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리뷰]'유화 손짓' 대신 '대북 고삐'…바이든 속뜻? 트럼프 몽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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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가상화폐 계좌 몰수, 제재위반 제보 포상금…임기 말 뜬금없는 대북제재
바이든 외교 앞길에 ‘재 뿌리기’…이란 핵협정 복원 훼방과도 무관치 않아
트럼프 퇴임 후 노린 정치셈법…판 흔들기 계속되면 동북아 정세 불안

트럼프 바이든 김정은 (사진=연합뉴스)
북한과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온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임기 막판에 돌연 대북제재를 강화한 것은 물론 중국까지 함께 엮어 압박하고 나서 배경이 주목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로의 교체를 앞두고 북한의 신중한 처신을 강조하며 북미관계의 새로운 출발을 모색하는 우리 정부로선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北 가상화폐 계좌 몰수, 제재위반 제보 포상금…대북제재 및 中 책임론 거론

전례 없이 혼탁했던 대선 후유증에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뜸했던 미국은 최근 갑자기 대북제재의 고삐를 바짝 당겼다.

대표적인 것은 미 국무부가 지난 1일(현지시간) 북한의 무기 수출, 자금 세탁, 선박 환적 등을 제보하는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최대 500만 달러의 포상금을 내건 것이다.

또 미 연방검찰은 지난 2일 북한이 사이버 범죄로 탈취한 것으로 의심되는 가상화폐 계좌 280여개에 대해 몰수 절차를 본격화했다고 미국의소리 방송(VOA)이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7일 국무부 자료를 근거로 북한이 중국과의 석탄 밀거래로 올해에만 4천억원으로 추정되는 수입을 챙겼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국무부가 이 신문에 제공한 위성사진에는 북한 선박이 인공기까지 꽂은 채 버젓이 중국 항구로 향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중국 책임론을 함께 거론한 것이다.

실제로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언론을 통해 공개한 대담에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경고하는 한편 중국의 제재 이탈을 비판했다.

이는 알렉스 웡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가 지난 1일 중국이 대북제재 이행 의무를 명백히 위반했다고 밝히며 구체적 위반 사례를 대거 공개한 것의 연장선이다.

◇ 바이든 외교 앞길에 ‘재 뿌리기’…이란 핵협정 복원 방해와 무관치 않아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관여 정책을 펴면서도 동시에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을 가해왔다는 점에서 제재 강화가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임기 만료가 임박한데다 북한도 숨죽이듯 조용한 가운데 다소 뜬금없이 이뤄진 일어어서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

제재, 수해, 코로나의 3중고에 빠진 북한은 최근 국가정보원 보고에 따르면 북중교역마저 1/4 토막이 났다. 설령 제재 위반이 있다손 쳐도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상황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을 더 쥐어짜는 배경에는 미국의 대중국 전략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셈법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차기 행정부가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중국 압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기후변화와 북한 문제에선 협력하기로 한 것에 일종의 ‘재 뿌리기’를 한 셈이다.


북한을 겨냥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중국을 한데 엮어 견제하는 한편,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적 출발선도 뒤로 후퇴시키는 다목적 포석이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현 양상에 대해 “북한을 바둑돌 삼아 밀고 당기는 지정학의 일부분”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퇴임 전에 집안을 좀 어지럽혀 놓고 가자. 바이든이 와서 청소하게끔 하는 식”이라고 비유했다.

◇ 트럼프 퇴임 후 노린 정치셈법…판 흔들기 계속되면 동북아 정세 불안

트럼프 대통령 말년에 이뤄진 갑작스런 북한과 중국 때리기는 최근 이스라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이란 핵과학자 암살 사건을 연상시킨다.

이 사건은 중동의 긴장을 고조시켜 바이든 차기 행정부의 이란 핵협정(JCPOA) 복원을 방해하기 위한 음모라는 게 정설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승인이나 최소한 묵인이 있었다는 관측도 뒤따른다.

문제는 트럼프의 ‘변심’에 국무부 등의 정통 관료 그룹이 공조할 가능성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17일 공개한 ‘중국의 도전 요소’라는 보고서에서 중국 위협과 북한 지원 사실을 강조했고 중국은 강력 반발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미국의 직업 관료들은 북한에 대해 초지일관 거부반응을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지침상 어쩔 수 없이 따랐을 뿐 지금 상황은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외교 소식통은 정권 끝물에 왜 이런 보고서가 나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기 행정부와의 교감 하에 이뤄졌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바이든 정부가 조기에 대북 메시지를 발신해 북한을 다독거리길 바라는 우리 정부로선 난감한 일이다.

다만 바이든 정부의 외교 전략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최근 “바이든 정부의 중국에 대한 정책이 명확하지 않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북한 문제는 더더욱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 1월 20일 바이든 대통령 취임 전까지 트럼프 진영의 판 흔들기가 계속되는 것은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정부의 더 적극적 역할이 요구되는 것이다.

김영준 국방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몽니를 부리고 있다”며 “단지 바이든 행정부를 훼방하기 위해 (북한에 강경하게 나가는 등) 집권 때와 반대로 가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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