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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푼 줍쇼" "대통령 뵙기 민망"…친문 마케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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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지겨워"…후원금 호소 백태
"투명한 정치자금 모금" vs "정치 희화화 우려" 평가 엇갈려

김용민 의원(사진=연합뉴스)

 

일부 의원들의 유난스러운 후원금 모금, 어디까지 해야 적당한 것일까.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군자금이 부족해 저랑 의원실 보좌진들이 굶고 있다. 매일 김밥이 지겹다"고 해 이른바 '앵벌이 논란'을 초래했다. 같은당 정청래 의원도 "한 푼 줍쇼"라며 후원금을 요청했다.

이를 두고 한쪽에선 "정치 희화화"라고 비판했고, 다른 한 쪽에선 "투명한 정치자금 모금"이라며 치켜세웠다.

◇ 강성 친문 지지자들에 호소?

후원금 모금을 공개적으로 읍소하고 나선 두 의원은 공교롭게도 자칭 친문 의원들이다.

김용민 의원은 "검찰의 악랄한 짓거리가 연일 터지고 있다. 염치없지만 후원금 팍팍 부탁드린다"고 했는데, 이는 강성 친문 당원들과 지지자들을 의식한 표현으로 보인다.

이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을 놓고 연일 현 정권과 얼굴을 붉히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 때리기에 나선 여당 의원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밥이 지겹다", "후원금 팍팍 부탁드린다" 등의 가벼운 언사도 논란이 됐다. 당 안팎에선 "국회의원 스스로 정치를 희화화시키는 것"이라는 문제제기가 나오기도 했다.

정청래 의원의 후원금 읍소도 논란이다. 정 의원은 "김남국 의원은 (후원금이) 다 찼다고 자랑하는데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며 "대통령님 뵙기도 부끄럽다"고 썼다.

후원금 모금과 대통령이 무슨 상관이냐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를 두고 한 민주당 관계자는 "'박주민 의원 말고 나도 있다'는 식으로 친문에 어필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문제는 그렇지 않아도 강성 당원들의 발언권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다양성이 줄어든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데, 후원금까지 엮이면서 중도층이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친문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의원들의 국정감사 질의가 검찰 때리기에 치중되면 "후원금 보내겠다"고 호응하기도 한다. 욕설과 비슷한 발음의 18원을 보내는 '18원 후원금'의 진화된 버전인 셈이다.

◇야당 땐 박근혜 때리고 여당 되니 文대통령 내세우고

정청래 의원(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가장 이상적인 후원금 모금은 의원 본인의 의정활동 등을 홍보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지만, 몇몇 의원들이 '친문 마케팅'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고충도 있다.

정 의원 스스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후원계좌를 올린이후 현재까지 584분께서 2742만원을 보내주셨다"고 한 만큼 친문 마케팅의 효과는 톡톡하게 본 셈이다.

국회의원 1인 후원금 한도는 1억5천만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그 두 배까지 모을 수 있다. 한도를 다 채우는 의원은 흔하진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의장 시절 한도를 채운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월 공개한 2019년 후원금 평균 모금액은 1억2005만여원이었다.

후원금 한도를 다 채우는 경우는 크게 두가지다. 이른바 유지가 있는 지방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나 '친문 의원'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스타 의원들이 그 경우다.

나머지 의원들은 연말이 다가올 수록 오랜 지인이나 정책간담회, 토론회 등에서 면을 튼 지지자들에게 후원금 요청을 하는 식으로 채운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여론을 사로잡는 말 한마디와 SNS 포스팅에 주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토로도 나온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평가하고 이에 따라 소액다수의 정치후원금 기부 문화가 자리잡는다면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반이 되겠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청래 의원이 후원금 모금 방식이 문제가 되자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럼 비공개 모집합니까"라고 호소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또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친문 마케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여당의 고충'을 꼽았다. "야당 시절엔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데 힘을 보태달라고 했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으니 문재인 대통령을 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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