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대구 그리고 코로나]지옥 같던 봄, 고난과 극복의 10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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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요즘. 직장 폐쇄, 등교 중단, 병실 부족. 꺼림칙한 단어가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어 곳곳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지금보다 체계가 없었던 지난 봄, 사실상 '무방비'였던 시절의 대구 역시 그랬다. 상황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확산의 고비를 마주하고 이겨나가길 반복하고 있는 대구. 지난 10개월 대구는 어떻게 견뎌냈을까. 무엇을 희생했고 어떤 점을 극복해냈을까? 대구CBS는 총 네 편의 연속 보도를 통해 지난 10개월 동안 대구가 겪은 코로나19 상황을 되짚어 보고, 앞으로 필요한 변화에 대해 물음을 던지려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지옥 같던 봄, 고난과 극복의 10개월
(계속)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코로나19가 급격한 확산세를 보인 대구 코로나19 추이. (사진=대구시 제공)

 

우리나라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건 지난 1월 20일.

이후 약 한 달간 대구는 잠잠했다. 타 지역에서 확진자가 속속 발생했지만 대구는 비교적 안전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며칠 뒤인 2월 18일. 재난의 서막이 시작됐다.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어마어마한 속도로 전파가 이어졌다.

2월 23일엔 148명으로 처음 100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의 무서운 위력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특히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채 집단 모임을 한 신천지를 매개로, 확산이 크게 번졌다.

단 일주일만에 누적 확진자는 500명에 육박했고 사실상 역학조사 불가, 병실이 태부족한 끔찍한 상황이 펼쳐졌다.

2월 29일 대구의 신규 확진자 수는 무려 741명에 달해 최근 기록이 깨지기 전까지 수 개월간, 전국의 일일 확진자가 최고 많았던 날로 기록됐었다.

인접 지역인 경북도 확진자 폭증은 마찬가지였다.

전파 순서를 알 순 없지만, 신천지 신도들이 다녀간 이후 청도 대남병원에서 무더기 감염이 시작됐다.

결국 대남병원 입원 환자 가운데 국내 첫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나왔다.

이어 대구에서도 사망자 발생이 잇따랐다. 급기야 병실 부족으로 입원 대기 중이던 환자가 숨지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다.

코로나19로 숨진 대구시민은 지금까지 총 196명. 확산이 가장 심했던 2월에 8명, 3월에 103명, 4월에 58명이 숨졌다.

경북에서는 총 사망자가 63명 발생했다.

국내 최초의 집단 감염, 대규모 확산이었기에 병상 확보 등 총력대응에도 불구하고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사진=자료사진)

 

확산 유형을 살펴보면 대구 내 확산은 신천지에서 불이 붙어 요양시설, 정신병원, 한마음 아파트 같은 집단 거주시설 등 감염이 취약한 곳으로 번지는 양상을 띄었다.

대구의 전체 확진자 7365명(14일 기준) 가운데 여전히 약 58%가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 감염에 해당한다.

단체 모임의 위험성과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몰랐던 신천지 신도들에게서 시작된 감염이 부주의했던 가정, 직장으로 확산한 것. 그것이 대구가 겪은 코로나19의 실체다.

아울러 지역에서 처음 확진 판정을 받은 31번 환자의 바이러스 전파 경로엔 뼈아픈 교훈이 담겨있다.

교통사고 이후 한방병원에 입원했던 그는 고열, 폐렴 증상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거부했었다.

그러다 증상이 악화되자 뒤늦게 검사에 응했고 결국 지역 첫 확진자가 됐다.

또 증상 발현 이후에도 결혼식장, 신천지 모임 등에 다녀가면서 확산의 시발점이 됐다.

물론 그가 실제 지역 내 첫 감염자 또는 전파자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부주의와 안일함이 빚은 비극의 시작은 분명했다.

이후 대구는 고위험 시설과 집단에서의 감염이 잇따르며 이 경우도 500건 이상(전체의 약 7% 수준)을 기록했다.

8월 광복절 집회 직후 일부 교회를 매개로 한 또 한 번의 확산, 수도권발 전파 등의 사례가 있었지만 전쟁 같던 봄에 비하면 고비는 잘 넘겼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그리고 위기 상황의 뒤에는 언제나 그들이 있었다. 소방당국, 의료인의 노고 덕분에 대구는 다시 안정을 찾았다.

대구 구급대원들 그리고 전국에서 대구로 지원을 온 구급대원 수백 명은 쉬지 않고 환자를 이송했다.

이들이 약 한 달 반동안 이송한 의심, 확진환자는 1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운 방호복 속에서 땀방울을 흘린 의사, 간호사는 마스크 자국이 얼굴에 깊게 패일 만큼 현장에서 고군분투했다.

그 가운데에는 환자를 이송하던 중 감염된 구급대원, 환자를 돌보다가 코로나19에 걸린 간호사도 있었다.

또 약 한 달 만에 일일 신규 확진자 수를 두 자릿수까지 낮춘 데는 시민들의 협조가 상당한 힘을 발휘했다.

대구시는 당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포기하면서까지 방역 지침에 협조해 준 '시민들의 공'이 가장 크다고 감사를 표한 바 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우리에겐 다시 한 번 위기가 찾아왔다.

이전보다 더 나은 시스템이 생겼고 치료 체계가 마련됐지만 여전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가혹하다.

대구가 겪어낸 지난 10개월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용기와 위로가, 또 다른 이에겐 반성과 교훈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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