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B컷]공전하는 '채널A 강요미수' 재판…사라진 제보자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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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차례 재판 중 5번 소환했지만 모두 불출석

※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20.11.16 '강요미수' 이동재 전 채널 A 기자 등 8차 공판
재판장 "네 오늘 지모씨(제보자X), 손모씨, 강모씨 증인신문이 예정 돼있습니다. 손씨 나오셨습니까? 앞으로 나오시길 바랍니다. 지씨는 폐문부재(문이 잠겨있고 사람이 없는 상태)로 소환장이 전달되지 않았네요. 오늘도 송달이 안 돼서 증인신문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전 채널A 이동재 기자(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16일 열린 이동재 전 채널 A 기자와 후배 백모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 8번째 공판. 증인신문이 예정됐던 '제보자 X' 지모씨는 이날도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지씨가 이번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되고도 나오지 않은 건 이번이 다섯 번째. 이날 이후 두 차례 더 진행된 기일을 포함해 10차례의 공판이 진행된 것을 감안하면 재판 중 절반이 지씨의 불출석으로 공전하거나 다른 증인에 대한 신문만 이뤄진 '반쪽짜리' 공판으로 끝난 셈입니다.

(그래픽=연합뉴스)

 

정확한 죄명은 강요미수죄지만 '검언유착' 의혹으로 더 익숙한 이 사건. 지금까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 코리아 대표를 시작으로 그의 변호인과 부인 등 피해자 측은 물론, 채널A 측 당시 법조팀장과 사회부장까지 다양한 이들이 증인으로 섰습니다.

이들 중에는 투병 생활 중이거나 구치소에 장기간 수감 중인 증인도 있습니다. 피고인들의 직속 상사였다가 지금은 결과적으론 책임을 떠민 셈이 된 증인도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어느 쪽이든 재판에 나가기 불편하거나 혹은 껄끄러운 각자의 사정은 하나씩 있는 셈이죠.

그럼에도 이들이 증인으로 나와야 했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증인으로서 출석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법은 증인으로 채택된 이상 누구든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재판에 출석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의 위법한 행위에 국가가 법적책임을 묻는 형사재판인만큼 이 증인의 의무는 더욱 무게감을 갖습니다. 그렇기에 때로는 성범죄 등 매우 민감한 사건의 피해자일지라도 이를 위해 법정 증인으로 채택하기도 합니다.

20.8.26 '강요미수' 이동재 전 채널 A 기자 등 첫 공판
주진우 변호사(이 전 기자 측) "이 사건 구조상 제일 특이한 점은 이철 전 대표가 수감 중이라 지모씨(제보자X)를 통해 협박내용이 이모 변호사를 거쳐 전달됐다는 점입니다. 마치 이 전 기자가 지씨를 만나 언급했던 내용이 이철에게 고스란히 전달된 것 처럼 공소장에는 돼 있지만 실제로 그 말이 여러 차례 전달되는 과정에서 와전되거나 과장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씨와의 두 번째 만남부터 기본적으로 MBC에서 몰래카메라 취재를 하고 있던 상황이라 그때부터는 협박의 내용을 전달할 필요성 자체가 없던 상황입니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법원의 첫 심리가 열린 지난 8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후배 백모 기자가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증인의 의무가 지씨에게 예외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별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우선 지씨가 그간 재판부에 낸 사유서나 SNS를 통해 밝힌 불출석 사유는 '강요미수가 아닌 검언유착 사건임으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와 법정에서의 증인신문이 먼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정작 이 재판에서 검찰, 변호인 누구도 한 검사장을 누구도 증인으로 신청하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납득이 어려운 이유로 보입니다. 물론 설사 한 검사장이 증인이었다고 하더라도 지씨가 예외가 될 수 없는 건 마찬가지구요.

지씨는 또한, 위의 변호인의 말마따나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핵심 증인이기도 합니다.

이 재판에서의 법리 쟁점은 이 전 기자가 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 전 대표에게 5차례에 걸쳐 편지로 전달한 내용을 '해악의 고지(협박)'로 볼 수 있는지인데요. 이 사건이 특수성을 갖는 건 이 기자의 혐의 중에는 그가 직접 이 전 대표에게 편지를 보낸 것 외에도 수감 중인 이 전 대표의 대리인으로 나선 지씨를 만나 간접적으로 협박을 전달했다는 내용도 포함돼있습니다.

검찰은 그럼에도 해악이 명확히 고지됐다는 입장인 반면, 변호인은 이 전 기자가 말한 내용이 이 과정에서 왜곡됐거나 과장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검찰, 변호인 양쪽 모두에게 지씨의 증언은 꼭 필요한 핵심 증거입니다.

20.11.19 '강요미수'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9차 공판
검사 "한동훈 검사장은 녹취록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배모 기자(채널A 前 법조팀장) "녹취록에 적혀 있는 내용 일부를 제가 한동훈 검사장에게 얘기했고 한 검사장은 이동재 전 기자와 그런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얘기했습니다"
검사 "증인은 한 검사장과 여러 번 통화를 했는데 어떤 대화를 나누었나요?
배 기자 "MBC가 취재하고 나서부터는 한 검사장이 굉장히 억울해하면서 채널A가 강력하게 입장 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더군다나 지씨의 주장대로 이 사건이 본질이 '검언유착'이라면 그의 증언은 최근들어 더욱 필요한 상황이 됐습니다. 풀어말하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 제공을 이 전 기자가 압박하는 과정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이 공모했다는 게 검언유착 의혹이지만 현재까지 법정에 선 증인들은 이와 다소 배치되는 증언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남부지검에서 유시민 이사장에 관한 질문을 받은 적 없다'(이철 전 대표), '한동훈 검사장은 '나를 팔아라'같은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前 법조팀장)
한동훈 검사장(사진=연합뉴스)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모두 "나를 팔아라" 같은 대화는 실제로는 없었다는 입장인만큼 이제 이를 반박하기 위해서는 해당 녹취파일을 들었다는 지씨의 증언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어느덧 이 재판이 시작된지도 어연 3개월째, 통상 심리가 빨리 종결되는 단독 사건이지만 지씨와 일부 증인들의 불출석으로 재판은 언제 끝마칠 지도 모른 채 공전 중입니다. 결국 재판부는 출석 요구에 연속 불응한 지씨에 대해 강제 수단인 구인장까지 발부한 상태. 이제 증인 출석의 의무는 지씨는 물론 구인장을 집행하는 검찰도 분담하게 됐습니다. 지씨가 증인석에 서게될 지 주목되는 가운데 다음 재판은 오는 27일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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