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전세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9일 정부의 전세 대책 발표가 나왔습니다. 내년 상반기까지 수도권 2만 4천 호를 비롯한 전국 4만 9천 호를 집중 공급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안타깝게도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또' 올랐습니다.
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넷째주 전국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30%에 달했습니다. 이는 지난 2019년 9월 9일부터 매주 오른 수치인데다가 2012년 5월 7일 이후 역대 최고치이기도 하죠.
최근에는 지방으로까지 부동산 지표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지방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 11월 첫째 주에 0.23%로 가장 많이 오르더니, 지난 셋째 주에는 0.33%, 넷째 주에는 0.34%인 역대 최대치에 이르렀죠.
이러다 보니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또한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2020년 3분기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주담대는 17조4천억 원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배 가까이 늘어난 금액입니다.
◇10명 중 6명 "임대차법 도움 안 돼"
정부는 앞서 과도한 전셋값 상승을 막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임대차3법 중 하나인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인상률 '5% 상한선'도 그 중 하나였죠. 하지만 신규계약 과정에서 오르는 전셋값까지 막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11월 '전국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택 종합 전셋값은 10월(0.47%)보다 0.66% 더 올랐습니다. 이는 2013년 10월(0.68%) 이후 가장 많이 오른 수치입니다. 임대차 3법이 시행된 8월달 이후로 전세값 상승률이 매매값 상승률을 앞지르기도 했습니다.
여론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이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 1154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이 '임대차법이 전·월세 거래에 도움이 안 된다'고 봤습니다.
◇"나쁜 제도" vs "전면 도입" 분양가상한제 의견 분분
분양가상한제 재시행에 대한 말도 나옵니다. 분양가상한제는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사의 적정 이윤을 보태 가격을 산정한 뒤 그 가격 이하로 분양하게 하는 제도인데요.
이 제도는 1970년대에 도입돼 2000년에 폐지됐지만, 2007년에 다시 시행됐다 2014년에 폐지됐습니다. 이후 지난 2019년 8월 서울 강남·서초·송파·동대문·노원 등 18개 자치구와 경기 광명·하남·과천 등 3개 시를 대상으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먼저 주택 공급이 위축돼 부작용이 나온다는 말인데요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최근 열린 기자 오찬 간담회에서 "분양을 받으면 입주하는 순간 수억원을 벌게 되는 등 시중 가격으로 올라 분양 광풍이 일게 된다"며 "분양가 상한제는 처음에는 좋은 의도였으나 지금은 나쁜 제도"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달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 시기 아파트 가격이 폭등했다며 분양가상한제 '전면'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경실련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 당시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강남 115%, 비강남 92%로 가장 높았고, 상승액은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 2014년 이후부터 2020년까지 강남 2.5억, 비강남 1.4억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경실련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처럼 분양가상한제가 일부 국한되서 시행되다 보니 투기 수요가 규제를 피해서 몰린다거나 건설사들이 분양을 늦추는 등의 문제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분양가상한제의 기본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체 가구 수 보다 많은 청약 통장…5채 이상 다주택자는 11만명
이처럼 아파트 매매가와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분양을 받으려는 가구가 늘고 있습니다. 한국감정원과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681만2857명에 달합니다. 이는 전체 가구 수(2034만 가구)보다 많은 것으로 우리나라 인구(약 5178만명)의 절반 이상이죠.
이 가운데 국내 자기 집을 보유한 전국 가구 비율이 61%에 달한다고 하니 청약통장 가입자 중 유주택자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다주택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통계청 '2019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2채 이상을 가진 다주택자 수 비율은 2012년 13.6%에서 지난해 전체 15.9%인 228만4천명으로 매년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3채 이상을 소유한 다주택자는 29만3천명, 4채 이상은 7만6천명, 5채 이상은 11만8천명이었습니다.
경쟁률 또한 치솟았습니다. 올해 청약홈에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단지는 지난 11월 27일까지 총 37곳으로, 평균 경쟁률이 44대1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서 진행된 무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21.6대 1)의 두 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연구원은 "현재 새 아파트 공급이 줄어든다는 불안 심리가 팽배한 만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거나 인기 지역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무순위 청약 경쟁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임신진단서 위조까지…부정 청약 흔들
청약 가점제에 대해서도 말이 나옵니다. 무주택기간과 통장 가입기간이 모두 만점인 상태에서 부양가족 3인(4인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최대 점수가 69점인데요.
69점은 아이가 둘이 되지 않는 한 사실상 결혼을 해도 받기 어려운 점수입니다. 지난 10일 과천 '푸르지오 어울림 라비엔오' 84㎡E타입 지원자 중 만점(84점) 통장이 경기도에서 9개월만에 나와 눈길을 끈 이유기도 하죠.
이렇듯 가열된 시장 속에서 셋째를 임신한 것처럼 임신진단서를 위조하거나, 아이를 입양했다가 파양하는 등의 부정 청약 사례 또한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3인가구 이하 또는 미혼가구가 증가하는 등 사회 형태가 달라지고 있는데도 청약가점제가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 또한 나오고 있습니다.
숭실사이버대 김학환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른 항목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는 가구도 (가족 유무와 같은) 특정 항목에 점수를 못 받아 종합적으로 밀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달라진 사회 형태 속 가구를 위해 배점 또는 항목 조정 같은 부분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