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법무부 장관 vs 검찰총장?"이란 제목 아래 '검찰의 민주적 통제방안'을 모색하는 긴급좌담회를 열었다.(사진=이은지 기자)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과제로 내세운 '검찰 개혁'의 본질은 사라지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만 부각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기소권을 독점하고 수사의 '키'를 쥐어온 검찰에 대해 어떠한 방식으로 통제가 이뤄져야 하는지 구체적 논의는 실종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참여연대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법무부 장관 vs 검찰총장?"이란 주제로 '검찰의 민주적 통제방안'을 모색하는 긴급좌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이번 국감의 최대 화제로 떠오른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대립을 기반으로, 현재 진행 중인 검찰 개혁에 대한 전반적 진단이 이뤄졌다.
앞서 윤 총장은 지난 22일 대검찰청 국감에서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만약 총장이 장관 부하라면 국민 세금을 들여 방대한 대검 조직을 운영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겨냥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추 장관은 지지 않고 지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 국감에서 '법무부 장관이 총장의 상급자인가'라는 질문에 "맞다"고 답변하며 윤 총장을 라임자산운용 로비의혹 수사 지휘라인에서 배제한 것은 "적법한 수사 지휘"였다고 못박았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두 사람의 언쟁에 갇혀 정작 국감에서 진지하게 다뤄졌어야 할 검찰 개혁 안건들은 묻혔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28일 오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주최한 긴급좌담회에서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은지 기자)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께서 취임 후 검찰청을 방문했을 때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검찰이 아니라 정치가 바로 서야 검찰이 바로 서는 것"이라며 "우리 국가체제가 검찰공화국이란 말을 하는데, 엄밀히 보면 그 이전부터 권력기관들이 국민 위에 군림하고 아무나 잡아 고문, 감금했던 기본 배경에는 정치권력이 있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검찰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논의는 정치영역과 국회 논의과정에서 사라져 버리고, 특정한 장관이 특정한 총장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자신의 위상과 권력을 어떻게 할 것인가, 에만 집중하는 상황"이라며 "검찰 개혁을 이야기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정치적 이해관계만 따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문제"라고 평가했다.
가천대 법학대 이근우 교수 역시 "우리나라 정치가 상대방의 선의를 못 믿는 방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일종의 '개싸움'이 되어버렸다"며 "집안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국회에 와서 싸우는 게 맞을까 하고 생각했다"고 비판했다.
역사상 전례가 거의 없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도 화두였다. 전날 추 장관이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사기 사건과 관련해 2년 전 윤 총장이 수장이었던 서울중앙지검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의 감찰을 지시한 사실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를 '초유의 사태'라 정의한 한 교수는 "과거에는 검사가 술접대를 받았느냐 등 자체 비리를 (감찰) 대상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했는지 체크하라는 것"이라며 "문제는 이런 것들이 과연 감찰대상이 될 수 있는지, 전체 과정에서 이런 결정이 어떤 자료와 법제적 근거를 바탕으로 이뤄졌는지, 내부적 협의과정 또는 의견수렴 과정 등이 제대로 짚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나의 가설 속에서 이야기하는 것인데, 단순히 어떤 사건과 갈등이 있었고 장관 개인이 총장 개인을 공격하기 위해 이뤄진 감찰 지시였다면 이건 법치 실현에 너무나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며 "근본적으로 다뤄져야 할 문제를 개인적으로 다루는 '제도의 사유화'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도 "(어떤 면에서는) 장관의 지휘실패다. 안에서 싸워야 할 걸 밖에 나와 동네 형들 불러놓고 '내가 네 위에 있다' 소리지르며 인정받으면 뭐하겠나"라며 "장관의 말이 맞다 해도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할 수 없었나 싶다. 장관이 위에서 권위적으로 누르는 형태가 되어버리면 스텝을 잘못 잡은 게 아닌가 하는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같은 맥락에서 한 교수는 수사지휘권 행사 이전에 장관과 총장 간 어떤 협의와 조정의 노력이 있었는지 국민에게 알리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에 대한 체계적 분석 및 검토가 전제되지 않은 추 장관의 지시가 다소 성급하게 보인다는 쓴소리도 덧붙였다.
아울러 검찰이 늘 스스로 강조하는 조직의 독립성이 절대적 영역이 아니란 지적도 나왔다.
한 교수는 "검찰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해오다 법치 시대가 되니 그 법적 권력을 자신의 권력으로 점거해버렸고, '우리는 단속받지 않겠다'란 맥락에서 독립을 이야기한다"며 "그러나 수사나 기소, 공소유지가 공정하고 법에 따라 이뤄지는 것, 정치적 이해관계에 쏠리지 않는 것이 독립성의 개념인데 우리 검찰은 독립성을 조직 유지로 (개념을) 바꿔버렸다"고 밝혔다.
또한 "윤 총장의 '나는 조직에 충성한다'는 말은 가장 무서운 말이다. 외부(정치)로부터의 독립성뿐 아니라 '검사동일체'를 원칙으로 삼는 내부로부터의 독립이 같이 보장돼야 하는 것"이라며 "독립성 보장 위에서 검찰에 대한 정치적 통제도 이뤄져야 한다. 체계적, 종합적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우린 마음대로 수사할 테니 내버려둬라', '아니, 너흰 하급기관이니 내 지시만 따라라' 등의 논쟁만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조원빈 교수는 "검찰도 공무원인데, '검찰의 독립성'이란 말은 어폐가 있다. 사법부의 독립성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어디까지나) '검찰 수사'의 독립성인 것"이라며 "총장이 지검장 내지 검사장들로부터 대면보고를 받는데 기록이 안 남는다는 게 의외였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찰을 통제하려면 책무성이 보장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들은 궁극적으로 검찰로부터 빼낸 힘이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것,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이뤄지는 것이 검찰 개혁의 요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간부에 대한 청문회, 검사장 직선제 등도 방안의 일종으로 제시됐다.