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플랫폼 종사자가 일하다 부딪히는 각종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약속한 전국민 산재·고용보험 실현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전국민 산재·고용보험 위해 '전속성' 폐지 추진…퇴직공제금도 도입정부는 플랫폼 종사자와 특고의 산재보험 가입을 가로막는 '전속성' 요건을 폐지하고, 직종·분야별 특성을 반영한 산재보험 적용·징수체계를 담은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내년 1분기 마련하기로 했다.
'전속성'은 정부가 한 사람이 얼마나 '근로자'에 가까운 지 판단하는 요소로, 현행 산재보험법은 '주로 하나의 사업장'에 노무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한하고 있어 여러 업체에 등록하거나, 부업으로 일하는 경우가 잦은 플랫폼 종사자, 특고는 산재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웠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다른 사람의 사업'에 노무를 제공하는 플랫폼 종사자, 특고 전반으로 가입대상을 확대하도록 지난 10월 출범한 노·사·전문가 TF를 통해 내년 상반기 중 전속성 기준 개편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당장 새롭게 바뀌는 변화로는 우선 지난 8일 근로복지기본법 적용대상이 플랫폼 종사자를 포함하는 '노무제공자'로 확대됨에 따라 생활안정자금 융자 등 관련 복지사업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이번 법 개정으로 '노무제공자'는 물론, 산재보험에 임의가입한 1인 자영업자까지도 혼례비, 장례비 등을 연 1.5%의 낮은 금리로 1인당 최대 2천만원까지 융자 및 신용보증 받을 수 있다.
또 일반적인 퇴직금 제도를 활용할 수 없는 플랫폼 종사자를 위해 플랫폼 기업이 퇴직공제 등을 위한 공제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에 관련 근거를 마련한 뒤 내년 상반기 연구용역, 이해관계자 논의 등을 거쳐 2022년 공제조합 도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공제조합이 도입되면 플랫폼 기업이 플랫폼 이용 수수료의 일정액을 공제부금으로 납부하면 플랫폼 종사자가 퇴직할 때 퇴직공제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이미 건설노동자의 경우 1997년부터 건설사업주가 납부한 공제구금을 건설근로자공제회가 관리하다 퇴직공제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정부는 근로복지진흥기금을 통해 공제회가 플랫폼 종사자의 권익·복지를 위해 벌이는 사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내년 3월 근로복지기본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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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예방 위한 실태조사 실시…보험료 등 부담 낮추기 위한 맞춤형 지원도 마련최근 코로나19 사태 속에 택배·배달기사 등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면서 건강을 해치거나, 심지어 과로사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도 제시됐다.
우선 정부는 플랫폼 종사자의 주요 직종별 근무형태, 새로운 유해·위험요인 등 안전보건 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플랫폼 종사자 특성에 맞춘 산재예방 대책을 내년 연말까지 수립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또 직종별 건강진단이 법정 건강진단 유형으로 포함되도록 산업안전보건법령 개정도 함께 추진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배달업계의 경우 오토바이, 스쿠터를 주로 이용하는 배달기사의 특성을 감안해 이륜차 정비제도 개선에 나선다.
현재 일반차량은 등록제·표준공임제를 운영하고 있어 표준정비시간이나 시간당공임을 반드시 공개하도록 하고 있는 반면, 이륜차의 경우 별다른 규제 없이 사업자등록만 하면 누구나 정비점을 운영할 수 있는 자유업이어서 업체별로 정비요금이 들쑥날쑥한 현실을 바로잡으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이륜차 정비에 관한 실태파악 및 노사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상반기 '표준공임제' 권고안을 마련하고, 내년 하반기에는 '이륜차 정비업 등록제'를 도입해 이륜차 정비점에서도 반드시 견적서·명세서를 발급하고 표준정비시간 및 공임을 게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내년 상반기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및 배달·보험업계와 함께 '이륜차 보험 협의체'를 구성해 보험료 부담을 낮출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이륜차, 특히 유상운송 배달용 이륜차의 보험료는 다른 차량보다 훨씬 높아서 일반 이륜차도 무보험 차량이 절반을 넘는다.
이에 관해 정부는 배달기사들이 배달 시간에만 보장받는 대신 보험료를 낮춘 'On-Off' 보험 출시를 확대하거나, 이륜차 블랙박스 등 안전장치 장착을 전제로 보험료를 할인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또 여러 대리운전 업체에 등록하면서 보험을 중복 가입해 보험료 부담이 큰 대리기사를 위해서도 내년 1월 대리운전자 보험조회 시스템을 구축하고, 렌터카를 대리운전하다 사고가 나더라도 과도한 보험처리 비용 부담을 받지 않도록 내년 중 '자동차대여 표준약관'을 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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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소득 불안정한 플랫폼 종사자 최소 약 22만명…사회안전망 사각지대 놓여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10월부터 두 달 동안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플랫폼 종사자'를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모든 사람'으로 넓게 보면 179만명으로, 15~64세 전체 취업자의 7.4%에 달한다. '일의 배정 등 업무수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좁게 해석해도 약 22만명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이들 22만명 중 20대(21.2%), 30대(26.0%), 40대(27.6%) 비중이 높고, 해당 일을 주업으로 삼는 비율(49.7%)도 절반에 가까워 향후 플랫폼 종사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종사자 중 상당수가 고용과 소득이 불안정한데다, 관련 법·제도가 관련 업계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해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플랫폼 종사자 중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비율은 18.2%에 불과했고, 건강보험(70.1%), 국민연금(52.6%), 고용보험(34.4%) 가입률도 매우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