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장관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제5차 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초대 처장 후보를 추천하는 위원회가 18일 5차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이유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의견이 결정적이었다. 야당 반대에도 이날 최종 후보 2명을 결정하고 공수처 출범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회의 연기를 전격 제안해서다.
표면적으로는 사퇴한 야당 추천위원을 새로 선임해달라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요청을 존중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 추후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야당 측은 추 장관이 새로운 인물을 공수처장 후보로 추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기한 것 아닌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추천위는 오는 28일 오후 6차 회의를 열어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을 최종 의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 사이 후보자 추가 추천도 허용하기로 했다.
이날 추천위에는 야당 추천위원 임정혁 변호사의 사퇴로 총 7명 중 6명의 위원만이 출석했다. 결원을 두고 회의 진행에 대한 이의 제기와 반대 의견이 교차했다.
회의를 다시 여는 안건은 표결에서 부결됐지만, 위원들은 "법리 논쟁을 떠나 국회의장이 후임 위원 추천을 요청한 점을 존중하고,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이 합의에 의해 원만히 이루어지도록 노력한다는 점에 동의해 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야당 측 추천위원 1인 몫을 새롭게 위촉할 시간을 주기로 한 이런 결정에는 추 장관의 전향적 의견이 있었것으로 전해졌다.
조재연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회 5차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한 관계자는 "뜻밖이었다. 추 장관 발언으로 분위기가 확 반전돼 만장일치로 회의를 다시 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늘 중으로 후보자 추천을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는데 추 장관이 '짧은 기간 안에 야당에 시간을 주는 게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했다"며 "어떤 이유인지는 우리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정치적 부담도 있고, 절차적 하자가 없기를 바라기 때문에 시간을 좀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절차적 정당성'은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를 앞두고도 특별히 강조한 부분이라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으로 꼽는 공수처장 추천과정에서 반대세력에 공세의 빌미를 주는 것은 더 부적절하다고 우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일각에서는 추 장관이 새로운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또다른 의원은 "추 장관이 본인이 원하는 후보를 추천하는 것까지 감안한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야당 측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해임이 아닌 정직 2개월 징계한 것처럼 법리적인 측면을 고려한 것 아닌가 싶다"며 "원하는대로 밀어붙일 수 있으니 손해본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고, 드디어 '히든카드'로 새 인물을 추천할 것이라는 말도 있다"고 했다.
위원회는 오는 23일까지 후보자 추가 추천도 받기로 했다. 오는 28일에는 심사대상 후보에서 사퇴한 석동현, 현명관 후보자를 제외한 기존 심사대상자와 추가로 추천된 심사 대상자만을 대상으로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을 최종 의결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