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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고우석, 박병호 상대로 기막힌 결정구…작년 아픔 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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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마무리 고우석 (사진=연합뉴스)

 


고우석과 박병호의 만남, 올해는 달랐다.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마무리 투수 고우석은 1년 전 가을야구 무대에서 쓰라린 경험을 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등판해 키움 히어로즈 4번타자 박병호에게 던진 초구가 끝내기 솔로홈런으로 연결된 것이다.

이 한방에 고우석은 흔들렸다. 다음날 열린 2차전에서 9회말 1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서건창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았다.

이후 계속된 위기에서 박병호가 타석에 서자 류중일 LG 감독은 고우석을 내렸다. 마무리로서는 자존심이 상할만한 교체였지만 또 한번 맞대결을 허락하기에는 LG가 느낀 부담이 컸다.

키움은 2차전에서도 승리했고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LG를 탈락시켰다.

그리고 1년이 지나 고우석과 박병호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무대에서 다시 만났다.

고우석은 2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시즌 KBO 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양팀이 2대2로 팽팽하게 맞선 9회초 1사 1루에서 박병호를 상대했다.

경기 전 "작년에 좋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지는 게 너무 싫기 때문에 무조건 이기고 싶다. 결과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며 의지를 다진 고우석은 마치 이날만을 기다렸다는듯이 힘차게 공을 뿌렸다.

시속 154km짜리 빠른 공이 연거푸 스트라이크존에 꽂혔다. 빠지는 커브로 템포를 조절한 고우석은 다시 2개 연속 강속구를 뿌렸다.

고우석은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슬라이더를 선택했다. 시속 150km가 넘는 빠른 공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던 박병호의 허를 찔렀다. 박병호는 방망이를 크게 헛돌렸고 이번 승부는 고우석의 승리로 끝났다.

"직구로 타자를 잘 잡기 위해서는 받쳐주는 무기가 있어야 한다. 최근 슬라이더가 좋아지면서 타자들을 수월하게 잡아낼 수 있는 것 같다"는 고우석은 박병호와의 승부를 통해 자신의 말을 입증했다.

키움 역시 정규이닝 막판 마무리 조상우를 투입하면서 승부는 연장전으로 들어갔다.

투구수가 많아진 고우석은 제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10회초 사사구 3개로 2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LG는 서건창 타석 때 이미 40개의 공을 던진 고우석을 좌완 스페셜리스트 진해수로 바꿨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진해수는 서건창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불을 껐다.

고우석은 1⅔이닝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뒤로 갈수록 조금은 불안했지만 그래도 올해 가을야구 첫 무대를 무사히 마쳤다. 무엇보다 박병호를 상대로 자신감을 찾은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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