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이 시간은 앞서 예고드린 대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겠습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지명 때부터 지금까지 진보 세력을 향해서 날선 비판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최근에 새 책을 한 권 냈습니다. 내자마자 상당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 화제가 되고 있죠. 책 제목이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제목부터 도발적입니다. 정말 진보는 몰락하고 있다는 얘기인지, 또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생각! 지금부터 직접 들어보죠. 어서 오십시오.
◆ 진중권>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원래 올빼미형 아니세요?
◆ 진중권> 네, 지금 자고 있어야 합니다.
◇ 김현정> 새벽에 주무시는 형이라고 들었는데 아침에 어떻게 잘 와주셨네요?
◆ 진중권> 잘 온 거 아니죠.
◇ 김현정> (웃음) 억지로 오셨어요?
◆ 진중권> (웃음) 억지로 온 거죠.
◇ 김현정> 그나저나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 진중권> 그냥 잘 지내고 있습니다. 바쁘게 나름대로 원고 쓰고. 원고 쓰는 게 바빠요.
◇ 김현정> 개인적인 안부도 많이들 궁금해하시는데 그 얘기는 잠시 후에 여쭙도록 하고 일단 책 얘기부터 해 보죠. 제목이 제가 지금 들고 있는데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단도직입적으로 지금 진보가 몰락하고 있습니까?
◆ 진중권> 네. 이익집단으로서 진보는 잘 나가고 있죠. 뭐 압승을 했고 그리고 누구 하나 그 사람들을 견제할 수 없을 정도로 잘나가고 있고, 또 이러한 분위기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른바 가치 집단으로서, 그들이 표방하고 주창했던 그 가치 집단으로서의 진보는 이미 몰락해버렸다.
◇ 김현정> ‘몰락하고 있다’도 아니고 ‘이미 몰락했다’?
◆ 진중권> 이미 몰락했다고 봐요. 거기에는 민주당만이 아니라 이른바 시민사회, 다시 말하면 시민단체들도 다 타락을 해버린 부분이 있고 지식인들도 그쪽과 같이 유착을 해서 그들과 이익을 공유하는 사회로 변해버리면서 그들이 잘못했을 때 휘슬을 불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사라져버렸다.
◇ 김현정> 휘슬을 불 사람들이요?
◆ 진중권> 그전에는 제가 거대한 세력과 맞서 싸우거나 이럴 때 든든했던 건 그래도 심정적으로, 예컨대 사상적 동지라고 하나? 정신적 동지들이 있다라고들 느꼈는데 이번에는 그 사람들이 없어진 거예요. 하나도. 나랑 같은 곳을 바라본다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조국을 옹호하고 있고, 정경심을 옹호하고 있고 이런 걸 보면서 저는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고 외로움을 느꼈고요. 그래도 뭐 강양구 기자라든지 김경율 회계사라든지 권경애 변호사라든지 이런 몇몇 사람들이, 요즘 어떤 느낌이냐면 좀비들 틈에 사람 만나는 느낌들 있죠? 그런 느낌으로 버텼습니다.
◇ 김현정> 그 휘슬을 부는 몇 명과 함께 지금 살아가고 있다?
◆ 진중권> 네.
◇ 김현정> 그 휘슬을 부는 사람이 몇 명밖에 남아 있지 않다, 이런 말씀이신 거예요?
◆ 진중권> 그렇죠.
◇ 김현정> 물론 이 말씀에 동의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아니, 진중권 전 교수 왜 그래?’ 이러는 분들 계실 수도 있는데요. 계실 수가 있는데 오늘은 베스트셀러의 저자로서 논객으로서 모셨으니까 민주주의의 기본은 경청 아니겠습니까? 여러분께서 들으시면서 각자 판단하시면 되겠습니다. 진 교수님. 지금 그러셨어요. ‘이미 진보는 몰락한 것 같다, 내가 보기에는’ 가장 큰 원인을 그러면 뭐라고 보십니까?
◆ 진중권> 그 전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저는 잘 몰랐는데 그때만 해도 과거에는 제가 그 사람들하고 같은 대의를 위해서 싸웠고 같은 곳을 바라본다고 생각을 했는데요.
◇ 김현정> 그 사람들이면 누구예요? 예를 들면?
◆ 진중권> 민주당 사람들이고요. 그중에 또 뭐냐 하면 정의당 사람들도 들어가죠. 특히 조국 이후에요. 그전에는 정의당에 데스노트라는 게 있었는데 그게 망가진 거잖아요. 그 순간에 되게 충격을 받았는데, 생각을 해 보니까 옛날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그 사람들은. 그런데 다만 그때는 거악이 있었잖아요.
◇ 김현정> 이명박, 박근혜 정권 당시에.
◆ 진중권>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나 거악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과 싸우는 가운데서 그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고 그들이 권력을 이제 잡으니까 저들보다 더한 모습들이 막 눈에 보이는 거죠.
