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대낮 만취운전' 6세 아이 참변 첫 재판…"가해자 엄벌" 유족 오열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코로나19 우려로 햄버거집 앞서 엄마 기다리던 6살
대낮 만취운전에 숨져…'혈중알코올농도 0.144%'
간발의 차로 화 면한 9살 형…"나 혼자 피해서 미안해"
유족들 "감형된다면 첫째아이 평생 죄책감 가질 것"

햄버거 집 앞에서 엄마를 기다리다 만취 음주운전에 참변을 당한 이모(6)군의 유족들이 5일 첫 재판에 참석한 뒤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서민선 기자)

 

대낮 만취운전으로 가로등을 들이받아 햄버거집 앞에서 엄마를 기다리던 6세 아이를 숨지게 한 사건의 첫 재판이 5일 열렸다. 재판에 참석한 유족들은 법원이 가해자에게 최고 형량인 무기징역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단독 권경선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 등으로 기소된 A(57)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9월 6일 오후 3시 30분쯤 서울 서대문구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인도에 있는 가로등을 들이받았다. 충돌로 가로등이 쓰러지면서 인근에 있던 이모(6)군을 덮쳤고,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적발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44%로 면허 취소 수준(0.08%)을 훨씬 웃돈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사고 당일 조기 축구 모임을 한 뒤 낮술을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는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기간으로 이군의 어머니가 햄버거 가게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이군과 형(9)을 가게 밖에서 기다리게 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은 간발의 차이로 참변을 면했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A씨는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흰색 마스크를 쓴 채 법정에 들어 선 A씨는 한 차례 고개를 숙인 뒤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책상만 쳐다봤다. 중간에는 안경을 잠시 벗고 눈을 질끈 감은 채 앉아 있기도 했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유족들은 재판 시작 전부터 이군의 이름을 부르며 흐느꼈다. '음주운전 살인죄'라고 적힌 피켓까지 들고 왔지만 펴지는 못하고 제지당했다. 재판 중간 사고 당시 장면이 찍힌 블랙박스와 CCTV 영상이 증거로 재생됐고, 사고 현장을 본 유족들은 "악" 소리를 내며 오열했다.

이군 아버지는 유족 대표로 일어나 발언하기도 했다. 옆에 서서 이군의 영정사진을 든 어머니는 내내 눈물을 훔쳤다. 이군 아버지는 "가족들은 하루하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과 괴로움에 죽지 못해 살고 있다"면서 "이 재판으로 가해자에게 최대 형량이 나온다 한들 우리 가족은 저 가해자를 절대 용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선 이유는 동생의 사고를 바로 옆에서 목격하며 '살려달라'고 외친 제 첫째 아이의 시선에서 말씀드리기 위해서"라며 "만 9살인 이 어린아이가 동생의 죽음을 지켜주지 못했다며 미안해하고 자책하고 있다. 아이가 바라는 판결은 다시는 동생과 함께할 수 없는 만큼 저 가해자도 평생 감옥에서 못 나오게 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사건 당시 현장 모습. (사진=유가족 제공)

 

유족에 따르면 당시 간발의 차이로 사고를 면한 아이의 형은 사고 이후 두 달여 만에 처음 당시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아이의 형은 최근 "엄마 미안해. 나 혼자 피해서 미안해. 내가 동생을 데리고 피했어야 되는데…잘못했어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군 고모는 "이 어린아이가 두 달 동안 동생을 데리고 피하지 못했다며 자책을 하고 있었던 거다"라며 "만약 가해자가 감형이 된다면, 이 아이는 그만큼 동생을 데리고 피하지 못한 게 본인의 잘못이라며 평생을 죄책감을 안고 살아갈 것"이라고 호소했다.

A씨는 재판이 끝난 후 방청석에 있는 유족들을 향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유족들은 "용서 구하지마"라고 외쳤다. A씨 측은 피해 가족에게 용서를 구할 시간을 달라며 재판 연장을 요청했다. 다음 기일은 다음 달 3일 열릴 예정이다.

한편 이군의 어머니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A씨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바 있다. 해당 글에는 "기가 막힌 건 (가해자는) 예전에도 음주로 인한 (면허) 취소 경력이 있고, 운전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며 "사고 당시 기본적인 구호 조치조차 못했으나, 경찰 조사에서는 발 빠르게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적혀 있다.

이어 "사고 다음 날 이른 아침까지도 술 냄새를 풍기며 '조문하러 왔다'고 했다"며 "남편이 아들을 대동한 가해자를 내쫓았지만, 자신의 형량을 줄이려는 생각에 '나도 아들 키우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온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향후 이런 행위가 법정에서 '반성의 증거'로 인정돼 형량이 낮아질까 겁이 난다"고 덧붙였다. 이 청원의 마감은 오늘까지로 현재 약 15만명이 동의한 상황이다.

