그렇다면 특수한 '도어 핸들과 개폐방식'에 주목해 볼 수 있다.
사고차량은 테슬라의 모델X였다. 사건 관련 증언을 종합하면 치명적인 대목은 차량의 충돌 이후 화재 상황에서 '문이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고 6분 뒤 구조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고, 조수석을 통해 차량 주인(대리운전 조수석 탑승)을 구해야 했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고, 결국 25분 만에 트렁크를 통해 구조했지만 차량 주인은 숨졌다.
소방 관계자는 "조수석 쪽은 충돌에 의해서 사람의 힘으로 열거나 이렇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차량과 벽면의 추돌 과정에서 조수석 도어의 힌지가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문 자체는 안에서든 밖에서든 열수 없는 상황이었고, 다른 문을 열고 구출해야 했으나 2열의 문도 열리지 않아 트렁크를 열고 구출했다는 얘기다.
테슬라 차량이 위험에 빠진 것은 관계 법령의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아서일까. 반드시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의 102조를 보면 "충돌 후 모든 승객이 공구를 사용하지 아니하고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좌석 열당 1개 이상의 문이 열릴 수 있도록 할 것. 다만, 좌석 열당 문이 없는 경우에는 해당 열에 탑승한 승객이 문이 있는 열의 좌석 또는 좌석 등받이 각도를 조절하여 밖으로 나올 수 있으면 이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본다"고 돼 있다.
이 기준과 관련 통상의 차량들은 주행속도가 특정 기준 이상 빨라지면 자동으로 문이 잠기고, 사고 상황에서 문이 밖으로 열리면 안 되지만, 특수한 상황(에어백이 터지는 정도의 충격 상황)에서는 도어의 잠김이 자동으로 풀리게끔 돼 있다. 위급 상황에서 탑승객이 차량 밖으로 튕겨져 나가버리는 경우의 수는 방지하면서 자력에 의한 탈출이나 외부에서 구조하는 것은 쉽도록 돕는 방법이다.
사고차량인 테슬라 모델X의 도어가 벽면 충돌 후 자동 잠김 풀림이 됐는지 여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운전석에 있었던 대리운전기사가 문이 아닌 창문을 통해 나왔다는 사실로 미뤄 볼 때 잠김 상태였을 개연성이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밖에서 차량의 문을 개폐 가능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사고 당시 조수석의 피해자는 다리가 사고 차량의 부위에 끼었고, 안에서 밖으로 자력으로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만약 잠김 풀림이 자동으로 작동되었다고 가정한다면 구조대원들이 밖에서 문을 열 수 있어야 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았다.
모델X는 도어가 좌우로 열리는 방식이 아니라 날개처럼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는 방식인데 전자식으로 작동할 뿐 아니라, 터치식이라 손잡이 자체가 없어 기계적으로 열기 어렵게 돼 있다. 같은 전기차라도 모델X는 손잡이 없는 터치 방식, 모델S는 평소에 손잡이가 없다가 전자적으로 튀어나오는 '히든 팝업' 방식이다.
테슬라 차량 중 사고차량인 모델X와 모델S는 충돌‧화재시의 구조 상황에서 외부에서 내부의 피해자를 구출하기에 매우 불리한 방식임을 알 수 있다.
기계적으로 안과 밖에서 문을 열 수 있는 락(lock) 풀림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단전이 되면 도어 자체가 작동을 않거나 손잡이가 밖으로 나오지 않아 문을 열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테슬라 중 모델3와 국산 차 중 현대차의 넥쏘의 경우 평소에는 같은 히든 도어 방식일지라도, 기계적으로 열 수 있는 구조로 제작된다.
이 같은 난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장(電裝)의 딜레마'를 지적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전기차의 전자장비는 양면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화되면서 사용하기 편한 측면과 함께 이번 사건의 경우처럼 특수한 사고 상황에 직면하면 드러나지 않았던 위험성이 돌출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해법으로는 전고체 배터리와 같은 해법이 조언됐다. 전동화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상황에서 배터리의 화재 위험성을 전고체 배터리를 통해 극복하려 하듯이, 전장화에 동반되는 위험성 역시 별도의 기술적인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