◇ 김현정> 그러면 책을 보면 진보의 몰락의 신호탄이 된 건 조국 사태. 신호탄이 된 사건으로 그걸 꼽으신 것 같고요. 현상으로는 ‘팬덤 정치’나 ‘586들의 착각’, 이런 것 등등을 원인으로 꼽으신 것 같습니다.
◆ 진중권> 크게 이제 두 가지 요인이 있는데 하나는 우리나라의 요인이고 또 하나는 전 세계적인 요인인데요. 디지털 시대의 특성이 뭐냐면 이른바 ‘탈진실’이라고 그러거든요. ‘포스트 트루스(Post-truth)’라고 해서 옛날에는 참이면 참이고 거짓이면 거짓인데 이게 그 구별이 사라지는 겁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서 디지털 대중 같은 경우에는 VR이니 AR이니, 가상현실이니 증강현실이니, 가상 자체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특성이 있잖아요. 예컨대 여러분이 닌텐도 위를 가지고 테니스 치려면 온몸을 움직여야 되는 것처럼요.
◇ 김현정> 그렇죠.
◆ 진중권> 그러다 보니까 가짜도 진짜로 받아들이는 데 굉장히 익숙해요. 이걸 이용하는 게 정치인들 같은 경우죠. 그래서 사실 요즘 잘 생각해 보십시오. 페이크 뉴스 있죠? 그다음에 음모론 있죠? 그다음에 비트코인 같은 것도 예컨대 화폐인데 ‘화폐인 듯 화폐 아닌 화폐 같은 너’잖아요.
◇ 김현정> 맞아요.
◆ 진중권> 이게 중첩이 돼 있거든요. 그래서 이 사람들이 허위를 얘기해서 지지자들로 하여금 진짜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그런 거죠. 그리고 지지자들도 이제 진짜, 가짜가 중요하지 않아요. 가짜라도 자기들이 그들을 지지할 수 있는 명분만 주면 그걸 믿어버립니다. 믿어버리라고 하거든요. 예를 들어서 트럼프가 낙선했지만 지금 거짓말하잖아요. 자기가 이겼다고.
◇ 김현정> 그걸 지지자들은 믿는다? 아닌 걸 알면서?
◆ 진중권> 그렇죠. 믿고 싶어 하고 진짜로 믿는 사람들도 있고 나머지는 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그냥 그걸 갖다가 사실로 인정해버리는 거죠. 그걸 알기 때문에 트럼프도 저러는 거고요.
◇ 김현정> 왜 그거를 그냥 인정해버려요? 그거 인정해버리고 나면 훨씬 편안한 현실이 있으니까.
◆ 진중권> 그렇죠. 그러니까 뭐냐면 우리는 진실이라는 것은 사실하고 부합하면 진실이라고 믿었잖아요. 이제는 그게 아니에요. 모든 사람들이 그걸 믿어주면 그게 새로운 사실이 된다. 이른바 ‘대안적 사실’이라는 거죠. 그게 익숙한 거예요. 그래서 그걸 이용하는 게 트럼프 같은 사람이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민주당이 그걸 굉장히 좋아하는 거죠.
그러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냐면 동일한 세계에 사는데도, 동일한 나라에 사는데도 하나의 세계를 공유하지 못해요. 서로 나눠집니다. 그러니까 미국 같은 경우에는 트럼프가 이긴 세계가 있고, 진 세계가 있고 우리 같은 경우에는 동양대 표창장이 진짜인 세계가 있고, 또 가짜인 세계가 있고 나눠져버리는 거죠. 그래서 진영으로 확 분열이 돼버리는 측면이 있습니다.
◇ 김현정> ‘그것을 떠받치는 것은 팬덤 정치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팬덤이라는 건 사실 아이돌들한테만 있는 거 아니에요?
◆ 진중권> 그렇죠. 그것도 중첩이라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우리는 정치는 굉장히 진지한 거고 사실 연애라는 것은 일종의 가상이잖아요. 이게 중첩돼서 나타나버리는 겁니다. 그러니까 옛날에는 정치가가 잘하면 지지하고, 못하면 비판하고 이런 거였잖아요. 그런데 팬덤은 자기들의 그 사람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거예요.
◇ 김현정> 사랑하는 거다?
◆ 진중권> 그렇죠. 그러니까 비판을 하게 되면 자기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여서 비판자들을 공격을 하게 되는 거고 이것도 사실 중첩 현상으로 나타나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모든 게 엔터테인먼트랑 중첩이 되잖아요. 인포-테인먼트니 ‘~테이먼트(-tainment)’를 붙이잖아요. 그래서 그런 게 중첩돼서 나타나는 현상이고요. 또 하나는.
◇ 김현정> 팬덤이라고 하면 무조건적 지지가 기반이 되잖아요.
