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부위가 훼손된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 (사진=청남대 관리사무소 제공)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 설치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동상 철거 논란이 막장으로 흐르고 있는 모양새다.
동상 철거를 추진했던 충청북도와 충청북도의회가 서로 결단을 미루고 책임만 떠넘긴 탓에 급기야 동상이 훼손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청주상당경찰서는 19일 청남대 안에 설치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상을 훼손한 A(50)씨를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청주시 문의면 청남대에 세워진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의 목 부위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당시 관람객으로 청남대에 입장한 뒤 미리 준비해 간 쇠톱으로 범행을 저지르다 현행범 체포됐다.
관람객의 신고를 받고 청남대관리사무소 측이 뒤늦게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동상의 목 부위가 절반 이상 훼손된 상태였다.
당시 A씨는 먼저 동상 주변 CCTV 컨트롤박스 자물쇠를 훼손해 촬영을 멈추게 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고도 했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자신의 신분을 경기도 화성지역의 5·18 관련 단체 회원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동상 머리를 잘라 그의 집에 던지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많은 비가 내린 이날 관람객이 없는 날을 택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청주CBS 박현호 기자)
앞서 지난 5월 충북 5·18민중항쟁기념사업위원회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동상 철거와 대통령길 폐지를 촉구했다.
두 전직 대통령을 '군사 반란자'라고 규정하며, 이들을 기념하는 동상과 길을 두는 것은 비뚤어진 역사의식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충청북도는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곧장 동상 철거에 속도를 냈다.
도의회 역시 관련 조례를 만들어 동상 철거 근거를 두겠다고 맞장구쳤으나 보수단체의 거센 반발이 일자 조례안 상정을 수차례 보류하는 등 공전을 거듭했다.
결국 도의회가 최근 조례안을 자진 폐기하기로 하면서 철거 여부에 대한 결정도 반년 가까이 소모적 논쟁만 하다 충북도로 다시 공이 넘어왔다.
이후 도는 고심 끝에 동상을 존치하기로 방침을 번복했고,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며 논란만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