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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돈가스집' 누명에 폐업…아직 배상 못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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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1년을 돌아보다②]출구 없는 자영업자의 고통
한계 몰린 자영업자·소상공인…서울 번화가까지 '올 스톱'
불 꺼진 명동, 차 없는 거리엔 사람 발길도 끊겨
택시업계 찬바람 심각…"기사 30%가 이직·휴직"
식당·헬스장 등 직격타 맞은 업종 경영난 심각
전문가들 "해외 주요국처럼 임대료 직접 지원 시급"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11개월 전인 올해 1월 20일 국내에 처음으로 상륙했다. 누적 확진자는 4만여명을 돌파하며 언제 끝날지 모를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공장이 멈추고 집 앞 상가의 문은 닫혔다. 가족과 친한 친구를 떠나보내게 될까 마음을 졸여야만 했다. '가장 큰 규모이자 장기적인 유행'이 될 것이라는 '3차 대유행' 위기 속 2020년을 돌아봤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확진자와 완치자의 증언
②출구 없는 자영업자의 고통
(계속)
지난 16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거리. 대부분 가게와 점포에 불이 꺼져 있다. (사진=김태헌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눈에 띄게 줄어든 매출은 몇달 째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쌓이는 임대료와 유지비에 허리가 휜 업주들의 자발적 폐업이나 휴업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의 가장 중심 번화가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6일 찾은 서울 중구 명동(明洞)은 더 이상 '밝은 거리'가 아니었다. 줄줄이 불이 꺼진 옷가게와 유명 드러그스토어에는 '임시 휴업', '임대' 안내문이 나붙어 있었다. 아예 통째로 장사를 멈춘 건물도 10곳 중 2~3곳 꼴로 있었다.

평소라면 명동 한복판에 늘어섰던 길거리 음식 점포들은 아예 자취를 감췄다. '차 없는 거리'라는 안내판이 무색할 정도로 거리에는 차도 사람도 없었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거리에 사람이 자취를 감춘 모습이다. (사진=김태헌 기자)

 

이날 오후 6시쯤 날이 조금씩 어둑해지자 그나마 불을 켰던 가게나 편의점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3년 동안 잡화점에서 일했다는 A(28)씨는 셔터를 닫으면서 "손님이 아예 없다. 원래 새벽에 출근해 밤 11시까지 화장실도 못 갈 정도로 바쁘지만 코로나 이후 옛날 얘기가 됐다"며 "요즘은 점심쯤 나와 저녁 7시 전에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오후 7시가 되자 거리에는 햇빛도, 간판 빛도 사라졌다.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종을 울리던 구세군 냄비마저 철수했다. 거리에서 전단지를 뿌리던 한 마사지샵 업주는 "200명 받던 가게가 오늘은 10명도 안 왔다. 외국인은 물론이고 한국인 발길도 뚝 끊겼다"며 걸음을 옮겼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대형 편집샵 매장이 문을 닫은 모습. (사진=김태헌 기자)

 

◇구청 실수로 '확진자 방문' 소문…수억원 날렸지만 보상은 막막

지자체의 잘못된 확진자 동선 공개로 '코로나 돈가스 집'이란 소문이 퍼져 폐업까지 한 업주도 있다. 부산에서 '숑숑돈까스 남천점'을 운영하던 양영화(55)씨 얘기다. 양씨는 지난 2월 부산시의 동선 공개 실수로 확진자가 방문한 식당으로 낙인찍혀 생계를 건 식당을 잃었다. 지난해 10월 인테리어 비용만 1억원을 들여 시작한 가게였다.

하루 아침에 권리금 등 수억원을 날린 양씨는 수백만원의 월세를 버티지 못하고 결국 폐업했다. 하지만 정부 배상은 전혀 받지 못했다. 부산 수영구는 피해를 호소하는 양씨에게 검찰에 국가배상 소송을 하라면서 종이 한 장 건넨 게 전부였다.

양씨는 시장 권한대행이라도 만나게 해달라고 부산시에 호소했지만 민원은 기각됐다. 이후 언론에서 양씨 사연이 보도된 뒤에야 시청 공무원이 연락을 해 왔지만 뚜렷한 보상책은 없었다고 한다.

양씨는 "시청에서는 판결문을 받아오라는데 국가를 상대로 2년 3년씩 소송할 돈도 힘도 남아있지 않다"며 "보험도 다 해지했고 그나마 작은 도시락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것마저 너무 힘든 상태다"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헬스장에 영업시간 단축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택시업계 "30%가 그만 둬"…한계 몰린 식당·헬스장 비명

저녁 약속이나 회식이 사라지면서 '시민의 발' 택시 이용도 눈에 띄게 급감했다. 지난해 '타다' 서비스 출현으로 어려움을 겪은 택시업계는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일종의 자영업자인 개인택시 기사들은 말그대로 '버티기' 중이다. 서울의 경우 9천만원 정도에 팔리는 면허를 내놓아도 택시업계에 뛰어드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되지 않고, 매달 20일 이상 운행을 하더라도 이전보다 손에 쥐는 돈이 확 줄어 가계에 부담이 되어서다.

일부 법인 회사는 사원들 월급 주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택시 업계 관계자는 "연말은 1년 중 가장 손님이 많은 때지만 올해는 완전히 망한 분위기"라며 "택시 기사 중 휴직이나 이직자가 속출하고 있다. 법인 기준으로 30% 정도가 그만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강서구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최모(61)씨는 "25평 매장에 그제는 손님 한 명 받지 못했다. 하루에 네다섯 테이블을 받으면 많이 받는 날"이라면서 "올해 들어 밀린 월세에 생활비를 충당하느라 받은 대출만 6천만원이다. 코로나보다 굶어죽는 게 더 무섭다"고 했다.

성북구에서 800평 규모 헬스장을 운영하는 A씨는 "월세 수백만원과 헬스 기구 대여 비용, 직원 월급 등 고정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면서 "일단 휴업 중이지만 영업 정지가 길어지면 가게를 접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명동 지하상가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는 호소문이 붙어 있다. 코로나 19는 연말이면 붐비던 명동거리 풍경도 바꿔놓았다.(사진=이한형 기자)

 

◇해외 주요국은 이미 '임대료 직접 지원'…전문가들 "대책 시급"

실제 해외 주요국은 영업중단으로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에 대해 직접적인 현금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독일은 최근 2차 봉쇄조치를 발표하면서 전년보다 줄어든 매출액의 75%까지 보전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나 일본 등도 임대료 수준에 따른 현금 지원을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 사태 초반부터 임대료를 못내는 임차인을 내쫓지 못하도록 유예 조치를 도입했다. 캐나다는 극심한 피해를 본 임차인이 요청할 경우 임대료를 4분의 1만 내고 나머진 정부가 보조하는 정책을 폈다. 호주는 임대인이 받은 세금 감면 혜택 만큼 임차인의 임대료를 감액하도록 하고 있다.

다행히 정부도 내년 1월 중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를 상대로 지급할 재난지원금에 임대료 일부를 보전하는 방식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 규모에 따라 추경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새로운 자영업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참여연대 김남근 변호사는 "특수 상황인 만큼 임대료를 연체하더라도 건물주가 상인을 퇴거하지 못하도록 한다든지, 임대료를 동결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라며 "정부와 금융권 등이 함께 고통을 분담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맘상모 박지호 사무국장은 임대료 동결 등 방식을 언급하면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갑과 을의 관계지만, 임차인 없는 건물의 임대인은 다시 은행같은 금융기관의 을이 된다"라며 "정부의 임대료 지원 정책은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를 돕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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