◆ 진중권> 그렇죠. 그 사람들은 사랑을 하는 겁니다. 지지가 아니에요.
◇ 김현정> 그럼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 진중권> 그렇죠. 예컨대 잘 생각해 보세요. 옛날에 노사모는 뭐라고 했냐면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여러분, 이제 뭐하실 겁니까?’ 그랬더니 ‘감시! 감시! 감시!’라고 외쳤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아니잖아요. 무조건 간다는 거고. 대깨문이라고 하죠? ‘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라고 자기들이 자처하잖아요. 이거는 사실 정치라기보다는 일종의 종교가 되는 거죠.
◇ 김현정> 그렇게 팬덤 정치에 기반한 정치가 펼쳐지면 진보든 보수든, 미국이든 한국이든 그런 트렌드로 가고 있다고 하면 어떤 문제가 생겨요?
◆ 진중권> 진영으로 나눠지는 거죠. 아까도 얘기했듯이 세계를 공유하지 못하요. 팩트를 공유하지 못해요. 옛날에는 팩트는 공유하고 해석이 다른 거였는데 이제는 팩트 자체가 공유가 안 돼요. 그러니까 서로 말이 안 통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어떤 곳에서는 예컨대 증거 인멸이 증거 보존인, 그게 말이 된다고 믿는 사람들하고 무슨 논리적으로 대화가 되겠어요.
◇ 김현정> 또 정치는 공익을 바라보면서 해야 되는데 지지자들을 바라보면서 하기 시작하면 그게 공익이 아닌 쪽으로 흐를 수도 있다, 이렇게도 볼 수 있는 거예요?
◆ 진중권> 그게 뭐냐 하면 트럼피즘(Trumpism)이잖아요. 옛날에는 전통적으로 뭐라고 생각했냐면 보수든 진보든 간에 중도층을 놓고 싸웠잖아요. 중도층을 놓고 싸웠는데 이제는 트럼프가 뭘 보여줬냐면 ‘굳이 그럴 필요 없다. 자기 지지층만 강화해도 당선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거고. 그다음에 지금 민주당 정권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중도층 상관없이 오로지 극성스러운 지지층만 잡아놔도 통치를 하는 게 지장이 없다’라는 걸 지금 보여준 거죠. 그러니까 막 가는 겁니다.
◇ 김현정> 그렇게 현상을 분석하고 계시군요. 그리고 진보가 위태로워진 또 하나의 원인으로 586, 즉 여권의 주류인 586들이 착각하고 있는 거다, 이렇게 쓰셨더라고요.
◆ 진중권> 네, 불어로 메꼬네송쓰(Méconnaissance)라고 하는 건데 자기의 정체성을 착각하는 거죠.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얼마 전에 유시민 씨가 ‘자유론’을 들고 나왔잖아요. 그래서 제가 놀랐는데요. 아직도 자기가 자유주의자라고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분 자유주의자 아니세요?
◆ 진중권> 아니죠, 절대로.
◇ 김현정> 왜요?
◆ 진중권> 팬덤들 거느리고 사람들 공격을 시키고 그분의 말 한 마디에 KBS 법조팀 하나가 날아갔잖아요. 자유주의라는 것은 한 사람의 권리, 한 사람의 그 자유가 전체의 자유 못지않게 중요하다라는 이념이잖아요. 그건 마찬가지로 이 사람들이 아직도 ‘자기들이 투사다, 거악에 맞서 싸우는 투사다’라는 착각들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미 자기들은 기득권 세력이고 심지어는 그 기득권을 자기 2세한테 물려주기에 이른 세대고 조국 사태도 결국 그것 때문에 일어난 거 아닙니까?
그래서 제가 이제 주장하고 싶은 게 뭐였냐면 주장도 아니고요, 먼저 보잖아요. 제가 보는 거고 많은 분들이 아직 보지 못하는 부분들을 저는 계속 이렇게 제 눈에는 보이기 때문에 지적을 하는 거거든요. 민주당의 정체성이 변질됐습니다. 그러니까 김대중, 노무현의 민주당이 아니라 지금의 주류들은 옛날 운동권 출신들이잖아요. 그래도 NL운동권이거든요.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한 번도 자유주의 경험을 안 해 봤던 사람들이에요. 우리 때는 뭐라고 했냐면 자유주의를 뭐라고 했냐면 ‘부르주아’, 이렇게 불렀거든요.
◇ 김현정> 그 당시에는 어떤 대의를 위해서, 민주주의라는 대의를 위해서 개인이 희생을 감안하고라도.
◆ 진중권> 그렇죠. 최장집 교수가 얘기를 한 게 저 사람들 특성을 뭐라고 불렀냐면 민중주의하고 민족주의라고 불렀잖아요. 이게 사실 전체주의고 집단주의적 사고방식이거든요. 그러니까 정치에 대한 관념 자체가 달라요.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게 이 사람들이 정치하는 걸 보게 되면 항상 ‘적’과를 ‘아’를 나누잖아요.
