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당시 석고등학교 1학년인 서충렬씨의 5·18 작문.(사진=5·18기록관 제공)
"지난 이 사건을 굳이 사태(事態)라기보다는 의거(義擧)라고 칭하고 싶다"1981년 2월 석산고등학교 1학년생으로 5·18 당시 참혹함을 직접 목격한 서충렬씨가 기록한 내용 중 일부다.
서씨는 본인이 경험한 내용을 작문집에 자세하게 적어놓았다.
서씨의 작문집에는 "오랜 독재 하에서 모든 자유가 통제되어온 지식인과 학생들이 자유를 향한 거국적인 힘을 발산했다"며 "시민 대부분도 이에 호응했다"고 적혀있다.
서씨는 "정부는 일부 불순분자의 책동이라고 했으나 이는 믿을 수 없는 무책임한 말이다"며 "외신기자 등에 의해 찍힌 필름은 외국에서 방영이 되는데 왜 당사자인 우리가 보지 못하는지 의문스럽다"고 썼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이 3일 제91회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을 맞아 '오월, 그날 청소년을 만나다'라는 주제의 학술대회를 열고 40년 전 5월을 경험한 석산고 1학년생들이 기록한 5·18 작문집을 공개했다.
이번 작문집은 당시 석산고 국어 교사였던 이상윤 선생이 1981년 2월 석산고 1학년 학생 186명에게 내준 방학 과제를 모은 작품이다. 1981년 당시 석산고 1학년이던 최병문씨, 정혜은씨, 박기혁씨 등의 글이 작문집을 통해 공개됐다.
공개된 작문집은 이상윤 선생의 동료인 박형민 선생이 지난 1987년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에 기증했다. 이후 작문집은 지난 7월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기탁됐다. 일부 작문이 전시회 등을 통해 선보인 적이 있지만, 전체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석산고등학교 1학년 2반 최병문씨의 작문(사진=5·18기록관 제공)
작문집에서는 1980년 5월 당시 광주 시민이 보여준 성숙한 시민 의식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석산고 1학년 최병문씨는 "언제 어디서 모이자고 약속하지 않았는데 나가보면 모두 한 자리에 있었다"며 "광주 시민의 국가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는 걸 느꼈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작문집을 통해 1980년 당시 정부가 5·18에 대해 언론보도를 통제한 부분 등도 엿볼 수 있다.
한편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3일 광주 동구 5·18기록관 다목적강당에서 오월 청소년을 재조명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오월, 그날의 청소년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그동안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5·18민주화운동에서의 청소년의 참여와 역할을 재조명하기 위해 기획됐다.
학술대회에서 전남대 NGO대학원 정호기 박사는 1981년 석산고 학생들이 작성한 작문을 해제·정리한 내용이 담긴 '고등학생의 시선으로 구성한 5·18 담론'이라는 주제발표를 했다.
정호기 박사는 "작문집은 청소년의 일부였던 고등학생이 5·18을 어떻게 인식했는가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기록물이다"며 "작문집 자체만으로 높은 평가를 받기에 손색이 없고 그 당시 고등학생의 참여와 인식을 재구성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석산고와 대동고, 광주제일고 등에 재학했던 학생들의 참여 사례도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