[다음은 유족 발언 전문]
안녕하세요. 피해자 아빠입니다. 먼저 이렇게 발언 기회를 주신 판사님과 검사님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할 말은 무수히 많지만, 유족들의 마음을 담아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웃는 모습이 유난히 예쁘고 사랑스럽던 둘째 아이에게 너무나 아프게 비참하게 떠나보내게 해서 너무 미안합니다. 이로 인해 저희 유족들이 겪고 있는 슬픔은 가늠할 수 없기에 말씀 안 드려도 충분히 아실 거라 생각됩니다.

이 재판으로 가해자에게 최대형량이 나온다 한들 우리 가족은 저 가해자를 절대 용서할 수 없을 것입니다. 피해자의 가족들은 하루하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과 괴로움에 죽지 못해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자리에 선 이유는 동생의 사고를 바로 옆에서 목격하며 살려달라고 외친 제 첫째아이의 시선에서 말씀드리고 싶고, 대한민국이 법치국가로서 피해자 가족의 억울함을 재판을 통해 대신 풀어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서입니다.

제 첫째 아이는 만 9살입니다. 이 어린아이가 무기징역이란 단어를 알게 됐고, 동생의 죽음을 지켜주지 못했다며 미안해하고 자책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가 바라는 판결은 다시는 동생과 함께할 수 없는 만큼 저 가해자도 평생 감옥에서 못 나오게 하는 것이랍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와 유치원, 학원을 못 가는 날이 많아지며 하루 중 동생과 가장 오랜 시간을 지낸 둘도 없는 형제이자 친구였지만, 갑자기 찾아온 이별로 지금 이 순간도 큰 충격과 슬픔으로 제 첫째 아이의 삶과 우리 가족 모두 상상할 수 없는 비극으로 바뀌었습니다.

아직 9살 밖에 안 된 첫째 아이에게 못난 어른들로 인해 이렇게 비극적이고 처참한 상황을 겪게 하여 너무나 미안하고, 이 아이가 이 사건을 평생 어떻게 마음속에 담고 살지 너무나 걱정됩니다.

이 사건은 저희 가족들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께서도 '살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언론 댓글에는 외국처럼 50년, 80년 이상 엄한 처벌이 나와야 한다고 합니다.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형량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늦었지만 이제는 보여줘야 할 때가 됐습니다. 판결이 기존과 다르지 않다면, 제 첫째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

내일이면 아이가 떠난 지 두 달째입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 사건 이후로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되는 음주사고가 뉴스에만 두 달 동안 10건이 넘게 나왔습니다. 이런 음주사고를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거운 판결을 통한 예방입니다. 이번 판결이 기존의 판결과 다르지 않다면, 계속해서 더 많은 피해자들이 생겨날 것이며 첫째 아이 역시 동생을 못 지켜줬다는 죄책감을 평생 담고 살아갈 것입니다.

가해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그 기간에 모임을 하지 말라는 정부 지침에도 조기 축구와 술판까지 벌여가며 결국에는 단 1%의 잘못도 없는 어린아이를 음주운전이란 살인무기로 가족이 보는 앞에서 숨지게 하였습니다.

형량을 줄이려고 매일 반성문을 쓴다는 저 가해자와 저 가해자에게 탄원서를 써주는 이해 안 되는 사람들 때문에 설마 기존 판례보다 강한 판결이 나오겠어? 설마 최대형량이 나오겠어? 하는 생각으로 살아있다는 것이 정말 가증스럽습니다.

가해자가 뒤늦게 반성을 하는 척에 절대 속지 마시고, 절대 용서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가해자 본인이 잘못한 행동에 책임을 다하고 받아들여진 다음에 하는 것이 반성이 아닐까요?

'설마 음주에 걸리겠어?' '설마 음주사고 나겠어?' 라는 설마 하는 습관된 행동으로 결국에는 가해자와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만 6살 밖에 안 된 우리 아이가 엄마 소리 한 마디도 못하고, 눈도 못 감은 채 잔인하게 숨을 거두었습니다.

판사님! 마지막으로 어제도 오늘도 지금도 앞으로도 법의 무거운 판결이 나오지 않는 이상 음주사고는 계속 일어날 것입니다. 첫째 아이가 바라는대로 이 판결에서 저 가해자에게 기존의 판결보다, 검사의 구형보다 더 강력한 처벌이 내려져서 정의가 무엇인지 가해자와 이 사건을 지켜보는 수많은 국민들께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경종을 울려주십시오. 첫째아이의 삶에도 판사님의 정의로운 판결이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판사님. 너무나 사랑하는 어린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아빠이자 부모로서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부탁입니다. 오늘은 우리 아이가 무척이나 보고 싶은 날입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