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아동학대 의심 가정에 방문했을 당시 현관 입구.(사진=여수시 제공)
전남 여수에서 40대 여성이 자신의 아기 시신을 2년 동안 냉장고 속에 유기하는 엽기적 범행을 저질러 충격을 주는 가운데 냉장고에 아기 시신을 장기간 보관한 이유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1일 여수경찰서와 여수시 등에 따르면 여수 선원동에 사는 한 주민이 지난달 6일 오후 5시쯤 여천동 행정센터에 신고가 접수됐다.
이웃집에 어머니와 자녀 둘이 거주하는데 악취가 나고 아이들이 끼니를 해결하지 못해 밥을 먹으러 온다는 내용이었다.
나흘 뒤인 10일 여천동 행정센터 관계자는 오후 3시 30분 1차 방문을 통해 해당 집에 사는 40대 여성 A씨를 면담한 후 복도에서 7살 첫째 아들 B군을 확인하고 긴급지원을 안내하며 신청하도록 독려했다.
같은날 오후 8시 10분 2차 방문을 했지만 방안에 인기척이 없어 아무것도 확인하지 못했고, 이튿날 학교측과 연락해 B군의 학교 재학 상황과 생활 실태 등을 문의한 결과 별다른 이상을 확인하지 못했다.
여천동 행정센터는 12일 주변 정보수집과 조사를 근거로 아동 방임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과 시 여성가족과에 조사를 의뢰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과 동직원 등 4명은 13일 해당 가정을 방문해 A씨를 면담했다.
그러나 면담과정에서 A씨는 집안 내부를 공개하는 것을 거부했으며 지인의 쌍둥이 자녀가 아파서 본인이 한 명을 보호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여수시는 16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아동학대(방임) 조사를 촉구했다.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집안 내부도 쓰레기로 가득 차 있다.(사진=여수시 제공)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은 20일 경찰 2명과 함께 동행 조사를 통해 가정 내부를 확인했다.
가정에는 오랫동안 쓰레기가 쌓여 악취가 발생하고 있었고, A씨가 오후 늦게부터 새벽까지 주방보조 일을 하면서 자녀가 장시간 보호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생후 27개월 된 여자아이 C양이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곧바로 B군과 C양을 엄마인 A씨로부터 분리해 쉼터에서 보호했으며, 여수경찰서에 A씨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여천동행정센터는 25일 해당 가정에서 쓰레기 5톤을 수거하고 청소 작업을 벌였다.
26일 이웃주민에게서 쌍둥이 남동생이 존재한다는 의심 신고가 접수됐고, 이튿날인 27일 여수경찰서에서 현장 조사를 벌여 냉장고 안에 있던 생후 2개월된 쌍둥이 남자 아이의 시신을 발견했다.
전남 여수경찰서 전경(사진=자료사진)
경찰은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A씨를 구속했다.
조사결과 A씨는 미혼모로 2018년 9월쯤 집에서 혼자 쌍둥이 남녀를 출산했으며 두 달 뒤 남자 아이가 숨지자 출생 신고는 물론 경찰에도 신고하지 않은 채 시신을 2년 동안이나 냉장고에 넣어 보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숨진 아기를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밝힌 뒤 이번 주 내에 A씨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엽기적 범죄는 비난받아야 하지만 이 여성이 미혼모에다 생활고 속에 밤새 주방 보조일을 하며 힘겹게 아이들을 키워온 정황도 속속 드러나면서 복지 사각지대가 아동학대로 이어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수시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집 안에 들어갔을 때 악취가 심했고, 아이들을 양육할 상황이 아니었다”며 “미혼모인 이 여성이 가족이나 지인 등 주위의 도움 없이 홀로 집에서 쌍둥이를 출산했고 신고가 늦어지는 와중에 아이가 숨지자 신고를 못한 것 같다. 더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여수시는 둘째 자녀 출생등록 안내 지원와 기초수급자 보호, 양육수당, 아동수당 등 각종 복지급여 연계지원, 집안 쓰레기 청소와 도배·장판 지원, 아동장기보호 시설 전원 조치 등 원가정 복귀를 위한 행정적 지원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