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트라우마, '가족·공동체 회복'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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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20주년 기획특집③]

11월 15일, 포항지진 발생 3주년을 맞는다.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에 의한 촉발지진이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면서 진상규명과 피해복구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무너진 지역 경제는 여전히 침체에 있고 이재민들의 삶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포항CBS는 지진 3년을 맞아 현재의 상황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보는 '창립20주년 기획특집'을 4차례에 걸쳐 보도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지진 3년...잊혀져가는 '이재민의 눈물'
② 아물지 않는 지진의 상처…'도시 재건이 관건'
③ 지진 트라우마, '가족·공동체 회복'이 답이다
④ 이제는 희망이다…'가시화되는 재난 극복'


(사진=포항 트라우마센터 제공)

 

경북 포항 흥해읍에 있는 포항트라우마센터는 자연재난에 대한 전국 최초의 재난심리지원 전문시설이다.

지난해 11월 개소한 이곳은 지진으로 불안한 시민들에게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심리지원과 전문장비를 활용한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상담과 치료를 통해 트라우마를 치료 받고 있지만, 12일 이곳에서 만난 이들은 아직도 그날을 떠올리면 목소리부터 떨려 온다.

성의분(80·여)씨는 "갑가기 경적소리가 들리면 놀란 가슴이 한참동안 진정되지가 않는다"면서 "씻으러 갈때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해서 금방 씻고 나온다"고 전했다.

차난자(86·여)씨는 "방에 누워 있는데 지진이 나서 이불을 꼭 안고 있었다. 지금도 지진이 난 날 기억이 또렷하다"면서 "그날부터 밤에 잘 때 잠옷을 입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진=김대기 기자)

 

11월 현재 포항 트라우마센터에서 1550명이 치료상담을 받고 있고, 이중 240명은 전문의 심층상담이 필요한 수준이다.

특히, 50여명은 극단적 선택이 우려되는 수준이어서 센터에서 집중관리 중이다.

포항트라우마센터 이영렬 센터장은 "지진으로 인해 사회적경제적 수준이 나락으로 떨어진 분들이 집중관리 돼야 한다"면서 "가스를 틀어놓고 불이 붙이는 망상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상이 심각한 분들 대두분이 자영업이다. 2차례 가게 수리를 하면서 빚을 냈는데 코로나 사태로 장사가 안돼 가게가 경매에 넘어가 삶이 피폐해진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트라우마센터는 '가족간 관계', '공동체 관계 회복' 여부가 트라우마 극복에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영렬 센터장은 "트라우마 극복 성공사례의 공통점은 공동체 관계회복이었다"면서 "가족간의 관계 등이 좋은 사람은 회복의 동력이 있는데, 그것 마저 무너진 분들은 회복이 좀처럼 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처럼 뒤쳐진 사람까지 지역사회 공동체가 이끌어 간다면 전화위복의 발전된 포항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쟁을 하는 미국 군인들이 선두에 나서 승리를 할 수 있는 것은 자신들이 다쳤을 때 끝까지 챙기고 보살펴 준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면서 "지진 트라우마 등으로 어려운 이들은 보듬으면 애향심이 생기고 크게 보면 지역발전도 견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항지진 트라우마의 특징으로 '자연재해에 대한 민감', '예지불안' 등을 꼽힌다.

이영열 센터장은 "지난 가을 태풍이 왔을때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면서 "시설물이 부서졌거나 가로등이 조금 떨어져 있는 모습만 봐도 재난으로 이어질까봐 불안해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지불안을 없애기 위해서는 포항시가 위험요소를 발견하면 즉각 조치하고, 조치한 결과를 시민들에게 알려 '안전 조치가 되고 있다'는 안심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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