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온택트 의원총회에서 김태년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정국을 요동치게 만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이 막바지로 향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출구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국민적 비판여론과 당내 잡음을 최소화해야 내년과 후년에 있는 대형 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의 尹 직무복귀 결정…與, '尹사퇴' 일변도에서 잠시 '당혹'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 수위가 상승 일로를 타는 동안 민주당 내 주류의 분위기는 '윤 총장 사퇴'였다.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로 윤 총장의 행위들이 정부·여당의 기조와 어긋나는 일들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추 장관이 아들 특혜 논란, 국회 막말 논란 등으로 곤란함을 불러왔을 때도 법무부와 검찰청을 피감기관으로 둔 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윤 총장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낮추지 않았다.
그러나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감찰 뿐 아니라 검찰총장 직무배제라는 사상 초유의 카드를 뽑아들면서 민주당 내에서도 향후 결과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행정법원이 1일 직무배제 효력을 정지시킨 점과, 윤 총장이 검찰을 향해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며 법원 결정 후 바로 출근에 나서면서 민주당 내 우려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추 장관의 스타일상으로는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무엇인가 대응에 나서야 하는데, 법원의 결정과 추 장관 측 인사로 알려졌던 법무부 차관의 사의표명 등으로 인해 속된 표현으로 '코가 빠지게 됐다'"며 "사면초가에 몰리게 되다보니 무엇을 하기도 쉽지 않게 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 정세균 총리…연이어 추 장관 면담당초 윤 총장에 대한 비토 견해가 컸던 상황에서 윤 총장이 문 대통령의 신임을 언급하며 계속해서 총장직 수행 의사를 강조했던 만큼, 징계를 통한 해임이 이번 사태의 유력한 해법으로 제시돼왔다.
그러나 해임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 간의 갈등이 극에 달하며 국민 피로도를 높였다는 점, 추 장관을 비롯한 여권의 대응이 윤 총장에 대한 '핍박'으로 비춰지면서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윤 총장 지지율만 높였다는 점 등에서 해임이 최선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의 직무배제 효력 정지 결정까지 나오다보니 자칫 해임론을 고수했다가는 불필요하게 대권 주자로서 윤 총장의 몸집을 더 불려줘서 야권에만 좋은 일을 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추 장관을 연이어 만난 것도 이런 상황을 의식해 추 장관에게 책임 있는 행동을 권유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총리실 관계자는 "추 장관은 물론 문 대통령까지 너무 직격을 당하니까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며 "갈등이 이런 상황까지 왔는데 정리를 하지 않는다면 정말 '검찰발 레임덕'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간에 있는 정 총리로서는 방파제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며 "윤 총장은 사퇴가 순리이고, 추 장관도 적절한 시점에 거취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덧붙였다.
◇사태 수습 단초 될 尹거취…지켜볼 수밖에 없는 與현재 여권에게 가장 부담 없는 시나리오는 '秋·尹 동반사퇴'다.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예산과 주요 법안처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국을 어지럽게 하고 있으니 모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다.
여당 입장에서 볼 때 관건은 추가적인 잡음을 막기 위해서는 두 사람의 '동시 사퇴'가 아닌 윤 총장이 먼저 자리에서 물러나는 '순차적 동반 사퇴'여야 한다는 점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사진=연합뉴스)
추 장관이 윤 총장과 함께 퇴진한다면 그간 윤 총장이 정부·여당과 빚어 온 불협화음보다 추 장관 책임론이 더 주목받으면서 친문(친문재인)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지지층의 분노가 당 내부를 향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수의 여권 인사들은 이번 갈등으로 리더십에 상처가 난 만큼 윤 총장이 아직 검찰 내 신망이 두터운 상황에서 스스로 퇴진을 하고, 이후 추 장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등 최대 현안을 마무리한 후 물러나는 그림이 무난하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그간 계속된 여권의 흔들기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윤 총장에게 어떻게 자진사퇴를 설득하느냐이다.
현재까지 이 사태에 대한 언급 등 직접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는 문 대통령의 스타일을 고려할 때 여권 인사 중 누군가가 나서서 윤 총장을 설득해야 하는데 이를 감당할 인물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한 민주당 중진의원은 "윤 총장을 압박해서 순교자로 만들어주는 것은 단편적이고 비(非)정무적인 발상"이라며 "윤 총장을 좋게 내보내면 소임을 마친 추 장관도 자연스럽게 사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현재까지의 흐름으로 볼 때 윤 총장의 버티기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여전히 해임이 최선의 카드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법무장관은 검찰총장처럼 누군가 물러난다고 바로 채울 수 있는 자리도 아니고, 추 장관도 당내에서 퇴진하라고 한다고 스스로 물러날 사람이 아니다"라며 동반사퇴보다는 우선 윤 총장을 사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