◇ 김현정> 적군과 아군이 있다?
◆ 진중권> 나치법학자 칼 슈미트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뭐라고 했냐면요.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죠, 자유적인 관점에서 정치라는 것은 ‘생각이 다른 사람, 이해가 다른 사람이 대화와 토론, 타협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거다’ 이게 정치잖아요. 그런데 칼 슈미트는 뭐라 했냐면 ‘그거 다 환상이다 정치의 본질은 뭐냐면 적과 아를 구별하는 거다’라고 했잖아요. 그럼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뭐를 해야 하냐면 저쪽을 섬멸해야 되는 거예요.
◇ 김현정> 악의 존재로 가야 된다?
◆ 진중권> 그렇죠. 그다음에 나의 의지를 적에게 강요하는 것. 그렇게 만드는 게 정치라고 보기 때문에 대화, 토론, 타협, 이성 이런 게 아니라 세뇌하고 선동해서 다수로 밀어붙인다, 이런 식의 행태를 보이는 거죠. 그걸 나치가 잘 보여준 거고 그게 사실 좌우익의 전체주의자들이 흔히 그런 생각들을 갖고 있는데 그게 지금 우리한테 나타나는 거고요.
아주 구체적으로는 예컨대 부동산 3법 같은 거 보세요. 그냥 막 몰아붙이잖아요. 이견을 내면 뭐라고 하냐면 ‘저거는 수구세력이다’ 그러니까 그냥 토론 없이 바로 통과시켜버렸잖아요.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지냐면요.
◇ 김현정> ‘수구’, ‘적폐’, ‘왜구’ 이런 게 다 그런 거라고 보시는 거예요?
◆ 진중권> 그렇죠.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지냐면 대화, 토론, 타협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 온갖 문제들이 지금 터져 나오는 거예요.
◇ 김현정> 그래도 지금 나치의 전체주의까지 비유하는 건 너무 심하게 비교하시는 건 아니에요?
◆ 진중권> 아니, 나치까지는 아니고요. 칼 슈미트라는 사람이 나치 법학자지만 그렇게 또 엉터리는 아니잖아요. 나름대로 그 사람이 일류고. 그게 사실 좌우익 전체주의자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속성이고 저분들이 보여주는 게 그런 거잖아요. 탈원전도 마찬가지고 최저임금도 마찬가지고 이른바 우리가 말하는 절차라는 걸 안 지키고 몰아붙이잖아요. 그리고 본인들은 자기들이 선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는 거예요.
◇ 김현정> 바로 그것을 586의 착각이다 이렇게 표현하신 거예요?
◆ 진중권> 그렇죠.
◇ 김현정> ‘아직도 대의를 위해서 우리가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것은 무조건 선이다라는 것에서부터 이런 착각들이 벌어지는 거다’ 이렇게 분석을 하시네요?
◆ 진중권> 그렇죠. 아직도 자기들이 선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거고. 그거 굉장히 잘못된 건데 위험한 게 뭐냐면 지금 민주당에서 하고 있는 입법들이 다 반자유주의적이잖아요. 그러니까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 그다음에 시민사회에서 논의할 영역들 이런 것들을 다 법으로 강제하는 식의 행태를 보이잖아요. 이거 절대 자유주의자들의 행태가 아니거든요. 저는 이게 굉장히 위험하다고 봐요. 비밀번호 해제하게 한다라든지. 얼마 전에 생각해 보세요. 저쪽에서 집권을 하고 있었을 때 그거 기억나세요? 필리버스터? 테러방지법.
◇ 김현정> 네.
◆ 진중권> 그걸 했던 게 뭐냐면 아무리 테러방지가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그걸로 국가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을 주장했던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잖아요. 그런데 이 사람들이 했으면, 자기들이 집권을 했으면 그 법부터 없애야 되는데 없애자는 데 5명인가 6명밖에 서명을 안 했어요. 그리고 거기다 하나 더 얹었어요. 이번에는 코로나까지 얹어서 새 법을 만들었단 말이에요. 이걸 보면 ‘아, 이 사람들의 정체성 자체가 변질됐구나’라는 걸 알 수 있죠.
◇ 김현정> 그러면 그 대의를 향한 전체 행동에서 벗어난 행동, 어긋난 행동을 하면 그러면 팀킬이 됩니까?
◆ 진중권> 그렇죠.
◇ 김현정> 치명적인 버그가 돼요?
