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도심 아파트 모습 (사진=박종민 기자)
다주택 상황을 해소하지 않아 청와대를 떠난 비서관들의 부동산 가치가, 이후에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씩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정부공직자윤리위가 공개한 전·현직 고위공직자 재산등록 사항에는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김거성 전 시민사회수석비서관, 여현호 전 국정홍보비서관의 부동산 내역도 포함돼 있다.
이들 모두는 '다주택 보유 참모의 주택 매각 기한' 내에 주택 매각을 하지 않은 채 지난 7월과 8월 사이 청와대를 떠난 비서관들이다.
김조원 전 민정수석의 경우 직전 재산공개 시점인 3월, 33억 4900만 원의 재산을 등록했지만 이번 11월 재산공개 때는 39억 8천만 원의 재산을 등록했다.
6억 3천만 원 가량의 재산 증가가 있었는데, 그 대부분은 서울 도곡동과 잠실동 소재 아파트 두 채의 가액변동이 차지했다.
김거성 전 시민사회수석도 새로 등록한 재산이 12억 3천만 원으로 8개월 만에 9천만 원 증가했다.
김 전 수석 역시 경기도 구리시의 아파트와 서울 응암동의 주택 등을 그대로 소유하고 있는 채로, 일부 부동산 가액이 상승했다.
지난 3월 16억 3천만 원의 재산을 신고한 여현호 전 비서관은 이번에 17억 7천만 원의 재산을 신고해 1억 4천만 원의 재산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 소유의 서울 공덕동 아파트의 가액이 그만큼 올랐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김거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 김조원 전 민정수석비서관 (사진=연합뉴스)
결국 다주택 상황을 해소하지 못해 청와대를 등지긴 했어도 재산상으로는 거액의 이익을 챙긴 셈.
특히 이들 모두는 청와대 재직 시절 1주택 외 주택을 매각하려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아파트와 주택 등 당시의 부동산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매각의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김거성 전 수석비서관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매각 진행 여부에 대해 밝힐 의무가 없다"고 말했고, 여현호 전 비서관은 "집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아, 이제는 방치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압박에 잠실 아파트를 팔려고 했지만 시세보다 2억여 원 비싼 값에 매물로 내놓은 뒤 철회해 '매각 시늉' 논란을 만든 김조원 전 수석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김성달 국장은 "근본적인 부동산 정책을 제시하든 자리에서 물러나든 택하라고 했는데, 결국 그 자리를 사직하고 부동산을 갖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성달 국장은 이어 "공직자들이 부동산을 계속 보유하려는 데 대해 청와대가 눈 감아준 것과 무엇이 다르냐"면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한 시늉만 할 뿐이지 공직자 개혁에 나설 구체적인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