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위력 성폭력사건 공동행동'이 지난 9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가해자 구속수사 촉구 일인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터지고 5개월 만에 내놓은 '성폭력 근절' 대책에 대해 피해자 측은 "정작 왜 대책을 발표했는지가 빠졌다"며 "피해자에게 사과부터 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공동행동)은 11일 "서울시는 근절대책을 발표하면서 박 전 시장의 위력 성폭력 사건에 대한 사과도, 입장 표명도 없었다"며 "기존 문제를 직시하지 않은 채 새로운 시스템 추가만으로 변화를 만들 수 없다.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발생에 대해 피해자에게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시는 전날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직장 내 성폭력 사건 처리 절차를 여성가족정책실 여성권익담당관으로 일원화하고, 자치단체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즉시 여가부에 통지하고 경찰 또는 인권위의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에 공동행동은 "왜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왜 근절 대책을 발표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배경과 입장이 부재한 서울시의 근절대책은 허공에 대한 외침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는 그동안 서울시가 성폭력 사건 관련 대책과 절차가 없어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이 아니"라며 "절차가 존재하지만 성차별과 성폭력을 묵인해 온 그동안의 모습을 봐왔기 때문에 말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그러면서 "새로운 대책은 발생한 문제와 기존 시스템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명명 없이 수립 불가능하다"며 "서울시는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입장과 책임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말로만 대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당장 취할 수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을 보라. 전 비서실장 등 최고 책임자가 2차 가해에 앞장서고 있다"며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등을 벌이고 있는 자들은 퇴직한 전 서울시 고위공무원과 현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장 등이다. 서울시의 강력한 대응과 징계절차 착수 등 단호한 대처를 분명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은 세대갈등과 성별갈등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위계와 성차별에 의한 문제임을 인지하라"며 "여성을 동료로서 인정·존중하지 않고 성적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조직문화가 문제를 만들고 해결조차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서울시 조직문화를 점검하고 근본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원이 최근 박 전 시장의 업무용 휴대전화에 대한 유족 측의 준항고 결정을 기각하면서 4개월간 중단됐던 경찰의 디지털 포렌식 절차도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 측과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