◆ 진중권> 당이 잘 되려면 쓴소리를 들어야 되잖아요. 당이 잘못 나갔을 때 누군가 비판의 소리를 해야 되는데 그래서 고치고 그 수정 능력을 갖는데 지금 저 사람들은 어떻게 하느냐면 금태섭 의원처럼 예컨대 당의 당론에서 벗어나는 얘기를, 그것도 그냥 기권이에요. 그것도 못 봐 주고 때리잖아요. 그래서 그걸 뭐라고 부르냐면 비판을 ‘팀킬이다’라고 부르는 거예요. 그러니까 자중지란, 그러니까 반역자를 만들어버리는 거죠.
그리고 또 하나는 상대편에 대해서는 선전선동이 기본 원칙이 있거든요. 그게 바로 뭐냐 하면 ‘상대의 잘한 점은 절대 얘기하지 마라’ 이렇게 되면 상대는 무조건 나쁜 거고 상대는 뭘 해도 나쁜 거고, 그다음에 우리 편은 뭘 해도 잘한 거고 지금 벌어지는 게 그거잖아요. 조국 때도 그렇고 윤미향 때도 그렇고 지금 추미애 법무부장관도 말도 안 되는 일을 하는데 지금 저러고 있고요.
◇ 김현정> 진중권 전 교수의 눈으로, 논객 진중권의 눈으로 지금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가? 여러분께서 듣고 계시는 건데 이런 상황 속에 등장한 사람이 윤석열 총장이거든요. 참 희한한 것이 정권 초기까지만 해도 정의의 검사였던 윤석열이라는 인물이 지금은 저주의 대상이 됐습니다. 윤석열 검사는 그때도 ‘나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에 충성한다’ 이렇게 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왜 그때는 정의로운 검사였고 지금은 조폭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인가?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 진중권> 그것도 칼 슈미트가 얘기를 했거든요. 칼 슈미트가 이성을 얘기를 합니다. 두 가지를 얘기해요. 우리가 흔히 갖고 있는 걸 ‘원칙 이성’이라고 하거든요. 언제 어디서도 변하지 않는 규칙을 가지고 얘기하는 거고, ‘기회이성’이라는 건 뭐냐면 그때그때그때 말을 바꾸는 이성인데 칼 슈미트가 바로 ‘기회이성’의 상찬자예요. 그게 맞다라는 거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말을 바꾸고 그래서 결국은 목적을 이뤄내는 것이. 저 사람들이 보여지는 게 그런 거고요.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될 건 뭐냐면요.
◇ 김현정> 그런데 혹시 윤석열 총장이 그때도 별로인 사람이었는데 몰랐던 거 아니냐?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도 계시거든요. ‘몰랐던 것뿐이다, 그래서 추천을 한 것이고’ 이렇게 얘기하시는데.
◆ 진중권> 그런 식으로 정당화 하는 거죠. 지금 그 사람들 공격하는 것들도 청문회 과정에서 다 나왔던 얘기들이고 자기들이 옹호했던 얘기잖아요.
◇ 김현정> 장모나 이런 사건들이요?
◆ 진중권> 그렇죠. 다 변호했던 얘기인데 지금은 그걸 가지고 공격을 하고 있단 말이죠. 이거는 사실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것이 누가 봐도 분명한 거고 더 중요한 건 뭐냐면 시선이거든요. 자기들은 어둠 속에 있으려고 해요. 그러니까 절대 드러나지 못하게요. 그러니까 검찰 공격하죠, 감사원 공격하죠. 심지어 언론을 공격한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우리 권력을 감시하는 눈들을 가려버리는 거예요.
그런 다음에 국민들은 투명하게 보려고 해요. 그래서 ‘비밀번호를 까라’ 이렇게 나온단 말이죠. 이게 시선의 비대칭이잖아요. 그렇게 되면 그게 독재로 가는 거거든요. 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는 우리가 뽑았기 때문에 국가는 우리가 국민이 투명하게 감시하고 그다음에 국가라 하더라도 국민의 사생활 같은 거 들여다보지 못하게끔 하는 게 맞잖아요. 그게 민주주의 인데 지금은 그게 역전된 현상들을 봐야 된다는 겁니다.
◇ 김현정> 윤석열 총장 얘기 나온 김에 윤석열 총장이 정치는 할까요?
◆ 진중권> 저는 그게 문제라고 보거든요. 자꾸 그런 틀로. 검찰총장 가지고 왜 그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고요.
◇ 김현정> 그런데 본인이 ‘봉사를 할 생각이 있다, 국민을 위해서’ 이런 얘기를 했기 때문에.
◆ 진중권> 그런데 자기가 뭐 정치를 하겠다는 얘기를 분명하게 명확하게 않았기 때문에 저는 이거 언론도 문제라고 보거든요. 제가 시민사회에서 가장 관심 있어야 될 부분은 좀 전에 제가 얘기한 그 부분이에요. 저 사람들이 지금 뭘 하고 있냐면 검찰을 무력화시키고 그다음에 검찰의 일부, 서울중앙지검 같은 걸 완전히 정권의 충견으로 만들어서 못된 짓을 하고 있잖아요. 그걸 막아야 되는 겁니다.
