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를 막자는 취지로 국회에서 논의 중인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중대재해법)'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잇달아 발의되는가 하면 기존 '산업안전 보건법(산안법)'을 강화하는 선에서 매듭지으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안팎에서 나온다.
때문에 산업계 반발을 의식하다 '사업주나 원청에 책임을 지워야 안전장치가 마련될 수 있다'는 애초 입법 취지가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산안법 내걸고 중대재해법 뒤로 빼나
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16일 산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산재 사망사고가 났을 때 '안전조치 확인 의무'를 따르지 않은 사업주에 개인 500만원 법인 3천만원 이상의 벌금을 물리자는 게 골자다.
3명 이상이 동시에 숨졌을 때 형을 2배로 가중 처벌하고 법인에는 100억원 이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 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할 경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체계·자구 심사를 받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지도부가 노동자 보호 취지를 일부 담은 산안법 개정을 밀어붙이면서 중대재해법은 법사위 단계에서 슬그머니 뒤로 빼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공연히 나온다.
최근 재계·산업계 반발이 본격화하면서 중대재해법에 대한 신중론이 당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비등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균母 "여당이 또 장난친다"
故 김용균 노동자 어머니 김미숙씨(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그러나 산안법 개정만으로는 확실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애초 중대재해법 자체가 기존 산안법 토대에서는 노동자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 고안된 것이기 때문이다.
사업주나 원청 처벌을 명시해 그들이 안전장치를 만들게 유도하지 않고서는 하루 평균 7명(고용노동부 통계)에 달하는 산재 사망사고를 끊어내기 어렵다는 게 반박의 논리다.
대다수 사고가 50인 미만 영세업체에서 난다는 점에서 '3인 이상 사망'이라는 전제 조건은 실효성을 크게 낮추고 과징금 부과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중대재해법에 담겼던 관련 공무원 처벌 조항도 빠졌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야간에 홀로 일하다 컨베이어벨트 사고로 숨진 김용균(당시 24세)씨 모친 김미숙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예전에 산안법으로 용균이 없는 용균이법을 만들었던 것처럼 정치인들이 또 헛짓거리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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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이런 법으로는 결국 꼬리 자르기 식으로 엉뚱한 사람만 처벌받고 사람은 계속 죽을 것"이라며 "180석 가까운 의석을 받은 여당이 또 장난을 치고 있다. 분통이 터진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김종철 대표는 이날 민주당을 향해 "노동자 생명을 돈과 맞바꾸겠다는, 돈이나 벌금으로 산업 안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시대적 인식, 그리고 사실상 이전 국민의힘 인식과 전혀 다를 바 없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일갈했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산안법과 중대재해법은 별개로, 또 어느 정도 교감 하에 진행돼 왔고 산안법 개정으로도 윗선 책임을 물을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의당 법안이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형식과 내용을 두루 논의하다 보면 결론을 내리기까지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