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장관이 10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 차기 국무장관 후보군에 올라있는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과 팔꿈치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외교부 제공)
미국을 방문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가까운 한반도 전문가들을 두루 만나 소통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한국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사흘간의 방미 일정 성과를 설명했다.
강 장관은 우선 조 바이든 당선인측 인사들에게 북미대화의 조속한 재개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과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 등과 면담 결과를 소개하면서다.
쿤스 상원의원은 바이든 당선인의 지역구 상원의원으로 차기 국무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다. 머피 의원 역시 국무장관 후보군으로 하마평에 오른 바 있다.
그는 북미 대화와 관련해 "꼭 톱다운 방식을 이야기했다기 보다는 정상 차원의 우선적 관심을 가져야 될 이슈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의원들 외에도 바이든 당선인측에 외교정책 자문을 하고 있는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존 앨런 소장도 면담했다고 밝혔다.
그는 "앨런 소장이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주요 동맹 현안에 대한 입장을 당선인측에 전달하겠다고 했다"며 소개했다.
강경화 장관과 환담중인 존 앨런 소장. 앨런 소장은 바이든 당선인에 외교정책을 자문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강 장관은 바이든 쪽 인사들에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에 대한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고 북핵 문제의 시급성을 감안하여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끝으로 이번 방미 성과와 관련해서도 "바이든 당선인측과 가까운 의회, 학계 유력 인사들을 두루 만나서 한미동맹 발전에 대해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강 장관의 방미외교에 대해 국내 일부 보수 언론은 못마땅한 보도행태를 보였다.
11일(한국시간) 어느 중앙 언론사는 '정부, 바이든 시대 앞두고 난센스 외교' 제하의 1면 기사를 통해 강 장관이 바이든 당선인측 인사들과 면담에 나선 것에 대해 "만나지 않겠다는 쪽에 일단 만나자고 속도전으로 밀어붙였다"고 힐난한 바 있다.
"바이든 인수위가 이메일을 보내도 일절 응답하지 않는 '읽씹(확인하고 답하지 않음)' 모드를 가동중"이라 인수위는 만나지 못해 실효성도 떨어질 거라는 전망도 했다.
여기에 더해 "승복하지 않는 트럼프와 공화당 입장에선 바이든 쪽과 접촉하러 다니는 한국이 가볍게 보일 수 있다"는 외교전문가라는 사람의 비판도 실었고, "양쪽을 접촉하는 것이 모두에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훈수도 뒀다.
하지만 강 장관의 말대로 '두루 만나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면 이 보수 매체가 우려한 '읽씹'은 기우였던 셈이다.
더욱이 이번 강 장관과 바이든 당선인측 인사들간 면담에서는 당선인측이 강 장관에게 주로 질문하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측 관심이 그 만큼 많다는 것을 말해주는 장면이다.
문제의 보수 언론이 말한 트럼프-바이든 양쪽 접촉의 문제와 관련해서도 강 장관은 "이번 방미에서는 현 행정부 인사들과 만나 신 행정부 출범 전까지 한미 관계 및 한반도 문제 관련 공조를 긴밀하게 유지하기로 했다"고 반박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오찬을 겸한 외교장관 회담을 진행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강 장관은 트럼프 정부 인사들로는 전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이어 이날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도 면담했다면서 "한미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노력에 계속 만전을 기해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의 만남과 관련해서는 "지난 3년 반 동안 한미 정상 간의 굳건한 우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 온 점을 평가하고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긴밀한 공조를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의 이번 방미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일정이 어그러지자 폼페이오 장관이 대신 강 장관을 미국으로 초청해 이뤄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