지금 검찰총장이 해야 될 일은 일반 일선의 검사들이 권력의 비리를 팔 때 당연히 외압이 들어오잖아요. 그걸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 그게 시민사회의 유일한 관심사여야 되고 그 사람이 총장 끝난 다음에 하든 말든 그건 헌법의 권리잖아요. (웃음) 모든 국민들은 참정권이 있고 공무 담임원이 있고 그렇죠? 그렇게 봐야 되는데 자꾸 뭘 하다 보니까 모든 사안들을 갖다가 시민사회 보편적 기준에서 보는 게 아니라, 당파, 당리 아니면 정략, 이런 식으로 보게 되는 거고 저는 그게 문제고요. 뭐 인터뷰할 때도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는데 제가 딱 그랬거든요, ‘그거 물어보면 내가 안 하겠다’ 그랬더니 요청 안 들어오더라고요. (웃음)
◇ 김현정> 그다음부터 안 들어와요? 인터뷰 요청들이 끊어졌어요? (웃음) 그러면 지금까지 논객 진중권이 보는 진보의 위기에 대해 우리가 얘기를 했는데 보수는요? 보수는 잘하고 있습니까?
◆ 진중권> 보수는 문제가 많죠. 그래서 그 책도 나와요. 제가 한국일보에는 진보를 비판했지만 보수 매체인 주간동아, 거기 가서는 보수를 비판했죠. 그래서 그것도 책으로 나오는데 어휴, 이분들의 문제는 뭐냐면 어차피 시대착오거든요. 지금 민주당 정권들도 제가 볼 때 87년에 가 있어요. 굉장히 뭐랄까? 낡은 사고방식들의 고착이 돼버렸는데 보수 같은 경우에는 그 이전으로 가 있는 거죠. (웃음)
◇ 김현정> 87년보다 더 앞으로 가 있어요?
◆ 진중권> 더 가서 상황의 변화를 잘 몰라요. 아직도 자기들이 주류라고 생각하는 것 같고. 옛날에는 그렇잖아요. 조선일보가 ‘우리가 쓰면 여론이 된다’라고 했는데 이제는 조선일보 아무리 써도 여론이 안 되잖아요. (웃음) 그 시대가 지났는데 아직까지도 주류 전략을 지금 쓰고 있고 자기들이 야당으로 변한 지 오래 됐는데, 사실 그전 선거에 네 번 연속 패했잖아요. 그러면 한국 사회 주류가 교체됐다는 생각을 해야 되는데 아직까지도 그 생각을 못 하고 그러다 보니까 지피지기가 안 되는 거예요. 지피가 안 되니까.
◇ 김현정> 나를 알고 상대를 알고 그래야 되는데.
◆ 진중권> 그렇죠. 상대를 알아야 비판이 제대로 되는데 맨날 뭐 종북, 좌빨, 주사파, 이렇게만 가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비판이 안 되니까 지금 제1야당 역할을 제가 한다는 얘기가 막 나오는 거예요.
◇ 김현정> 제1야당이 진중권이다?
◆ 진중권>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게 비판을 제대로 못하니까요. 그런 부분이 있겠고 또 하나는 뭐냐 하면 지기가 돼야 되거든요. 자기들이 어떤 위치에 처해 있는지 반성이 되고 변화가 돼야 되는데 그게 잘 안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김종인 위원장이 와서 조금 변화하려고 하고는 있는데.
◇ 김현정> 내부 반발이 강하죠.
◆ 진중권> 내부 반발도 있고 또 하나는 뭐냐면 이분을 저는 굉장히 전향적으로 보거든요. 광주 찾아가서 무릎 꿇고 사과하고 이런 것들도 굉장히 전향적이고. 그다음에 정의당 대표 만나서 산업재해법도 같이 하자고 한다든지 굉장히 전향적으로 보는데요. 문제는 뭐냐면 이게 입법으로, 의원들의 입법으로 뒷받침돼야 되거든요. 그런데 그게 잘 안 되는 것들 이런 게 있어요. 그래서 그 부분은 나중에 다시 불러주십시오.
◇ 김현정> 너무 길어요?
◆ 진중권> 너무 길어요. 이만큼, 우리가 한만큼 해야 됩니다.
◇ 김현정> ‘보수는 왜 몰락하는가?’는 이만큼 더 해야 되니까?
◆ 진중권> 그렇죠. ‘보수는 왜 몰락했는가’ (웃음)
◇ 김현정> 그럼 보수에 대해서 이것만 짚고 갈게요. 대선에서 국민들에 감동을 줄 만한 인물은 보입니까? 그쪽 진영에서요.
◆ 진중권> 아직은 안 나타나고 있고 아직 멀어요. 1년 반 남았는데. 1년 반이면 대한민국 정치에서는 조선왕조 500년입니다. 지금 저는 민주당의 주자들도 오래 갈 것인가에 대해서 회의적이에요.
