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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검, '미공개' 판사 신상 보고…秋, 사찰 소지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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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변호인만 알던 정보, 대검에 보고돼
'공판전략'이라지만…개인정보 검찰 수뇌부 공유
검 "전체 리스트 확보 절대 아냐"…사찰 프레임 지적
문무일 당시 '동향수집' 없앴는데…업무관행 문제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에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출근하지 않은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사진=박종민 기자_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집행을 정지하며 근거로 내세운 비위 혐의 중 '판사 사찰'을 둘러싸고 법무부와 대검의 프레임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검 측에서는 문제가 된 판사의 정보가 "공판검사들 사이 이미 알려진 것"이었고 "(사법농단) 피해 당사자가 재판을 맡은 것으로 볼 여지도 있었다"며 정보 수집 목적이 정당했음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문제의 정보는 재판 과정에서 방청객들이나 언론에 공개되거나 사법농단 공소사실에 직접 포함된 내용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와 여권은 미공개 수사정보에 가까운 내용이 공판검사실 밖 대검까지 보고되고 문서로도 기록됐다는 점에서 정보 수집에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결과와 관련해 징계 청구 및 직무 배제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정 아닌 '합의실'서 논의한 수사정보, 대검으로 전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결과를 브리핑하며 대검이 판사들을 사찰했다는 비위혐의를 공개했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주요 사건 재판부 판사와 관련해 △주요 정치적인 사건 판결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세평 △개인 취미 △물의야기법관 해당 여부 등이 기재된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했다는 것이다.

이 중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물의야기법관' 관련 항목이다. 검찰은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 양승태 대법원이 자신들의 정책에 비판적이거나 각종 비위로 언론에 오르내린 판사들을 추려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 위해 물의야기법관 리스트를 이용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이 리스트에 오른 판사들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총 158명(중복 포함)이지만 언론을 통해 실명이 알려진 판사의 수는 10명 안팎에 불과하다. 공소장에 피해사례로 적시된 판사도 31명(중복 포함) 수준이다.

26일 CBS노컷뉴스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사법농단 관련 한 재판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은 검찰 수사자료로 제시된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중 이 사건을 심리하는 A판사의 이름을 발견했다. 기존에 언론이나 공소사실에서 보지 못한 내용이었다.

이에 피고인측 변호인은 A판사 등 배석판사를 제외한 재판장과 공판검사 1명에게 법원 합의실에서 비공개 면담을 요청했다. 물의야기법관 리스트에는 판사의 각종 내밀한 정보가 포함돼 있는데다, 당사자조차 자신이 리스트에 포함됐는지를 모르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공개된 법정이 아닌 합의실에서 논의한 것이다.

변호인은 A판사의 이름이 명단에 있긴 하지만 '인사 불이익'을 받지는 않았던 점,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해 증거 자료를 제출할 때 A판사 등의 이름을 가리는 수준에서 재판에 영향이 없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후 A판사의 물의야기법관 이력은 공판 과정에 등장하지 않은 것은 물론 언론에도 노출되지 않았다.

그런데 법무부 감찰에서 A판사의 이력이 공판검사실에 머물지 않고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로 넘어갔고 단순히 구두 전달이 아니라 문건에 기록돼 반부패·강력부까지 전달된 사실이 드러났다. 추 장관은 이같은 행위를 '판사 사찰'이라고 규정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업무상 실책이나 병력, 가벼운 비위 등 물의야기법관 명단에는 판사 개인에게 약점이 되는 내밀한 인사정보가 적혀있다"며 "단순히 공판 관계자들이 인지하고 그친 것이 아니라 대검 수사정보 등 수뇌부에까지 기록으로 공유된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공판 전략상 공유" VS "판사 약점 쥐기 악용"

문제의 '판사 문건'을 작성한 성상욱 전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현 고양지청 형사2부장)은 전날(25일) 오전 장문의 해명 글을 검찰 내부망에 올렸다. A판사가 '물의야기'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은 이미 공판검사들 사이에서 알려져 있었고, '리마인드' 차원에서 기재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특히 성 부장검사는 "(물의야기 리스트의) 피해 당사자가 재판을 맡은 것으로 볼 여지도 있어 재판결과의 공정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기에 참고하라는 취지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시 피고인 변호인단 쪽에서는 반대로 A판사가 리스트에 올라 있긴 하지만 인사 불이익은 피했다는 점에서, A판사가 피고인에게 호의적인 판단을 한다고 오해받을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양측 모두 A판사의 이력을 재판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요소로 보고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재판 당사자가 아닌 대검에 정보가 전달될 필요나 근거가 있는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남는 것이다.

특히 법원 내에서는 검찰이 혹독한 사법농단 수사를 통해 '법원행정처의 권한 없는 법관 사찰'을 비판해놓고, 마찬가지로 공판검사실 정보를 수사정보정책관실이 권한 없이 수집한 것 아니냐고 분개하는 분위기다. 해당 정보가 대체로 판사의 약점에 해당한다는 점에서도 수집 목적에 불순한 의도가 깔려있진 않은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의 한 관계자는 "공판 과정에서 나온 정보를 공판을 위해 활용할 목적으로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며 "대검 수사정보 업무 범위에는 공소유지를 위해 필요한 정보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사찰 프레임 과해" 주장도…수사정보 업무성격 위반 문제는 여전

설령 A판사의 이력이 대검으로 전달된 것이 부적절하다고 할지라도, '사찰'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공판 과정에서 전달받은 A판사의 이력 외에 수사과정에서 확보된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전체가 대검에 보고되는 등의 일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성 부장검사 역시 "판사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작성한 것이 아니다. 검사는 판사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며 "다른 곳에 공유한 사실이 전혀 없고 오직 주무부서인 반부패부·공공수사부에만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무일 검찰총장 당시 범죄정보기획관실(범정)이 수사 정보 외에 '동향 수집' 업무를 없애는 방향으로 부서 명칭을 바꿔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생긴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업무 관행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판사 개인의 치부가 포함된 정보를 공판팀 외부에 공유하면서 공판에서만 활용할 목적이라고 하는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며 "범정 시절 관행이 수정되지 못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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