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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택배수사' 방향은…과로사 '판정' 이후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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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0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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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 사망 경찰 수사, 1차적 사인 조사
갑질 등 수사는 고소·고발 단서 필요…노조 측 "검토"
수사 단서 마련되면 업체 과실 입증 '관건'
전문가 "업주의 예견가능성, 회피가능성이 핵심"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택배 노동자들의 연이은 사망과 관련 경찰 수사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일단 논란이 된 '과로사'에 대해선 판단은 경찰이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아니라 근로복지공단의 영역이라는 점은 명확해진 상황이다. 결국 과로사 판정 이후, 업체의 과실 여부를 어디까지 파고들 수 있을지가 수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로사' 판단은 경찰 영역 벗어나…1차적 사인 조사

4일 경찰청에 따르면 택배기사 변사 사건 10건에 대해 내사를 벌여 이중 7건을 부검했고, 국과수 회신을 받은 2건은 종결한 상태다. 해당 2건과 관련 국과수는 구두소견 및 부검감정결과서를 통해 '질환에 의한 사망'이라는 결론을 내놨다.

경찰이 일단 조사하는 것은 '사인'이다. 타살인지, 자살인지, 자연사인지 명확히 한 뒤 사망에 있어 범죄 혐의점이 의심된다면 수사에 나서는 식이다.

다만 택배기사들의 사망 원인으로 지목되는 '과로사'는 경찰이나 국과수 판단 영역이 아니다. 과로사는 형사법적 용어가 아닌 사회적 용어로, 단순한 사인을 넘어 사망자의 업무환경 변화 요인이나 업무상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국과수는 앞서 택배기사 부검 1차 구두 소견에서 '업무 강도와 사망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은 "택배노동자들의 죽음을 폄훼하지 말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는데, 결국 경찰이 "과로사 판정은 경찰이나 국과수 영역이 아니다"라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은 진정된 모양새다.

과로사를 판단하는 곳은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이다. 과로사의 원인으로 꼽히는 '뇌혈관질병 또는 심장질병'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은 △증상 발생 전 24시간 이내에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 사건 또는 급격한 업무환경변화 △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 △만성과로 요인 등으로 공단 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판단한다.

경찰은 변사 사건 조사 결과를 근로복지공단에 보내게 되고, 이는 하나의 판단 근거로 쓰이게 된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갑질 등 수사는 '고소, 고발' 등 단서 있어야…노조 측 "검토"

이를 종합하면 경찰의 '택배 수사'는 변사 사건 처리를 일반적으로 따르는 '통상적'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경찰은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택배노동자 변사 사건을 취합한 바는 있다.

경찰이 수사에 있어 '한발 더' 나설 수 있는 부분은 택배사들의 문서조작이나 갑질 의혹 등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고소·고발 등 수사단서가 제공되어야 가능한 상태다. 경찰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와 관련 고소·고발이 들어온 건은 없다.

택배노동자 관련 노조 등에서는 고소·고발을 검토하는 단계다. 김세규 민주노총 전국택배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고용노동부에서 전수조사를 한다고 했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볼 예정"이라며 "필요하면 그때 가서 고소·고발을 검토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진경호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산재보험 대필 작성 등이 밝혀졌는데 경황이 없어 이 부분에 대한 고발 시기를 놓친 것"이라고 밝혔다.

택배 노동자가 차에 짐을 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수사 단서 마련된다면 업체 과실 입증 관건

수사 단서가 마련될 경우 경찰의 핵심 과제는 업체의 과실을 입증하는데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관계자는 통화에서 "근로복지공단의 과로사 판정과 업무상과실치사 수사는 별개의 사안이라서 쉽게 단정해서 얘기할 수는 없지만, 고소가 있을 경우 수사착수 여부부터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업체의 책임이 입증되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혐의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란 기류도 흐른다. 택배기사의 과로사와 관련 사업주가 형사처벌까지 이어진 사례는 전무하기 때문이다. 관련 판례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의 향후 수사가 주목될 수밖에 없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수사가 중간 관리자를 넘어 사업주까지 형사 책임을 묻게 된다면, 산재 인정을 통한 개개인적 보상뿐만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일부 건드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올해 숨진 택배 노동자는 모두 15명이다. 노조 측에서는 아직 접수조차 되지 않은 노동자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접수를 하더라도 산재 인정까지는 갈 길도 멀다.

이훈 노무사는 "산재 입증에 있어 근로시간 산출 등 여러 자료는 사업주에 있기 때문에 근로자는 입증이 어렵고, 특히 과로사 질환에서 산재 승인율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과로사 인과관계 입증에서 노무사에게 의뢰하기도 비용이 만만치 않고 이러다 보니 불승인 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근로자라면 근로기준법상 산업보건법 지침 준수 등의 보호를 받는데, 택배 노동자는 우리의 법 체계 속 특수고용노동자로 근로자가 아니기에 적용도 못 받는다"고 덧붙였다. 업체의 갑질이나 과도한 업무 지시 속에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에 있어 업체의 업무상과실치사가 충분히 성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무법인 대건 한상준 변호사는 "계약상 주어진 택배기사분들의 본연의 업무가 아닌 택배물 분류, 상하차 작업을 하느라 업무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고, 그 부분을 관리자 내지 업주가 인지하고 있던 상황이라면 과로사에 대한 예견가능성, 회피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어 업무상과실치사도 성립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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