◇ 김현정> 이낙연, 이재명 이 후보들은 굉장히 단단하잖아요.
◆ 진중권> 아니요, 이재명 씨는 민주당하고, 친문세력하고 붙는 데 굉장히 문제가 있을 거라고 보고, 그다음에 이낙연 씨는 벌써 한계가 드러났다고 보거든요.
◇ 김현정> 왜요?
◆ 진중권> 지지율이 박스권에서 올라가지 못하고 계속 떨어지고 있잖아요. 그다음에 갑자기 호텔 얘기하고. 이런 거 보면서.
◇ 김현정> 호텔 전월세요? 그거는 단편적인 건데?
◆ 진중권> 그러니까 이분의 인식 같은 걸 알 수 있는 거죠. 황당하잖아요. 딱 들으면. 그래서 그다음에 문제는 뭐냐면 이게 친문세력하고 붙어야 되는데 이분 같은 경우에 눈치를 봐야 되다 보니까 원래 대선주자다라고 하면 팍 치고 나오는 맛이 있어야 되거든요. 대선은 남이 해 주는 게 아니라 자기가 쟁취해야 될 자리예요. 옛날에 노무현 대통령처럼. 안 그러면 문재인 대통령 꼴이 나는 겁니다. 얹혀만 가는.
◇ 김현정> 팬덤에 얹혀 간다?
◆ 진중권> 대통령이 없잖아요, 솔직히 말하면.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진중권> 대통령이 해야 될 역할을 하나도 못하니까요. 예를 들어서 대통령의 윤리적 기능이라는 게 있거든요. 예컨대 조국 사태 때 국론이 분열되면 옳은 게 뭔가를 딱 얘기를 해야 되고 윤미향 사태 때도 국론이 분열됐잖아요. 그러면 거기서 옳은게 뭔가 판단을 내려줘야 하고. 그리고 추미애 대통령하고... 아고, (말이) 그렇게 나와버리잖아요. (웃음) 추미애하고 윤석열 총장하고 갈등이 있었을 때 어느 게 옳으냐? 편을 해 줘야 되는 거고.
◇ 김현정> 추 장관이냐 윤 총장이냐?
◆ 진중권> 그다음에 국민들 분열을 통합을 시켜내야 되는데 오히려 간호사하고 의사 갈라치기하고 그런 걸 딱 보면 대통령이 없다는 거죠.
◇ 김현정> 그 말씀은 역할을 잘 못하고 있다, 그 말씀을 지적하신 거예요?
◆ 진중권> 네. 가장 중요한 역할이 그거거든요. 국민을 통합하는 역할이고 윤리적 기준을 세워주는 역할인데 그거를 못 하니까 지금 나라가 이 모양인 거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면 물론 여기 동의하시는 분도 있고, 지금 채팅창에는 ‘동의 못 한다, 이상한 소리 그만하라’ 하시는 분도 굉장히 많거든요. 그러면 지금 진중권 전 교수는 보면 이쪽도 까고, 저쪽도 까고 계세요.
◆ 진중권> 네.
◇ 김현정> 죄송합니다. 속된 말을 써서. 이쪽도 비판하고 저쪽도 비판도 하고 줄기차게. 그럼 이쪽에서도 욕 먹고 저쪽에서도 욕 먹잖아요. 괜찮으세요?
◆ 진중권> 괜찮습니다. 원래 역할이 그거니까 우리의 역할은. 저는 누구 편 드는 거 재미없어요. 무슨 초등학생입니까? 편 갈라서 패싸움이나 하게. 그리고 애들입니까? 지금 ‘우리나라 좋은 나라’, ‘우리나라 나쁜 나라’ 나눠서 정치를 하는 게 아니잖아요. 옳은 건 옳은 거고 그른 건 그른 거고. 그다음에 자기가 본 것은 정확하게 얘기를 해야 되는 것이고. 지금 뭐 보시면 아시겠지만 말을 못 하게 만드는 분위기잖아요.
◇ 김현정> 디워하고 황우석 논란 때도 진중권 교수님 굉장히 욕 많이 먹으셨잖아요.
◆ 진중권> 디워 때도 있었고 황우석 때도 있었고 그다음에 한 번 더 작은일이지만 조영남 사태 때도 있었고. 저는 매번 올바른 위치에 서 있었다고 생각을 해요.
◇ 김현정> 그때보다 혹시 지금 더 좀 힘드세요? 비판을 받는 상황들이?
