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두 걸렸냐""눈깔 파버린다" 직장갑질 여전히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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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 직장갑질 사례 30건 공개
"천연두 걸렸냐" 모욕부터 "눈깔 파버린다" 폭언도
사장 갑질 적용안되고 5인 미만 사업장도 예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올해 개정돼야"

직장 내 괴롭힘.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모욕]
과중한 업무강도와 스트레스 때문에 신체적, 심적 스트레스도 큰데, 가장 큰 스트레스는 사장님의 갑질입니다. 무엇보다 외모 지적이 심합니다. 저보고 "니가 이 동네에서 덩치가 가장 크다"고 놀리고, 얼굴에 뭐가 나니 "천연두에 걸린 피부 같다"고 비하합니다. 출근 전, 퇴근 후, 주말까지 사적인 연락을 해서 일을 시킵니다. "여자는 결혼하면 그만둬야지"라는 말을 버릇처럼 합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지만, 신고해서 처벌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너무 고통스럽고 힘이 듭니다.

#[폭언]
상사가 자주 저에게 "다 너를 싫어한다", "왜 일을 못 하느냐"는 식의 무시와 폭언을 했습니다. 한 번은 억울하고 저도 욱한 마음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그러자 "눈깔을 파버린다고, 눈깔아"라고 하고, "X 같은 XX야 X같이 해서 X같이 대하는 거야"라면서 입에 담을 수 없을 욕설을 했고 정년퇴직까지 저를 괴롭힐 거라고 했습니다. 심지어는 "알아서 하든지"라며 물건으로 저를 때리려고 했습니다. 모멸감 수치심에 너무 힘들고, 혼자라는 생각에 괴롭습니다. 회사가 상사 편이라 신고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강요]
화장실을 팀원 중 한 명씩만 돌아가면서 가도록 규제했습니다. 정말 급할 때는 사유를 말하고 화장실을 가랍니다. 게다가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에도 제한이 있어요. 10분 이상 다녀오면 안 되는데 변비라도 있으면 "변비 있으니 5분만 더 주십시오"하고 말을 해야 허락을 해줍니다. 화장실에서 배 아파서 12분 걸린 직원은 혼나고, 다른 직원이 가 있는데 급해서 화장실이라고 메신저에 치고 화장실 가면 두 명 갔다고 뭐라고 합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올해 7월부터 지난 20일까지 접수한 제보 중 직장갑질 관련 30건의 내용을 22일 공개했다. 해당 제보는 이메일을 통해 받았으며, 신원이 확인된 882건 중 엄선했다.

제보에는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회사의 대표 아버지가 "한 대 패버릴까"라며 책상 달력을 던졌다거나 스포츠센터 대표가 소주병을 깨고 주먹을 휘둘러 전치 8주의 부상을 입혔다는 '폭행' 사례도 나왔다. 옥수수 농사일을 시키고, 텃밭에서 상추를 따오는 등 '잡무'를 시키는 경우나 밤마다 술을 마시자고 요구하는 '성희롱' 피해도 있었다.

단체에 따르면 이 기간 받은 제보 882건 중에서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442건(중복집계)으로 50.1%에 달했다. 그 뒤가 △임금체불(256건, 29.0%), △휴가(222건, 25.2%), △근로감독·기타(203건, 23.0%) 순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 442건의 유형 중에서는 부당지시가 198건(44.8%), 모욕·명예훼손이 138건(31.2%), 폭행·폭언이 129건(29.2%)을 차지했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뒤에도 여전히 직장갑질이 난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장의 폭행·폭언이나 사장 친인척의 갑질은 신고해도 소용이 없는 실정이다. 원청회사의 하청직원 갑질, 5인 미만 사업장도 법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기준법 76조의 3 조치 의무사항을 이행하지 않아도 처벌조항이 없고,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좁아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제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러한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정치권에서도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발의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개정안은 무려 15개다. 공통적으로 △적용 범위 확대 △처벌조항 신설 △노동청 신고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가해자가 사용자 또는 사용자 친인척일 경우 과태료 1천만원 △의무사항 불이행 과태료 500만원의 처벌조항 안을 발의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제3자(도급인, 고객, 사업주 친족) 법 적용 △의무사항 불이행 과태료 1천만원 부과 등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직장갑질119는 정부와 여당이 법 개정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환경노동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 날짜가 오는 26일과 30일로 확정됐지만, 개정안이 상정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장갑질119는 "여당 국회의원들이 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도, 정부·여당이 법안 처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구멍이 숭숭 뚫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올해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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