◆ 진중권> 반반인 것 같은데요. 반쪽은 뭐냐 하면 그나마 황우석하고 그때 세 건은 이쪽 저쪽 가릴 것 없이 다 덤벼들었어요. 예컨대 노빠하고 박빠하고 합쳐져서 황빠였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그래도 절반은 환호를 해 주잖아요.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뭐냐 하면 그때와 다르게 이번에는 권력이 들어가 있어서 이 사람들이 굉장히 무서운 사람들이거든요. 제가 다 당해 봤는데, 학교에 있으면서 다 당해 봤는데 MB 때하고 박근혜 때도 당해보고 이번 때도 당해 보는데. 이 사람들이 더 무서워요.
◇ 김현정> 이 사람들이라면 지금의 여권이 더 무섭다?
◆ 진중권> 민주당 사람들이 저는 더 악랄하다고 보거든요.
◇ 김현정> 아니, 그렇게까지 표현을 하세요?
◆ 진중권> 아주 악랄해요.
◇ 김현정> 너무 거칠게 표현하시는 거 아닙니까?
◆ 진중권> 제가 당했으니까요. 거칠게 당했으니까.
◇ 김현정> 어떤 걸 당하셨는데요?
◆ 진중권> 예를 들어서 학교에 감사들어오는 거 있잖아요. 그때만 해도 뭐냐 하면 정치보복이잖아요. 제가 한예종에 있었는데 감사 털고 이렇게 시비 거는 것들은 저쪽도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동양대 표창장 사건 났을 때 저들도 들어왔단 말이죠. 감사를 하러 들어왔단 말이죠. 그런데 20년째 이사록을 가져 가고, 그걸 교육부 사람들 다 뒤져서 건수를 잡아서 총장을 몰아내는 게 이게 일종의 정치 보복인데요. 하나 더 한 건 뭐냐면 이 사람들이 보복만 하는 게 아니라 왜 건드렸을까라고 생각했을 때 표창장이 진짜려면 이쪽의 총장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어야 되는 거예요.
◇ 김현정> 최성해 총장을요?
◆ 진중권> 그렇죠. 그래야지 저게 진짜가 되는 거죠. 그러니까 하나의 세계를 날조하기 위해서 이런 짓을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볼 때는 이게 더 독하다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 김현정> 본인이 겪은 얘기를 지금 하신 거예요. 그런데 이러셨어요. ‘아니라고 말할 사람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 나는 논객이다. 논객은 나팔수가 아니라 보는 자가 돼야 한다. 그 많던 지성인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이렇게 말씀을 하셨네요.
◆ 진중권> 그렇죠. 제가 몰랐는데 참여정부하고 국민의정부, 그다음에 이번 정부 들어와서 이미 유착관계가 형성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위원회도 들어가고 프로젝트도 따고 등등 하면서요. 사실 그래서 상당 부분 어용화가 돼버린 거죠. 어용화가 되면서 말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쪽을 편을 들어주거든요. 잘못된 편을 들어주고. 그다음에 그쪽에 친위부대처럼 행동을 하잖아요.
◇ 김현정> 즉 비판을 해야 될 시점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지금 안 나고 있다는 말씀을 지적해 주시는 거예요.
◆ 진중권> 그렇죠. 차라리 침묵하는 사람들은 착한 사람들이고요.
◇ 김현정> 그런데 어쨌든 좌파시잖아요. 좌냐? 우냐? 하면 좌파시죠?
◆ 진중권> 네.
◇ 김현정> 진보냐 우파냐 하시면 진보시죠?
◆ 진중권>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왜 배신하느냐? 이런 얘기가 막 들어와요.
◆ 진중권> 저 사람들이 진보가 아니잖아요. 아니, 자기 딸 갖다가 표창장 위조해서 자기 딸 부정입학 시키는 게 진보입니까? 그런 것들은 진보가 할 일이 아니잖아요. 저는 그냥 이 자리에 있는 거고 그다음에 제가 해야 할 일은 진보가 이름을 빼앗겼어요, 그들에게. 그들에게 어느새 이름을 빼앗겨버렸고.
그다음에 그들에 의해서 진보의 이름이 더럽혀졌거든요. 그렇다면 앞으로 진보적인 가치라는 게 있잖아요.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가 평등을 향해서 나아가야 되고 더 많은 자유를 향해서 나아가야 하고 더 많은 인권을 위해서 나가야 될 때 이제 뭘 해야 되는가? 요즘 제가 제3의 화두가 그겁니다. 진보 비판하고 보수 비판하고 그다음에는 어떻게 나갈 것인가? 진보를 어떻게 다시 재구성할 것인가? 요즘 제가 시작한 고민입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진중권 전 교수의 이 의견에 동의하는 분도 계시고 ‘나는 반대다’ 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하지만 제가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민주주의의 기본은 귀를 열어놓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책,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의 작가 진중권 전 교수와 오늘 인터뷰였고, 보수 관련된 책이 ‘보수는 왜 몰락했는가?’가 왜 나온다니까 그때 또 나오셔서 이만큼 풀어주십시오.
◆ 진중권> 네, 알겠습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 진중권> 네, 감사합니다.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